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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15. 2016

이별과 만남

이어지는 놀라운 인연 


아침 풍경
아침이 좋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으로 보이는 자연과 새소리가 꿈만 같았다. 여행지에서도 한결같이 일찍 일어나지만 빨리 움직이여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롭다. 침대에서 가만히 눈만 뜨고 있다가 일어나고 싶을 때쯤 몸을 일으켜 1층으로 내려갔다. 매번 감사하게도 Ingrid는 나의 식사를 준비해주었고 오늘도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아서 몰랐다가 보자마자 얼른 도와주려 하니 이제 거의 다 되었다며 빵을 사러 가자고 하였다. 아침에 갓 구운 빵을 식탁에 올려놓고자 바로 옆에 빵집에서 산다고 하였다. 빵집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빵을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서있었다. 프레즐 반죽도 오븐에 방금 들어가서 12분만 기다리면 되었지만 이미 나온 빵도 따끈따끈해 보여서 몇 가지 빵을 고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침 식탁을 완성하였다. 정성스러운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남은 겐 헤어짐이었다. 오후 1시 버스를 타고 뮌헨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와 나는 식물원을 잠시 산책하고 가기로 하였다.

갓구운 빵이 있는 아침 빵집
마지막 남은 크리스마스 티슈를 주신 Ingrid에게 감사의 말씀을
식물원
식물원에 가다

아직 꽃이 피기엔 이른 계절이라 드넓은 공간에는 꽃 대신 꽃 이름이 적힌 하얀 팻말만 꽂혀있었다. 따뜻한 날씨가 되어서 꽃들이 만발할 것을 상상하니 따뜻한 봄날에 꼭 다시 오고 싶었다. 선인장이 있는 곳과 꽃들이 비교적 피어있는 식물원 등 여러 곳을 들어가 보았고 풀 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나른해졌다. 한 시간 남짓 구경하고 나오니 아까 그대로 황무지 같은 곳이 보였다. 지금은 꽃이 피지 않아 황무지 같지만 봄이 오면 꽃이 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희망찬 봉우리들이 보였다. 내 인생도 꽃이 피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 거다. 아니, 이미 왔나? 그곳에서 한 강아지를 만났는데 저 멀리 있다가 Ingrid가 come on이라고 외치자 놀랍게도 한 걸음에 뛰어왔다. 영어를 알았어도 들리지 않을 거리였는데 정말 신기했다. 귀엽고 든든한 강아지다. 물론 주인한테 다시 돌아갔다. 


우리는 시내로 돌아가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며 버스를 기다렸다. 나는 자꾸만 마음이 울렁거려서 외면하기 위해 떠들었다. 그녀는 내가 다시 그녀를 만나러 오는 것에 언제나 환영이라며 다음 주에 있는 그녀의 생일 파티에도 초대했다. 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 뻔했다. 


그녀와 마지막 시간



마지막 떠날 때까지 물도 챙겨주시고 가면서 먹으라며 엄청난 크기의 초콜릿도 주셨다. 그러고는 초콜릿을 많이 먹으면 휴 프립이 생긴다며 단어 공부를 시켜주셨다. 나는 아직도 저 단어를 기억한다. 역시 나의 첫 독일어 선생님이시다. 그녀는 버스가 떠날 때까지 창밖에서 기다려주었다. 다시 만날 것임을 알기에 너무 슬퍼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이별은 항상 마음이 시린다.


뮌헨에 도착하다
뮌헨 트램 티켓

Ingrid와의 추억을 뒤로하고 뮌헨에 사는 Ingrid의 딸인 Katia를 만나러 왔다. 잠시 길이 엇갈렸지만 전화 통화를 해서 무사히 만날 수 있었다. 유심 카드를 구입해서 독일 번호를 받아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뮌헨에 내리니 비가 와서 우리는 재빠르게 트램을 타러 갔다. 10회권을 구입해서 집으로 가는 중에 그녀와 그제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이런 인연이 신기한데 그녀는 나를 오랜 친구라도 된 듯이 친근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었다. Katia는 나와 매우 마음이 잘 맞는 친한 친구에게 소개받았는데 독일에 와서 연락을 하다가 우연히 Katia의 어머니인 Ingrid까지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뮌헨에서 살고 있는 Katia의 집에 가니 그녀의 house mate인 David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그는 부끄러움은 타지 않지만 낯가림이 있는 듯했다. 우리는 셋이 탁자에 앉아서 Katia의 이야기를 들었다. 왠지 모르게 편안한 분위기에 딱히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았다.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적을 못 견뎌서 하는 말은 듣기도 하기도 불편한데 정적이 자주 있었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수다스럽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첫 만남을 잠시 가진 후 우리는 배가 고파 요리를 함께 하기로 하였다.


첫 식사로 라자냐를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외식을 하는 일이 잦았기에 요리를 할 일이 거의 없었다. 혼자 있을 때도 밖에서 간단히 사 먹거나 간단히 계란 프라이 정도를 해 먹는 편이었다. 절대 굶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요리를 함께하자니 너무 긴장되었다. 게다가 메뉴는 무려 라자냐였다. 주방은 신기한 제품들로 가득했다. 오븐도 위에서 아래로 나오고 아직까지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조리기구도 여러 가지 있었다. 그들의 말로는 요리를 한 층 더 쉽게 해주는 기구라고 하였다. 나는 신기해하며 도움을 주기 위해 양파를 깠다. 요리가 완성되고 먼저 생선과 색다른 맛이 나는 소스와 함께 빵을 먹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오븐에서 꺼낸 라자냐에 와인을 곁들였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었다. David는 Katia의 말대로 훌륭한 요리사다. 

Katia and David

친구가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한국산 마스크팩을 전해주자 Katia는 활짝 웃으며 기뻐하였다. 친구가 한국말로 간단히 적어준 카드를 전달하자 그녀는 소리 내어 읽었는데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생각해보니 그들에게는 내가 가끔 하는 Danke나 독일어로 숫자를 말할 때 서툴게 들릴 것 같아서 쑥스러워졌다. 그래도 자꾸 해야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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