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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12. 2016

결국 기억에 남는 건

여행의 기억 

예정에 없던 하루

아침 일찍 숙소를 옮겼다. 예정에 없던 슈투트가르트에 하루를 더 추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젯밤 찾은 숙소에 짐을 옮겨두고 Ludwigsburg과 Benz 박물관에 갈 계획이었다. 슈투트르가르트에서 처음 보는 햇빛으로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상쾌하게 출발했다. 가는 길에 대학교를 발견하여 잠깐 들렸는데 건축물이 상당히 아름다웠다. 

옮긴 숙소는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마을에 있었다. 길을 걷다 발견한 건축물이 아름다운 슈투트가르트의 한 대학교에도 들어가 보았다.

슈투트가르트 광장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제의 풍경과는 상당히 다른 광장을 보았다.


소도시 가기

DB센터에서 알아본 결과, Baden Wurttemberg(바덴 뷔르템베르크) 티켓을 사는 것이 이익이었다. 1명이 구입하면 25유로지만 2명이 구입하면 28유로이다. 




















우리는 먼저 Ludwigsburg로 갔다. 도착하니 여느 독일의 동화 같은 소도시 같았다. 아기자기한 집들과 조용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작은 물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성으로 가는 길에 점점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우리는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넓디넓은 성과 정원을 감상하다가 도저히 더 이상 볼 수 없다며 역 주변으로 돌아가 따뜻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분홍색 계열의 건물이 동화같은 분위기를 완성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을 꼭 잡고 가는 모습은 여행을 하면서 자주 목격하였다. 나만 느낀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 한 번씩 나오는 이야기이다. 왜 유럽에는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노부부가 많을까? 한국에서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인지 문득 궁금하였다. 


-유럽에는 주식이 빵인 만큼 베이커리가 많은데 워낙 빵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살찌는 천국이 따로 없다. 그래서 베이커리에서 따뜻함을 느끼곤 한다. 사진에 잘 담겼기를! 


-넓은 성에 도착해서 10분 정도 빠르게 둘러보고 정원으로 향했다. 

-유럽에서는 정원관리사가 유망 직업이란다. 나도 정원 관리를 잘할 수 있을까? 

우연한 선물

 가는 길에 추위에 맞설 수 있는 힘이 다 떨어져서 눈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잠시 동안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자고 하였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는데 동네 주민 분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그들은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빵을 사가기도 하였다. 우리는 로컬들이 다니는 진정한 동네 카페를 찾았다며 좋아했다. 카페에서 힘을 충전해서 심한 바람을 견뎌낼 수 있었다.



마음이 잘 맞고 여행까지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해준 카메라 어플을 구입했다. 어플을 돈 주고 산 적은 노트 어플 이후로 처음이었는데 이것저것 필터를 사용해서 찍어보니 의외의 재미와 감성을 얻을 수 있었다. 셀카에 자신 없는 나는 앨범에 셀카 사진이 조금 늘릴 수 있었다. 



카페 벽에 걸려있던 액자 속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바깥 풍경도 마음에 들었다. 초록색 글씨와 어울리는 초록색 차 주인이 궁금했다. 강아지를 데려온 노부부도 있었다.

독일어로 된 만화책은 처음 보았다. 나도 독일어를 잘하고 싶다. 파프리카와 토마토에 쌓인 볶음밥과 라자냐는 맛이 정말 좋았다. 배부르고 만족스럽게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꿈의 자동차

추위에 어디든 들어가고 싶은 우리는 벤츠 박물관보다는 포르셰 박물관이 좀 더 가까워 포르셰 박물관을 선택했다. 차에 관심이 없어 시큰둥하던 나도 압도적인 건물을 보니 멋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포르셰를 구경한 후 운전면허 조차 없는 나는 열심히 일해서 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였다. 미니어처를 살까 하다가 짐이 될 것 같아 사지 않았다. 아직 자동차는 나에게 어떤 형태이든 무리다.

6시에 돌아와 발레까지 보고 숙소로 돌아가려 하였으나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서 쉬 자고 하였다. 백화점 식품관 같은 곳에 들어간 우리는 장을 보다가 신나서 이것저것 담았다. 어제 아침부터 먹은 레이즌 빵도 잊지 않았다. 이번에는 크기가 제법 컸다. 숙소로 돌아와 먹고 이야기하다가 잠이 들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친구가 추천해준 스파클링 마테차. cow cow 초콜릿 우유. 병 속에 담긴 쿠키 DIY.


사진을 찍는 이유

 유럽 여행을 시작하고 오늘 사진을 제일 많이 찍었다. 아름다운 마을과  그곳의 웅장한 성, 볼거리가 많은 포르셰 박물관, 맛있는 음식까지 사진에 많이 담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행복한 순간을 간직하고 싶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함께 여행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들과 나의 느낌을 나누며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저번 여행부터 유럽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에게 항상 물어보았다. 너는 왜 항상 사진을 찍어? 그러면 나는 가족들한테 보여주려고 그리고 간직하려고라고 대답하곤 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느끼는 것보다 사진에 담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고 아무리 아름답고 멋있는 사진이어도 내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으면 다시 보아도 내가 찍은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먼저 느끼고 마음을 담아 찍으려고 하였다. 작은 습관이지만 이 작은 습관이 생각보다 삶의 큰 부분을 변화시킨다. 여행을 할 때 느끼는 모든 것들을 나중에 다시 떠올리면서 삶을 채워주고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렌즈보다 넓은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아름다운 독일의 소도시, 유명한 성과 넓고 멋있는 정원, 맛있는 음식이 추억으로 따뜻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함께했던 사람들 덕분이다. 친구가 없었더라면 추위에 떨며 그냥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왔을 수도 있지만 친구와 함께 있어서 추위에 짜증도 내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였다. 내가 여행하는 것을 지켜봐 주고 걱정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더 자세히 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에서 남은 건 결국 사람

여행에서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과의 소통이다. 슈투트가르트에서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친구와 함께 나누었던 순간들이다. 같이 멋진 풍경을 보았던 것뿐만 아니라 광장 한가운데서 태풍을 맞으며 호텔을 찾아 헤매던 순간, 힘들지만 장을 보겠다는 신념으로 한 시간을 걸어 다녔던 순간, 미술관에서 본 그림보다 힘든 순간에 미술관이 넓다며 언제 끝나는지 이야기하며 웃었던 순간이 모두 마음에 담겼다. 물론 사진으로 담아서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것 또한 감사하다. 


슈투트가르트에서 함께 여행한 은영이에게

독일에 갑작스럽게 오면서도 나와 함께 여행하자고 해줘서 고마웠고 여행하는 동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들이 생겨서 너무 감사해. 아직 못 나눈 게 많지만 앞으로도 많은 걸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서울 가서 보자. 남은 여행 잘하고 고마워.


이제 친구에게 내 브런치를 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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