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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May 18. 2019

8. 베를린에서도 먹고살기 바빠요

먹고 산다는 의미 

먹고살기 바쁘다 

먹고살기 바쁘다,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보고 말해 보지 않았을까? 어쩌면 더 자주 입에 오르는 인기 있는 문장일 수도 있다. 나는 <먹고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뭐해 먹고 사냐!

이건 뭐 해 먹고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질문이라기보다 한탄에 더 가깝다. 나는 시시 때때로 <뭐해 먹고살지, 먹고살기 힘들다>라고 버릇처럼 말했다. 백수부터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까지 다들 먹고사는 문제로 바쁘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 주변은 그렇다. 20년 넘게 보아온 부모님부터도 일평생 먹고살기 바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더 하셨다. 평생 일을 하면서 돈도 모으고 집도 샀지만 아직까지도 먹고살기 바쁘다. 대체 언제쯤 느긋하게 먹고살 수 있는 걸까. 아니, 가능하기는 한 걸까?


식사와 디저트 그리고 와인 한잔에 안주까지!

아이러니하게도 음식 사진으로 가득한 사진첩을 보고 있자면 나는 서울에서 퍽 잘 먹고 잘 살았다. 힙한 식당에서 찍은 맛있는 음식 사진이 <네가 정말 먹고 살 걱정을 한다고?>라고 말하는 것 같다. 친구들과 만나면 우리는 지친 일상을 보상받기라도 해야 한다는 듯 맛있는 걸 먹어야 하고 배가 불러도 고급진 디저트와 커피 한잔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마트에서 와인을 사면 훨씬 저렴하지만 그걸 마실 공간이 없는 우리는 비싼 와인 한잔에 더 비싼 안주를 주문해서 수다를 떤다. 혼자 있을 때 대충 때운 식사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듯이 더 치열하게 맛있는 걸 찾아 먹으며 열심히 찍는다. 그건 최고의 보상이자 일상의 탈출구다. 


베를린에서 먹고살기 바쁘다

베를린에 와서는 서울처럼 아르바이트마저 하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계획에 없던 돈이 훅훅 빠져나가는 통에 빈곤하기만 하다. 서울에서도 부자는 아니었지만 맛있는 거 먹으면서 보상 심리를 가득 채울 수는 있었는데 여기서는 까닥하다가는 보증금 받아서 한국행 비행기표만 꼭 쥔 채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베를린에서도 역시 나는 뭐해 먹고살지 고민해야 하고 먹고사는데 바쁘게 하루를 보내야 한다. 처음 한 달은 서울에서 지냈던 생활과 비슷했다.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면서도 카페에 가서 디저트와 차를 즐기고 식당에 가서 매 끼니를 해결했다. 베를린 한 달 살기를 마치고 나서야 요리를 시작했다. 마트에서는 신기한 과자가 보이면 사는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느냐 먹고살기 바쁘다. 서울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직접 요리하는 대신 빵이나 과자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요리를 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불안에 쫓기고 조급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베를린에 온다고 해서 바뀐 건 단 하나, 내가 서있는 땅인데 하루하루 채우는 일상이 서서히 변해간다.


느긋하면서도 조급했던 베를린에서 한달 
먹고 산다는 의미 

서울에서와 다르게 베를린에서는 여행자 신분에 가깝다. 처음 한 달은 서울과 베를린에서 먹고 산다는 의미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베를린에서 일을 하지 않으니까. 

여행이 좋은 이유는 여행은 기본적으로 소비 활동이라서 그렇다. 삶이 힘든 이유는 생산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둘을 합치면 내가 지금 느끼는 결핍을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을까? 아, 아니라도 좋다! 여행지에서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1.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그런데...> 글 중 

베를린에 와서 처음 쓴 글이다. 맞다, 베를린에서 나는 여행과 삶 중간에 있다. 다시 말하면 베를린에서는 온전히 여행을 하지도 온전히 일상을 살지도 않는다. 베를린에서 일상을 좀 더 즐기고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걱정을 떨치고 삶이 가벼워졌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지금껏 해왔던 <먹고 산다>는 질문에 대한 답을 더 치열하게 찾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이 아닌 베를린에 사는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똑같이 질문하고 고민한다면 그냥 서울에 살지 굳이 베를린에 사는 의미가 있을까 이 말이다. 그 답을 나는 질문에서 찾았다. <먹고 산다>는 질문은 똑같은데 의미가 달랐다. 서울에서는 먹고 산다는 의미가 미래에 있었다. 베를린에서는 현재에 머무른다. 서울에서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뭐해먹고살아야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했다. 문제는 고민만 엄청 했다는 거다. 항상 무슨 직업을 가져야 유망할지 시장에서 내 가치가 더 있을지 고민하면서 먹고사는 걱정을 했다. 그래서 실제로 잘 먹고 있어도 만족하지 못했다. 보상 심리를 음식으로 채운다 한들 실제로 보상을 주진 않았다. 베를린에서 애매한 타인으로 지내는 시간은 먼발치의 미래보다 저녁 한 끼를 고민하게 만들어준다. 무슨 일을 하면서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지 인식하고 관심 있는 주제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솔직하게 내 욕망을 말로 꺼냈을 때 비웃음을 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보다 정말 내 감정에 솔직했는지가 중요해졌다. 베를린에서 바쁘게 먹고살면서 보상심리를 쌓아 터뜨리기보다 매일 보상을 주려 노력한다. 


베를린에서 먹고살아요


자연의 소리를 담은 일상 영상, 베를린 영상 일기


베를린에서 먹고사는 일상을 자연의 소리와 함께 편집했다. 베를린 영상 일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베를린에서 영상으로 기록한 일기다. 베를린에서 추천하고 싶은 비건 음식점뿐만 아니라 들려주고 싶은 자연을 담았으니 한번 눌러보시길!


베를린에서 요리와 식당

다양한 마켓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마트로 정기적으로 장을 보러 가기도 한다. 요리를 시작하고 첫 주는 채소가 익지도 않았다. 나름 중국에서 소스를 돌려가며 요리를 자주 해 먹었었는데 다시 하려니 감이 떨어져서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븐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입문했다. 모든 잘라서 올리브 오일을 뿌리고 후추나 소금으로 간을 해서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또한 베를린에는 서울만큼 다양한 국가의 식당이 있다. 서울에서 아프리카 음식을 종종 먹기는 했지만 수단 음식점은 처음이었다! 베를린에 온다면 마켓에서 산 싱싱한 채소로 직접 요리도 해보고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채소가 익지 않은 파스타 & 이제 요리는 오븐으로 해요
베트남 비건 음식점, Soy
수단 음식점, K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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