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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15. 2016

오스트리아에서 스키 타기

오늘의 메뉴는?

스키 타러 국경 넘기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하고 Katia와 나는 스키를 타러 집을 나섰다. David는 Katia가 스키를 타러 가자고 여러 번 꼬셔도?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스키보다는 집에서 쉬겠다고 하였다. 우리는 트램을 타고 스키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는 개인 사업으로 겨울에만 운영된다고 하였다. 뮌헨 사람들만 모여서 가는 버스라는 설명도 덧붙여 주었다. 요즘엔 성수기라 버스가 거의 만석이라고 하였고 Katia는 스키 경력이 오래된 만큼 버스에 있는 사람들과 친한 듯했다. 나도 옆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앉았다. 버스는 8시 정각에 출발하였다. 출발하자마자 버스를 관리하는 활기찬 아저씨는 연신 웃는 얼굴로 앉을 새도 없이 가는 내내 일을 하였다. 사업이 성수기라 기분이 좋으셔서 그런지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시다. 아저씨는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버터를 가운데 껴넣은 프레첼을 팔았다. 바른 정도가 아니라 샌드위치의 치즈처럼 끼워져 있었다. 아침을 먹었음에도 하나씩 먹은 이유다. 그러자 이번엔 돌아다니며 스키장 입장료와 대여료를 걷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2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가니 처음에는 마을이 보이다가 점점 하얀 눈으로 덮인 산이 보인다.


버스에서 쫄깃 고소한 프레즐을 즐겁게 파는 아저씨


오스트리아에서 스키 타기

우리는 스키를 타기 시작했는데 나는 생에 두 번째 타는 스키라 다칠까 두려웠다. 그래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코스 대신 평지에서 타는 노르딕 스키에 도전했다. 처음에 잠깐 재미있다가 역시나 익숙지 않아 힘들었다. 그래도 우리를 도왔는지 하늘은 청명하였고 햇살도 살짝 비추어 겨울 스포츠를 말도 안 되는 좋은 날씨에 즐길 수 있었다. 2시간 정도 내리 타고나니 무릎이 아파왔고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Katia는 더 빨리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옆에서 함께 속도를 맞추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실망시켜주고 싶지 않아 열심히 연습했다. 그래도 내 체력으로는 역부족이었는지 얼른 점심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아,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오고 우리는 또 큰 원을 그리며 마지막까지 노르딕 스키 발길을 하며 식당에 도착했다. 배가 고파 점심시간을 기다린 것보다는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에너지를 섭취할 목적으로 오스트리아 요리를 맛보았다. 그럼에도 너무 맛있어서 나는 타고난 푸디(먹는 걸 즐기는 사람)라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으며 Katia의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 영어보다는 독일어가 편해서 독일어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는 정말 좋았다. 말을 하지 않고 이렇게 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나를 편하게 생각해줘서 더 고마웠다.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점심시간에 푹 쉴 수 있었다. 조금 쉬고 나니 놀랍게도 어떻게 알았는지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하였다. 나한테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나도 물어보았는데 내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즐겁다고 대답하였다. 식탁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스포츠를 다양하게 즐겨왔고 단련되어 있어서 힘들기보다 즐겁기만 하다고 답하였다. 나는 어린 나이지만 그들보다 더 지쳐있었다. 그들의 에너지가 놀라워 보였다. 시간과 돈의 핑계를 대며 운동을 멀리했던 지난 1년의 시간이 후회되었다. 더 쉬고 싶었으나 우리는 다시 스키를 타러 갔다. 한결 움직임이 편해졌고 요령도 나름대로 생겼다. Katia도 옆에서 많이 향상된 것 같다고 응원해주었다. 힘들어도 멈추지 않고 연습한 보람을 느꼈다. 옆에서 쌩쌩 달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고 더 자극을 받아 연습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눈 앞에 놀랍도록 멋지게 어우러진 하늘과 산


즐겁고 힘든 스키 타기


다시 독일로 돌아가다

힘겹지만 아주 조금 즐거웠던 스키 타기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모여서 뮌헨으로 향했다. 나는 버스에 타자마자 피곤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곯아떨어졌다. 일어나니 버스는 한참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잠시나마 자고 나니 피로가 풀리는 듯싶었다. Katia는 머핀을 주면서 우리가 싸온 따뜻한 차를 꺼냈다. 나는 우리가 아줌마 같다고 하였다. Katia는 아줌마라는 단어를 알아듣고는 웃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녀가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뮌헨에 도착하니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Katia는 우리가 정말 행운이라며 기뻐하였다. 나도 새로운 스포츠를 신선한 공기와 함께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며 부상 없이 돌아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스키를 타면서 함께 시간을 보낸 추억이 소중하게 남았다. 스키 타는 곳에 데려가 주고 함께 해준 Katia에게 고맙다.


힘들어도 함께라면 요리할 힘이 난다

집에 도착하니 David는 부엌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스키가 어땠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너무나 즐거웠다며 꼭 한번 해보라고 하였다. 아직까지도 그는 Katia가 나에게 시킨 거라며 의심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가 한번 스키를 타보았으면 좋겠다. 그는 2시간 전에 파스타를 만들어 놓았고 우리는 추가로 가지 요리를 하기로 하였다. 나는 다시 한번 더 긴장되었다. 나는 양파를 까고  토마토, 가지, 양파, 치즈를 소금과 각종 허브와 함께 손으로 버무렸다. 직접 손으로 요리한 적이 거의 없어서 느낌이 새롭고 이상했다. 그렇게 가지 속을 채우고 오븐에 넣었다.


차와 머핀 & 가지 요리 & 요리하는 척

David는 음식을 담는 플레이팅에 신경 쓰는 편이다. 파스타, 쿠스쿠스를 곁들인 가지 요리로 구성된 메인 요리에 선물 받은 레드 와인을 곁들였다. 와인의 와자도 잘 모르는 나지만 와인이 참 잘 어우러지며 맛있었다. 너무 쓰지도 달지도 않아 잘 넘어갔다. 피곤해서 그런 것도 같기도.


하루의 마무리는 카드 게임

저녁을 맛있게 먹은 뒤 우리는 이야기를 하다가 카드 게임을 하였다. Ligretto라는 게임인데 우리 셋 모두 승부욕이 만만치 않아서 더욱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게임을 할 때는 말을 거의 안 하고 엄청 진지하다. 꽤 오랜 시간 게임을 하다가 우리는 지쳤는지 마지막 한 판만 하자고 했고 추가로 한 판을 더 한 후에야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끝나는 듯싶더니 Katia가 갑자기 방에서 Memory라는 게임을 꺼내왔다. Memory라는 게임은 비슷한 그림에 정말 미세한 차이점을 감지해서 같은 그림을 기억해서 찾아야 하는 게임이다. 다들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누구라도 빨리 찾아서 이 게임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 후 카드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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