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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08. 2016

Norouz와 함께한 워킹 투어

힘들 것이라고 지례 짐작하지 않기 

우리는 지쳐있었다

새벽  5시쯤 비몽사몽 잠이 들어 3시간 남짓 선잠을 자고 일어나니 피로가 풀릴 리 만무했다. 친구 또한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다며 우리는 어떻게 하면 늦게 나갈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렸다. 우리의 상황을 모르는 Norouz는 오늘 많이 걸을 예정이니 좋은 신발을 신고 나오라고까지 일러주었다. 그런 Norouz를 외면할 수 없기에 우리는 힘겹게 몸을 이끌고 나갔다. 우리는 물만 묻혀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갔다. 역에 도착해서도 계속 졸리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잘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기차에서 Norouz를 만나 함께 만하임에 도착하였고 날씨까지 우리를 방해하는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3 days ticket이 만료되어 1 day ticket를 구입; 만하임까지 가는 비용은 왕복 12유로이다.
역에서 기다리는데 카니발 기간이라 코스툼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Norouz의 만하임 워킹 투어 시작

Norouz는 오늘 일정을 설명하면서 비가 와도 걷는 걸 포기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비를 맞으며 걷기 시작하였다. 처음 우리가 들린 곳은 만하임에 있는 대학교였다. 성을 대학으로 개조하였다며 좋은 사진들이 나올 거라며 사진 찍는 시간도 주었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했던 처음의 우려와 달리 실제로 비를 맞고 다니는 게 재미있었다. Norouz의 워킹 투어에 참가하여 기뻤다. 사진을 찍은 후 도서관을 들어갔는데 비 오는 바깥과 다르게 도서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생들은 시험기간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열심히인지 공부 열기가 뜨거웠다. 우리는 여기서 공부하고 싶다며 아늑한 분위기를 칭찬하기 바빴다. 

웅장한 건물 & 공부하고 싶은 도서관 내부


Norouz가 주관하는 워킹 투어 일정대로 우리는 만하임에서 가장 맛있고 분위기가 좋다는 카페에 갔다. 우리는 피곤했던 만큼 당이 떨어져서 달달한 빵과 음료를 주문하였다. 나는 핫초코를 주문했는데 거짓말처럼 피곤이 싹 가셨다. 우리는 비슷한 또래이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 서로의 인생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에 나는 조심스럽게 시리아에 대해서 질문하였다. Norouz는 독일에 살고 있는 시리아에서 온 Kurdistan인데 난민 신청으로 온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요즘 민간 한 문제인 만큼 질문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질문하였는데 잠시 이야기하다가 딴 길로 새서 많은 이야기를 듣지는 못하였다. 우리는 다 마신 후 앞에 있는 성당에 갔는데 여느 성당처럼 아름답고 웅장했다.


카페에서 달콤한 휴식 & 성당


 우리는 멋진 다리를 건너서 만하임 옆 도시?로 이동하였다. 이름은 잊어버렸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카니발 행진을 하고 있었고 우리도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카니발을 즐길 수 있었다. 흥겨운 음악과 제대로 준비한 의상을 보니 큰 축제에는 별로 관심 없다고 생각한 나도 흥에 겨워 발걸음을 떼지 못하였다. 우리는 꽤 길고 오래 진행되는 행진을 구경하며 거리를 걸었다. 카니발에서는 참가자들이 사탕을 던져주는데 제대로 맞으면 너무 아플 것 같았다. Norouz는 그곳에서 던져 준 엽서를 받아 나에게 주었다.   


예상치 못한 카니발은 깜짝 선물 같았다. & 엽서를 선물하여 준 Norouz
구경하며 춤추고 있는 발코니의 할머니들
카니발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 잘생긴 경찰관들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던 만하임 다리
조깅하는 사람


만하임에서 제일 맛있는 케밥을 먹다

우리는 1년간 만하임에 살았던 Norouz가 아니었다면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은 맛있는 케밥 전문 식당을 찾아갔다. 외국인들은 잘 찾아오지 않는 곳인지 영어 메뉴가 없어서 우리는 Norouz의 설명을 들으며 메뉴 선택에 집중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어느 지역의 특산 고기 케밥과 요거트 소스 케밥 그리고 치킨 케밥이었다. 음료는 터키식 요거트를 주문하였다. 이 요거트는 흔히 먹는 달달한 요거트나 떠먹는 단단한 그릭 요거트과는 다르게 묽고 시큼한 맛이다. 케밥의 고기는 모두 그릴에 굽기 때문에 인내심 있게 기다려야 했다. 맛있는 냄새를 맡으며 기다린 끝에 우리는 육즙이 갇혀있는 고기와 함께 달고 새콤한 요거트 소스를 듬뿍 묻혀 따끈한 빵과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양도 많아서 우리는 배부르게 먹고도 남길  수밖에 없었다. 


Norouz's favorite restaurant!


돌아가는 길

그렇게 맛있고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른 다리를 건너 다시 만하임으로 돌아가야 했다. 원래 Norouz Tour의 계획이라면 시샤(Xixia)를 체험하러 bar에 가기로 하였으나 아직까지 모든 경험에 열린 마음을 갖지 못한 것인지 담배라면 손사래를 치는 나를 보고 Norouz는 노련하게 계획을 변경하였다. 그래도 걷는 것은 포기할 수 없었는지 추위에 떨고 있는 우리에게 자신의 목도리와 스웨터를 주면서 다리를 걸어서 건너면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몸을 살짝이나마 따뜻하게 하고 다리를 건넜고 Norouz의 말대로 아름다운 광경을 후회 없이 볼 수 있었다. 하늘은 분홍빛으로 물들었고 강은 초록색의 빛을 내며 탁 트인 광경이 마음에 들었다.

DSLR로 촬영한 다리 위에서의 광경; 사진 욕심이 자꾸만 난다.


다리를 건너 만하임으로 돌아온 우리는 중앙역까지는 트램을 타기로 합의를 보았다. Norouz는 1분이 남았다며 뛰라고 하였고 우리를 극한으로 힘들게 하기 위해 다 계획한 거 같다고 외치면 뛰는데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계속 웃으면서 뛰었다. 신기하게도 웃으면서 뛰는데 힘이  들기는커녕 너무 즐거웠다. 트램을 타고 가는데 멀리서 반짝반짝 빛나는 관람 기구 같은 것이 보였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 멈췄고 그곳에는 소형 놀이동산이 만들어져 있었다. 총 게임하는 곳이 있어 우리는 15발을 쌌고 총 8개의 이쁜 쓰레기를 얻어왔다.

   

놀이동산 분위기가 나는 곳에서 얻어온 5유로어치 꽃


꼴도 말이 아니고 조화를 들고 다니니 집시로 오해받기 딱 좋겠다 싶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자꾸만 스스로 집시가 된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아직 끝나지 않은 Norouz 투어

Norouz는 새로 이사한 기숙사를 구경시켜준다고 하였다. 도착한 기숙사는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방에서 정원으로 나갈 수 있는 커다란 창도 있었다. 집에 자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주일에 한 번씩 생화를 사둔다는 그가 신기하였다. 대림미술관에서 남아공 미술을 접한 이후로 관심이 생긴 아프리카 쪽 예술을 상기시키는 그의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벽에 걸린 이란 직물과 카펫, 아프리카 상점에서 구입한 나무 인형, 이집트에서 가져온 그림이 나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는 느린 인터넷을 침착하게 다루면서 자신의 고향의 홍보영상을 보여주었다. 충격적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랜드 캐년의 장황한 자연이 그곳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중동 지역은 애초에 위험지역이라고 치부하며 관심조차 갖지도 않았었는데 나의 좁은 시각으로 판단한 좁은 세상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카페에서 못다 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가 사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와 끔찍한 전쟁 이야기, 독일로 온 과정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마디 이야기로 그의 삶을 짐작할 수 없었다. 항상 웃고 있어서 해맑고 친절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면에 많은 아픔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릴라 동영상을 보여주면서는 너무 슬퍼서 차마 보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우리는 주제를 바꾸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사실 고민 중이긴 하지만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불평을 섞어 이야기하였다. 그는 한국을 더 알고 싶다고 하였다. 나도 모르게 불만족스럽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한국을 이해시켜주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영어가 역부족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말하기란 쉽지 않았고 결론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뜬금없는 다짐으로 토론이 끝났고 생뚱맞게도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는 빠르게 습득하였고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사인을 해달라고 하였다. 우리는 아쉽지만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지막까지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달려가며 Norouz Walking Tour를 마쳤다.

맥주와 샴페인을 마시며 Norouz 집에서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생화와 아프리카 인형 & 매일 독일어를 공부하는 이유 10가지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였다.


샤샤와 Norouz
안 힘들 수도 있다 혹은 힘들더라도 재밌을 거다

힘들 거라고 지례 짐작하고 포기했으면 내 인생에서 많은 것들을 놓칠 뻔하였다. 일단 오늘 하루만 하더라도 아름다운 도시인 만하임을 알지 못하였을 것이고, 맛있는 케밥을 먹지 못하였을 것이며 카니발 축제를 즐기지 못하였을 것이며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 지역은 아직도 무서운 나라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 Norouz와 다솜이와 함께 감사한 하루를 보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제 일주인간의 하이델베르크에서 소박하지만 즐거웠던 여행을 뒤로하고 슈투트가르트로 떠난다. 떠나기 전에 함께 지냈던 다솜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카드에도 적어두었지만 다솜이로 인해서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진실되고 마음이 통하는 좋은 친구를 마음으로 아끼게 되어 든든한 마음까지 든다. 또한 Norouz의 고향인 Kurdistan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의 시간을 함께 해준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인사하고 싶다. Auf Wieder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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