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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12. 2016

사서 고민하는 스타일

취미만  열다섯 가지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 엘레베이터 앞 
아침과 점심
2016년 2월 9일 하루 일과

카페에서 만다린 샌드위치 먹기 

화장품 구경하기

쇼핑센터에서 점심 먹기

비바람을 견디며 따뜻한 와인(Glühwein) 마시기

카니발 구경 준비

미술관(Staatsgalerie Stuttgart)

헤매다가 결국 Netto에서 장보기 

수다 떨며 와인 마시기


1. 우리는 조식 신청을 하지 않고 가까운 카페에 나가서 아침을 먹기로 하였다. 9시에는 대부분의 카페들이 문을 열지 않아서 우리는 선택의 여지없이 어느 문 열린 카페에 들어갔다. 역시나 맛있게 생긴 빵들이 눈앞에 펼쳐졌고 빵순이인 나와 친구는 많은 빵들 앞에서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어렵게 샌드위치 하나와 새롭게 보이는 빵을 하나 골랐고 점원에게 무엇이 들었냐며 물어보았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먹어보기로 했다. 자리에 앉아서 빵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너무 궁금한 나머지 서둘러 반을 갈랐는데 실망스럽게도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우리는 어쩔 수 없다며 한 입을 먹었는데 당연히 맛없을 거라는 내 편견이 무너져버렸다. 빵은 부드럽고 담백하며 적절히 쫄깃하기도 했다. 맛있었다. 친구도 우리가 섣부르게 판단했다며 레이즌 빵을 찬양하였다. 그 뒤로 우리는 이 빵을 두 번이나 더 먹었다. 


2. 화장품을 구입하기 위해 구경을 하는데, 보면 볼수록 비싸고 좋은 것만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아예 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결국 dm에서 저번 여행부터 반한 독일 화장품을 발견하고 구입하였다. 참고로 dm은 가격 대비 좋은 상품을 파는 프랜차이즈 상점이다.  


3. 아침을 먹고 eye-쇼핑한 것 밖에 한 일이 없는데 벌써 점심때가 되어 배가 고팠다. 우리는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비바람이 몰아쳐 추워서 급하게 food center이라고 적혀있는 쇼핑센터로 들어갔다. 푸드 코트에서는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인도 카레 전문점과 동남아 음식 전문점이 인기가 많았다. 신기하게도 아시아 음식점 앞에는 아시아인은 우리 밖에 없었고 모두 서양인들이었다. 우리도 그들을 따라 누들에 땅콩 소스가 있는 것을 주문하였다. 땅콩 소스인 줄 모르고 주문하였는데 새로운 맛이었다. 점심도 맛있게 먹었다.


4. 점심을 먹은 후 밖으로 나오니 비바람이 점점 세지고 있었다. 우리는 광장 한가운데에 따뜻한 와인인 GreuhWein를 마셨다. 향긋하고 알코올이 바로 올라올 만큼 도수도 높은 듯했다. 




5. 카니발을 할 예정이었는지 모든 사람들이 길을 만들어 구경하였다. 우리는 30분 동안 노래를 들으며 구경하고 있었는데 시작할 기미가 안 보여서 미술관으로 향하였다.


6.  나는 고민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다. 남들은 모를 때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고민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고 할 때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고민을 아예 하지 않거나 거의 하지 않는다. 고민을 해서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 짓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고민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친구 또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여느 평범한 20대의 고민과 다를 바 없었다. 고민의 주제는 무슨 일을 해서  먹고살까?이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은 딱히 없지만 즐기고 싶은 일은 많은 욕심쟁이다. 취미만 해도 벌써  열다섯 가지나 된다. 취미 중 하나는 그림 그리기이다. 2년 전에 시작한 취미생활이 생각보다 즐거워서 지금까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이어가고 있다. 예전처럼 그림을 많이 그리지는 못하지만 전시회도 가고 화가에 대한 책도 읽어보고 있다. 예술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돈을 벌어먹고 살 만큼의 실력은 되지 않고 그 실력을 쌓고 싶은 욕심도 없다. 그래서 미술관에 갈 때마다 화가들이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납득할 수 없는 그림도 더러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히 캔퍼스에 파란 물감만 칠해놓은 그림이 있었다. 나는 이 화가가 날 때부터 엄청 부자이거나 영향력이 강한 집안의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동시에 파란색 액자와 노란색 액자를 세계적인 미술관에 걸어놓은 화가가 대단해 보이기도 하였다. 내 그림은 왜 안될까? 


 매우 정신없는 글이지만 내 생각이 정신이 없어서 이렇게 밖에 못 쓰겠다. 나도 정리가 된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분명하게 내 계획을 말하고 싶다. 지금은 그냥 정신이 없다.

미술관 가는 길에 비를 쫄딱 맞았다. 획일화된 티켓을 주지 않고 사람마다 다른 티켓을 주었기 때문에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주머니보다 지갑에 넣게 되었다. 

/검은색과 노란색 그림을 그린 이 화가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

/현대 미술도 체험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에곤 실레의 그림도 하나 걸려있었는데 그렇게 반가웠던 이유는 뭘까? 화가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따라 해보고 싶은 그림도 발견했다.



그동안 내가 그린 그림들(일부)을 함께 놓고 보니 그들이 왜 유명한지 알겠다. 그들은 스스로 예술을 한 천재들이고 나는 천재를 따라 하고 연습하는 취미생일 뿐이니까. 나도 숨겨진 다른 재능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7. 식당과 상점들이 닫기에는 이른 시간인데 상점마다 문에 종이를 붙여놓고는 거의 닫혀있었다. 독일어 까막눈인 우리는 아직도 이유를 모른다. 친구한테 물어봐야겠다. 나도 독일어를 잘하고 싶다. 


종이가 붙어있지 않은 곳이 있나 싶어서 찾다가 혹시나 하고 우리는 아침에 갔던 빵집을 다시 찾아갔다. 다행히도 열려있었다. 이번에는 레이즌 빵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빵을 사 왔다. 비를 맞으면서도 LIDL보다는 나은 마트에서 과일을 사자며 헤매다가 결국 Netto에서 와인과 과일을 구입했다.

 


8. 비 오는 거리를 걸으며 첫날의 태풍을 떠올렸다. 그때에 비하면 이 정도는 맞을 만하다고 최면을 걸며 숙소에 도착했다. 빵을 모두 펼쳐서 와인을 홀짝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와 달랐다. 그래서 좋고 마음이 가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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