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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19. 2016

문화 차이

젓가락 쓰는 외국인과 포크 쓰는 한국인 

사람을 만나는 여행

이제 목적지를 정했다. 이번 여행은 온전히 만남에 집중하기로 했다. 원래는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았다. 같은 유럽에 있지만 불과 몇 달 전과는 다른 느낌과 고민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라 이번에는 더욱 사람들과 어울려 여행하고 싶었다. 이 결정은 나에게는 생각보다 큰 도전이다. 나는 활동적이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선호하는 건 아니다. 하루 종일 다른 사람과 같이 있거나 함께 사는 것은 가족조차도 힘들다. 나는 활동적인 반면에 내성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이런 나의 생각을 뚫고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하겠다고 결심했다. 결심까지 필요했던 이번 일은 내가 그만큼 남들과 어울리고 나눌 때 생각보다 얻는 것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일단 불편함을 감수하는 법과 그 불편함이 오로지 나쁜 의미의 불편함만은 아니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남들과 깊게 어울리며 깨닫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가 내 인생에 깊이 들어오는 것이 부모님이라 할지라도 거부감이 들기 때문에 나 자신도 남들 인생에 깊게 관여하고 싶지 않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상대에게 그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면 서로 나누는 이야기와 삶은 큰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생각을 바꾸어서 행동하였더니 다른 세계가 열렸다. 남의 삶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 


남동생과 여행 일정을 잡다

남동생과 파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처음에는 일정이 맞지 않아서 만나기 어려웠는데 그냥 내가 파리로 가기로 했다. 군대 가기 전이니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실 파리로 가는 것 자체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내가 파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리는 영화 속 공간으로 좋다. 실제 가본 파리는 영상만큼 흥미로운 도시였지만 영상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바꾸고 남동생을 파리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된다. 


친구들과 수다 떨기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도 시간이 맞아 전화통화를 여러 번 하게 되었다. 몇몇 친한 친구들이 지금 각자 다른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 중에는 현지에 오래 산 친구도 있고 단기로 공부하는 친구, 나처럼 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친구들이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하고 현지 이야기를 들려줄 때 나는 문화 차이에 공감하지 못했다. 친구들도 외국인 친구가 많지 않아 현지 문화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고 문제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 차이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지난여름 여행에 비해 많은 것이 다르다고 느끼는데 그중 한 가지는 문화 차이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인들과 깊게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서 문화 차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차에 친구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D에게 물으니 더 충격적인 해석을 들었다. 문화 차이를 느끼며 충격을 받는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싶었지만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충격적일 필요는 없었다.



집에서 어제와 같이 집안일을 하다가 계획을 짜며 오전을 보냈다. 오늘도 주부가 된 기분이었다. D와 K는 내가 같이 살면서 요리와 집안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며 장난을 쳤다. 나도 생각보다 집안일이 싫고 의미 없게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여행하며 잠깐 하고 단정할 수 없지만.


한식의 날

오늘은 한식을 먹기로 한 날이어서 Asia 마트에 들렸다. 저번 중국 마트와는 다르게 향신료 냄새도 나지 않았고 재료도 모두 한국산이어서 더욱 친근했다. 

군밤은 한국에서만 파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I의 생일 선물을 샀다

어제가 K의 엄마인 I 생일이었고 K는 내일 그녀의 생일을 함께 보내기 위해 튀빙겐으로 간다. 나는 작은 선물을 준비하여 그녀에게 전달하였다. I의 집에는 다양한 차 종류와 캡슐 커피가 있었는데 차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차 가게를 찾아 세 가지의 차를 골랐다. 차 가게에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냄새를 맡고 고르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녀가 작게나마 웃음 지었으면 좋겠다. 

장을 보고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하다.
생애 첫 한식을 요리하다

장을 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니려니 힘들었다. 나는 이 세상의 주부들이 왜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지 공감이 되었고 요리는 요리 자체뿐만이 아니라 요리 전과 요리 후도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결론은 그냥 힘들었다는 것이다. 장을 보고 와서 서둘러 요리를 시작하였다. 노래를 틀고 나름 즐겁게 하면서 춤을 추고 있는데 D가 퇴근 시간보다 30분 일찍 와서 나는 요리를 하다 말고 소리를 질렀다. 잠시 놀란 후 나는 요리를 계속했다. 멈출 수 없었다. 대략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요리를 하였는데 K는 감감무소식이다.


김 반찬은 필수! 떡볶이와 소불고기 요리

 떡볶이와 소불고기를 앞에 두고 우리는 그녀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D와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오늘 모히토가 마시고 싶어서 모히토 냅킨을 사 왔다고 하자 그는 그녀가 오기 전에 빨리 모히토 재료를 사 오겠다며 홀연히 나갔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돌아온 D의 손에는 민트 화분이 들려있었다. 싱싱한 민트로 만든 모히토를 맛볼 수 있었다. 

싱싱한 모히토

한 가지 실수가 있었는데 한국 마트에서 파는 쌀은 양이 많아 별도로 한국인 점원에게서 추천받은 쌀을 REWE에서 구입하였다. 그 쌀은 한국 쌀과 가장 비슷한 맛을 내는 쌀로 밀크 쌀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독일어를 알지 못하여 Sweet이라고 쓰여있는 독일어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단 맛이 나는 쌀을 사와 밥을 했다. 결국 나는 한 수저밖에 먹지 못하였고 K도 몇 번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는데 이내 포기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D가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나는 포크를 사용하고 이들은 젓가락을 사용해서 우리는 모두 웃었다. 나는 젓가락 질이 아직도 포크만큼 편하지 않다. 나는 토종 한국인인데 어릴 때 젓가락 사용법을 제대로 못 배운 것 같다. K는 요리가 매우 만족스럽다면서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레시피 따위는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미리 만들어진 소스로 만들었으니까. 그래도 맛있었다.


편견과 가치관 

D가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K와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여행에서 그녀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는 모순된 가치관이 내 안에서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한국에서 살면서 내가 가진 가치관과 부딪힐 때가 많았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다른 외국인들이 접한 KOREAN이라고 말하는 특징과 부합되지 않아서 그들이 놀랄 때가 많았고 가끔 나도 그렇게 생각이 드니 내가 100% 한국적인 사고를 가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어느 면을 보면 나는 온전히 한국인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갑자기 대화 도중 가치관의 혼란이 왔다. 가치관을 정립해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딪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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