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남편 뒷담을 까다가
반전중에 최고는 역시 이거지
친구들을 만났다. 언제나처럼 내가 겪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실감나게 전하고 있었다. 내가 쏟아낸 말들은 대충 이러했다.
지 때문에 일찍 결혼해, 애도 일찍 낳아, 일도 일찍 그만둬, 애도 셋 낳자고 노래해서 죽을똥살똥 낳아 키워놨더니 이젠 자기 쉬고 싶으니 일 알아보랜다. 이게 사람이냐?
우리 엄마 아빠는 왜 날 일찍 결혼시켰는지 모르겠다. 그럴거면 초중고대학때 왜 공부공부 거린거냐. 내가 그리 어릴때 결혼한다고 하면 나 좀 말리지. 왜 덜컥 허락을 한거냐.
집에 와서는 신께 푸념했다. 왜 이런 상황으로 인도하신 거냐고.
며칠 그러고나서야 알게 됐다. 어딘가 익숙한 래퍼토리. 지 인생 지가 산건데 남탓만 하고 앉아있는 한심한 하소연.
내가 그랬다.
그러고보니 결국, 다 내 선택이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못했던 건, 남이 선택하도록 내버려둔 탓이었다.
몇번을 겪어도 늘 놀라운 반전은 범인이 "나"라는 것.
내 인생의 최대 빌런이 나라는 걸 알았다 하더라도 나의 정신건강에 별반 나아지는 건 없었다. 마지막 자기합리화의 보루까지 잃자 나는 곧 자기경멸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꿈을 버린 나를 미워했다.
나는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나를 경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