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나의 결혼과 꿈 이야기
내가 어쩌다 꿈을 버렸나
남편과 나는 CC 였다. 나는 신입생, 남편은 복학생. 두사람의 모태솔로가 만나 4년을 사귀고 나니 도저히 헤어질 수가 없었다.
둘다 심심한 성격에, 4년이면 볼꼴 못볼꼴 다봤는데, 이제 남은 건 이별 아니면 결혼이었다. 고맙게도? 남편은 결혼을 결심하고 내게 협박성 청혼을 했다.
"이제 내가 일자리도 잡았고 오래 사귀었으니 결혼하자."
"나 아직 어리고 해보고 싶은것도 많은데?"
"그때까지 내가 니옆에 있을거 같니?"
어이 없어하며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부모님 얼굴이 어두워지셨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그럼 해라!"
당시 부모님은 주변의 시집 장가 늦게 드는 자식을 둔 부모님들의 걱정과 푸념을 한창 많이 듣고 계셨단다.
나도 결혼 시기에 대한 우려가 있을 뿐이었지 남편에 대한 확신은 있었기에 스물다섯에 결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결혼 삼개월만에 첫 아이가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철이 없었다.
임신 6개월무렵, 나는 일을 그만두었다.
포장하지는 않으련다. 당시 내심 회사가 때려치우고 싶었다. 첫 직장은 계약직이었는데 월급이나 처우 대비 출퇴근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과하다 느껴지던 차에 그냥 육아나 잘해볼까 싶었다.
남편도 그러라 했고.
그런데, 한가지가 걸렸다. "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도합 16년을 공부하며 내가 쫓은 건 다름아닌 꿈이었다.
시인, 문학선생님, 방송작가나 피디, 카피라이터. 조금씩 바뀌긴 했어도 그 속에는 늘 "글"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육아와 꿈 사이에서 꼭 양자택일을 해야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 당시의 나에겐 용기가 없었다. 잠시 한 사회생활이 그다지 미래가 보이지 않아 육아로 도피가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꿈을 단념하던 날, 틈 날 때마다 끄적이던 다이어리를 덮어 책장 깊숙이 꽂았다. 그리곤 다시 꺼내지 않았다.
그 후로 여러밤을, 내 꿈을 애도하며 울었다.
그리고 잃은 꿈 대신 새 꿈을 꾸기로 했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