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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06. 2016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영화와 책 

2016년 2월 5일 하루 일과 

1. 버스 예약하다가 카드 오류 나서 당황하기

2. Menza에서 점심 먹기

3. Saturn 매장에서 O2 repaid Usim 카드 구입

4. Cafe Nerd에서 미리 사온 바나나 도넛과 커피 마시며 책 읽기

5. 장보기

6. 라면 끓여먹기

7. 와인 마시며 영화 <귀 없는 토끼> 감상하기

8. 차에서 노래 크게 틀어놓고 춤추는 동네 주민 감상하기

9. 자다 깨기

10. 행복하기 


1+1 득템 유심칩 & 바나나 도넛파는 유명한 빵집
Cafe Nerd & Leimen 집들
집 앞에서 마추진 검은 고양이 & 신라면과 7시 10분 
 내가 좋아하는 걸로 채운 시간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요즘에는 다른 잡생각에 집중력이 흐트러져 제대로 하지 못하였던 책 읽기와 영화감상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앞서 나열한 일과를 설명하자면,


1. 하나카드로 결제할 때 한 단계가 추가되어 따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나는 기억이 나지 않아 여러 번 시도 끝에 ARS 인증을 해야 했다. 핸드폰을 정지하여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 하나카드로 인터넷 예매는 불가능하다. 주말과 설 연휴로 앞으로 약 일주일간은 해결할 수 없을 듯싶다.


2. 생각보다 늦게 나와서 계획을 살짝 변경하였다. B section에 갔더니 먹을 것이 없어서 결국 Menza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바닐라 소스가 있는 팬케이크 비슷한 것이 있어 시도해보았는데 입맛에 맞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친구가 그동안 먹고 싶었지만 먹지 못해서 꿈에 까지 나왔다는 바나나 도넛을 샀다.


3. 저번 여행 때 10유로에 구입하여 문제없이 잘 쓰던 유심칩이 생각나서 그 이상의 값을 지불하기가 아까웠다. 몇 군데 들려본 결과 모두 최소 25유로여서 지나치다가 Saturn에 들렸더니 역시 9.99유로짜리가 있었다. 게다가 1+1 행사 중이라 2개를 득템 했다!


4. 친구가 좋아하는 Cafe Nerd에 가서 책을 읽었다. 들어가기도 전에 커피 향과 잘생긴 바리스타에 마음을 빼앗겼다. 우리는 복층 구조로 되어있는 공간에서 2층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었다. 나는 친구에게 주려고 가져온 4권의 책 중 하나를 골라왔고 친구는 미리 읽던 원서 책을 가져왔다. 나는 <그럼에도 여행>을 골라 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이 처음에 별로 끌리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가져오게 되었는데 처음 몇 줄을 읽자마자 책을 덮었다. 지난 일로 깨달은 바가 있어서 다시 편견을 가지지 않고 읽어보기로 결심하여 책을 다시 펼쳤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작가는 자신의 주어진 삶 자체를 시련으로 받아들이고 고통스럽게 묘사하면서 끝내 자신이 시련을 이겨냈다며 자부한다는 점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계속 불편하였고 나중에는 괜한 반발심이 일었다. 이 책은 글쓴이의 주관을 담은 에세이기 때문에 어떤 글을 담 든 글쓴이 마음이다. 그러나 글쓴이가 묘사한 자신의 힘든 상황들은 나에게는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치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쓰였다면 여행을 하며 느낀 점에 집중하며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글쓴이는 자신의 힘들었던 상황을 강조하며 극단적으로 몰아갔고 나는 묘사로 점철된 글쓴이의 글에서 공감하며 감탄하기보다는 그런 상황에 저 정도까지 생각한다고?라는 반발심이 나타났다. 나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낀다. 글쓴이는 자신의 상황을 알려주며 나에게 스스로 판단하게 하기보다 자신의 고통이 얼마나 크고 힘들었을지 그리고 그걸 이겨낸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강요하는 듯했다. 글을 읽으면서 묘사가 대부분 길고 지루하다고 느껴졌고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나는 이렇게 하였다는 영웅 심리뿐이었다. 나도 삶의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들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그러나 이 경우는 아니었다. 1000만 명의 인생을 자극한 그녀를 비판해서 불편한 사람들은 댓글을 달아주길 바란다. 이 글을 읽고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죄송하다. 이런 시각을 가지고 읽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너그럽게 읽어주길 바란다. 다른 시각에서의 의견도 교환하고 싶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은 이유는 문장이 술술 읽혔기 때문이다. 일단 주제가 여행이기 때문에 글감에서부터 흥미로웠고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필력이 있다고 느꼈다. 


5. REWE에 가서 장을 보려다가 긴 줄을 보고 그냥 돌아왔다. 집에 있는 라면을 끓여 먹자고 하며 Netto에서 휴지와 와인과 섞어마실 스파클링 음료(Geschmack)를  사 왔다.


6. 한국에 있을 때도 나에게 라면은 일 년에  한두 번 먹으면 많이 먹는 음식이다. 라면을 제외한 밀가루를 좋아하고 매운맛 빼고는 다 잘 먹어서 라면이 그다지 당기지 않기 때문인데 오늘은 왠지 라면을 먹고 싶었다. 라면은 친구가 끓여주었는데 꼬들꼬들하게 잘 끓여서 맛있게 먹었다. 물론 배가 아파서 고생은 했다. 


7. 친구가 좋아해서 여러 번 감상한 독일 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귀 없는 토끼. 이상하고 괴기한 제목에서부터 마음에 들었고 화면에 가득 찬 갈색톤의 색감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제법 익숙해진 독일어가 영화에 집중시켰다. 문화 차이 때문인지 모두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아서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친구가 왜 틸 슈바이거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8. 밖에서 쿵쿵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길래 창문을 열어보니 차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는 두 명을 발견했다. 우리는 그들을 관찰하며 구경하다가 결국 추워서 창을 닫았다.


9. 어김없이 11시쯤 잠이 들어 새벽 1시에 깼다. 새벽 1시에 깨서는 잠깐 핸드폰을 하다가 다시 잠들고 새벽 5시 반쯤 깨서 지금까지 일어나 아침도 먹고 딴짓도 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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