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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ysu Nov 05. 2020

향이의 레몬

비밀에게도 있는 비밀스러운 취향에 대해



         

   향이는 레몬을 집어 들었다. 레몬 슬라이스 가장자리를 입에 물자 맞은편에 앉은 이가 눈썹을 치켜들었다. 마치 레몬을 집어 든 자기 손가락처럼 각진 채로. 그는 자기가 셔서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눈 아래를 떨었다. 향이가 한 번, ‘쫍’ 할 때마다 그가 입술을 오므리고 눈을 꼼빡거렸다. 향이는 그를 더 놀리고 싶어졌다. 아예 레몬 슬라이스를 모조리 입 안으로 넣어버리자 경악하며 그가 입을 떡 벌렸다. 향이의 입술이 꼭 다물어져 있는 것과는 판이했다. 향이가 볼을 한껏 위로 올리며 꺄르르 웃었다.     



“이런 취향이었어? 레몬 먹는 취향?”     



   힐책하는 듯한 물음이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레몬 먹는 취향 너무하다, 너무 해.’ 마치 지금까지 향이가 숨겨왔던 것처럼 그의 목소리에 배신감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딱히 향이는 숨기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알려지지 않았고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뿐이다. 향이는 어깰 한 번 으쓱하곤 ‘비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가족에게 알리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소수의 지인만이 아는 것. 자신만이 아는 것. 그곳엔 자신이 의도치 않은 비밀이란 것도 포함할 수 있겠구나. 비밀의 비밀스러운 구석을 알게 된 것 같았다. 자신이 처음 레몬을 먹었을 때의 황홀함 같은 것을 느끼며 향이는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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