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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15. 2016

편안한 낯선 사람

Stuttgart에서 Tubingen으로

좋아하는 풍경, 마트
마지막 날의 슈투트가르트

아침에 일찍 눈은 떴지만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와서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왔다. 우리는 식당을 찾다가 우연히 Market Place를 발견하여 들어가 보았다. 이런 곳에서 장을 봤었어야 했는데! 알록달록한 과일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치즈까지 꼼꼼히 구경하다가 마켓 안에 있는 식당을 발견하여 식사를 하러 가려고 했다. 

우연히 발견한 마켓 
마켓에서 파는 여러 가지 것들


마켓에 있는 식당

Pork 말고는 알아볼 수 있는 단어가 메뉴에 없어서 안전하게 돼지고기 메뉴를 골랐다. 친구는 라비올레를 골랐다. 나온 메뉴는 돼지고기보다 햄에 가까웠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가격이 xx.70이 나왔는데 친구와 유럽에서의 팁 문화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유럽에서는 팁이 없다고 하였고 친구는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점원이 계산하면서 거스름돈으로 50센트를 주었기 때문에 우리 둘 다 틀렸고 반대로 팁을 주는 문화가 있나 보다고 결론지었다.   

서점

책 구경도 할 겸 책도 살 겸 서점에 들렀다가 바깥에서 가늠하지 못한 큰 규모에 놀랐다. 이것저것 구경하니 역시 사고 싶은 책이 많았다. 나는 겉표지와 글자체가 마음에 들면 책을 산다. 독일어로 되어있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여행 중이라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다.

기차를 기다리며

슈투트가르트의 마지막은 카페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보냈다. 앞에 텔레비전에서는 바이에른 기차 충돌로 4명의 사망자와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튀빙겐에 도착하다

무사히 기차를 타고 Tubingen에 도착했다. 기차역은 중앙역(HBF) 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작았다. 입구도  하나밖에 없어서 나가자마자 나는 사진으로조차 본 적이 없는 Ingrid를 알아보았고 그녀 또한 나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성별 빼고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는데 서로 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튀빙겐 천문대


처음 본 사이지만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나누고 그녀가 나를 처음으로 데려간 곳은 튀빙겐의 천문대였다. 이곳 천문대는 아름답고 유명하다는 설명을 하며 천문대 안에 운영하고 있는 카페에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카페는 문을 닫았고 외관만 구경한 후 다른 카페를 찾아갔다. 그녀는 나에게 튀빙겐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지나치는 건물에 대한 설명을 열정적으로 해주었다. 튀빙겐 대학교에 대해 알고 왔냐고 물었지만 나는 아는 것이 없었다. 알고 보니 튀빙겐은 대학 도시였고 자연과학과 의학, 신학이 유명하였다. 


카페에 도착했는데 주차 공간이 없어서 우리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튀빙겐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고 하였다. 파스텔 톤이 솜사탕을 연상시키는 건물로 들어가니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로 붐볐다. 너무 신기한 현상이었다.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한국에서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하였다. 그리고 정말이지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노인이었다. 대학 도시라는 설명을 듣고 난 후라 노인들만 모여있는 게 더 신기하게 느껴졌나 보다.


튀빙겐에서 유명한 케이크와 함께 티타임

튀빙겐에서 유명한 케이크를 소개해준 그녀와 차를 마시며 편안하게 대화를 하였다. 상대방의 관심과 배려로 낯선 도시에서 낯가림 없이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그녀의 집으로 출발했다. 그녀의 집은 튀빙겐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에 있었는데 차로 이동하여 전혀 불편함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집은 사생활이니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정말 아름다웠다. 4층으로 되어있고 마당과 차고가 있는 흔히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집이었다. 그리고 분위기가 정말 아늑하였다. 안도 바깥도.

그녀의 집에서


나를 위해 요리해주는 그녀가 정말 좋았다. 내가 머무는 동안 점심을 제외하고 아침과 저녁은 모두 직접 요리해주셨다. 나의 이름도 발음하기 어색한 그녀는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해준다는 것이 나로서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웠다. 대체 무엇 때문에 나에게 이런 정을 베푸는 것일까? 저번 여행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받을 때마다 놀랍고 신기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감사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정을 베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나를 먼저 채워야 나눠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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