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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심플 Oct 11. 2020

동안이라 행복해요

 살면서 엄마랑 남편을 제외하고 누군가에게 예쁘단 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다.


 대학시절 나를 좋아 한다던 애는 내게 그랬다. 처음엔 여자는 예쁘면 장땡인줄 알았는데 너를 보면서 착하편안한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칭찬인듯 칭찬아닌 칭찬같은 그의 진솔한(그래서 더 기분 나쁜)고백을 듣고 받아주지 않았다면 내가 너무한건가.


 사람들로부터 들어 온 내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동안이다" 였다.


 그러나 20대엔 그마저도 딱히 좋게 여겨지지 않았다. 20대는 이미 그대로도 한창 젊고 예쁠 때인데 자꾸 학생 같다고 하니 말이다.


 하긴, 한창 꾸밀때인데, 화장도 하지 않고 후드티를 입고 다녔으니 그 말을 듣지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건 맞다.

 그런데 말이다. 어느날부턴가 같은 이 너무 좋아져 버렸다.
"애기 엄마 맞아? 너무 동안이다.",
"어머, 난 누나인줄 알았어"
 그런 말을 들은 날은 나도 몰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 하루종일 콧노래가 나온다. 


 그날 저녁에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자랑을 한다. 그러면 남편은 '그 정도인가?' 라는 마음의 소리를 표정으로 다 드러내면서도 "여보가 동안이긴 하지"라며 맞장구를 쳐주곤 한다.


 사실, 나도 안다. 어려보인다는 말이 좋아진다는 건, 이제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라는 뜻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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