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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24. 2016

사람 차이

문화 차이라고 하기엔 헷갈리는 것들 

지금은 2016년 2월 24일 새벽 5시. 나는 한 동안 컴퓨터를 할 수 없었고 초등학교 겨울방학 숙제처럼 일기가 밀려있다. 그래서 간단히 적으려고 한다. 매일 기억한 것을 온전히 적는 것과는 다르게 지나간 후 남는 것들만 적는 건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나름 합리화를 해본다. 


그럼, 밀린 일기 시작.


19일의 일기

19일 금요일, 아침부터 딱히 쓸모없는 일들을 이것저것 했고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집을 나섰다. 트램을 타고 목적지 없이 가다가 어느 한 카페를 발견하여 충동적으로 내렸다. 카페에 들어갔다. 지인들에게 보내기로 했던 엽서를 드디어 쓸 수 있겠다 싶어 자리를 잡았다. 엽서를 꺼내어 써내려 갔다. 엽서 한 장을 쓰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각자에게 맞는 엽서도 고르고 엽서에 쓸 말도 생각하고 정성스럽게 글씨를 써 내려가니 한 장을 다 쓸 무렵에는 다른 엽서를 쓸 힘이 없었다. 그래서 가져온 스케치북에 엽서 그림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간단한 그림 같아도 막상 하면 내 마음 같지가 않다. 밑그림을 끝내 놓고 핸드폰을 보니 뮌헨에서 시간이 되면 만나자고 했던 친구의 친구인 P가 연락이 왔다.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나게 되어 저녁 시간이 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한 시간 뒤에 만나기로 하였다. 나는 P를 만나서 맛있는 저녁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앞서 D에게 독일 문화에 대해 질문했던 걸 똑같이 물어보았다. 생각보다 너무나 다른 대답과 반응이었다. 그는 독일인이지만 네덜란드, 미국, 호주, 오스트리아에서 살았었고 지금은 미국인과 결혼을 하여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한마디로 그냥 독일인이라고 하기엔 많은 문화권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D도 미국과 중국에서 지냈으니 또 다른 문화들이 섞여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나는 독일 문화에 관심이 생겼으니 독일 문화를 배울 거야라고 했는데 대체 어떤 게 독일 문화인지 감이 안 잡혔다. 생각해보니 나로서도 한국 문화를 정의 내리기란 쉽지 않지만 한 곳에서 살다 보니 어떤 것이 한국 문화인지 감은 있으니 독일 문화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조금 덜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P와 시내를 조금 걷다가 D와 저녁을 먹기로 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집에 도착할 때가 다 돼서야 번뜩 생각이 났고 집에 가니 D가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미안해서 D의 저녁 식사를 위해 버거킹을 따라갔다. 그리고 D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아우토반을 시속 200km가 넘는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그는 화가 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속 200km는 내 속을 휘저어놓았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어지러워 바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알록달록 뮌헨의 집 & 커피를 주문하면 꼭 작은 쿠키나 초콜릿을 준다 & 창 밖 잘생긴 흑인을 보고 행복했다
나의 첫 번째 엽서로 고른 그림을 보고, 예전에 그렸던 유화가 떠올랐다. To. 유화 선생님
성당은 호그와트를 떠오르게 한다. 내 어린 시절 영화, 해리포터!
뮌헨은 부자 동네임이 확실하다
P를 만나러 가는 길

독일 나무가 큰 건지 뮌헨 나무가 큰 건지 나무들이 크고 멋있다. 어느 물이 흐르는 곳은 주변이 모두 갈색이라 아늑한 느낌과 함께 반 고흐가 우울할 때 그린 그림 같았다.

만나자마자 찾아간 P가 소개해준 맛집.

P가 고객과 오려고 했다가 약속이 취소돼서 못 왔었다며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열심히 찾아갔던 햄버거집이다. 나는 바바리안 햄버거를 먹었다.

평소에는 밤에 거의 나오지 않아서 이번에 처음 본 야경
집 근처 호수

집에 돌아갔다가 D와 다시 나와 집 근처에 있는 유명한 성을 구경했다. 백조들이 있는 놀라운 광경에 감동했는데 사진으로는 전혀 담기지 않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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