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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09. 2016

태풍이 와도 괜찮아

슈투트가르트에서 김 씨 찾기 

 새벽에 일어나서 욕조에 물을 받았다. 오랜만에 하는 목욕에 기분이 좋았다. 거품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욕조가 한국의 1.5배여서 누울 수도 있었다. 피로가 풀리니 일기를 쓰고 오늘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어제의 요약

태풍과 싸움→점심/후식Flix Bus 연착도착 후 친구 찾기태풍과 싸움호텔 도착


하이델베르크에서 행복한 일주일을 떠나보내고 슈투트가르트로 떠나는 날이다. 첫날의 실패를 떠올리며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버스를 미리 예약하려고 시도하는데 카드 오류가 나서 실패하였다. 카드가 되지 않자 불안이 엄습했다. 잃어버릴까 봐 현금은 조금밖에 들고 다니지 않아서 한 장의 카드가 나에게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버스도 저번에는 사이트에서 쉽게 예매했는데 리뉴얼이 되었는지 Master/Visa 카드가 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여러 번 시도하다가 그냥 어플을 깔아서 시도해보았는데 어라? 너무 손쉽게 잘되었다. 이제 어플을 애용해야겠다. 기차로는 20유로인데 버스로는 반 값밖에 되지 않아서 뿌듯하였다. 버스도 준비되었고 마지막으로 친구와 Norouz에게 마음을 담아 카드를 쓰고 나니 마음이 울렁거렸다. 울렁거림도 잠시, 해는 쨍쨍한데 비가 보슬보슬 오며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사람들은 바람에 우산도 쓰지 못하고 비를 맞으며 힘겹게 걸었다. 나는 어깨에 커다란 백팩과 크로스백을 메고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33번 버스를 다시 탔다. 조금 기다린 후에 친구가 왔다. 마지막으로 맛있고 비싼 점심을 사주고 싶었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피자를 먹으러 갔다. 그래도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 친구와 마지막으로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마시며 버스를 기다렸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버스 도착 시간이 15분이나 지났다. 버스가 오지 않자 우리는 너무 당황해서 버스 회사에 전화해보니 45분이 연착되었다고 하였다. 그렇게 버스를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친구와 작별인사를 하였다. 친구가 마지막에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못써서 아쉽다고 하였는데 책상에 서프라이즈로 써놓고 나온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친구는 용케도 내가 썼다고 생각했다고. 참 똑똑하다. 언제나 헤어짐은 멜랑꼴리 하다.

친구와 하이델베르크에서의 마지막 식사
슈투트가르트

슈투트가르트는 갑작스럽게 정한 여행지 었다. 이번 여행은 모두 갑작스럽고 예상 밖이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덕분이다. 하이델베르크에 머무는 당시에 한국에 있는 친구가 설날에 친척집에 가지 않게 되었다며 독일에 온다고 하였다. 우리는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그럼 슈투트가르트에서 만나자고 하여 급하게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김 씨 친구를 만나러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렸는데 친구와 약속한 중앙역이 아닌 다른 역이었다. 나는 빠르게 검색해서 세 정거장이 떨어진 곳이라는 것을 알았고 무사히 기차에 타서 중앙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친구와 연락을 하던 중에 3G가 꺼져버렸고 다시 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헤매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되었는데 만나자마자 우리는 이야기할 시간도 없이 호텔을 찾아야만 했다. 바람이 점점 거세져서 우산도 쓰지 못하고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걸었다. 거세게 내리는 비에 친구 캐리어가 물 웅덩이에 빠지는 것을 보니 걱정보다 웃음이 먼저 났다. 그렇게 빵 터져서 정신을 못 차리며 호텔을 찾았다. 웃음 때문인지 비를 맞으면서 은근 낭만적인 밤이라고 생각했다, 거울에서 내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광장에서 비바람에 밀리다가 겨우 호텔에 도착했는데 다시 저녁을 먹으러 나갈 용기는커녕 체력까지 바닥난 지 오래였다. 친구가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온 과자와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은 비바람이 조금만 왔으면 좋겠다.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표 & 잠시나마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비오는 거리

      

친구가 가져온 과자와 컵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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