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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24. 2016

느리게 흘러가는 하루 속 특별함

늦장 부리는 아침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늦게 일어난 김에 더 늦게 일어나고 싶었는지 깬 후에도 한참 동안 누워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한국에 있는 언니와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만 4시간이 훌쩍 흘러버리고 말았다. 물론 중간에 각자 밥도 먹으면서 옆에 있는 것처럼 조잘거렸다.


미술관 대신 성으로 

일요일에는 뮌헨에 있는 미술관이 대부분 1유로(약 1400원)라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다른 날에는 10배 정도 비싼 가격이라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꼭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늦장을 부린 아침 덕택에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그냥 집 근처에 있는 성에 흐느적 걸어갔다. 친구가 집 근처에 성이 있다고 해서 처음에는 어떤 성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말 그대로 넓디넓은 성이었다! 지난밤에 가보았지만 깜깜한 통에 희미한 잔상으로만 남아있었다. 오늘은 비가 온 후라 그런지 유난히 날이 맑고 햇살이 은은하게 비추어 성을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멀리서 살짝 보이는 순간부터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낮고 넓게 깔린 웅장한 구름이 푸른 정원과 하얀 백조와 더불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완벽한 날씨와 비가 내린 후 싱그러운 냄새에 너무 황홀해졌다. 행복이란 이런 거구 나하며 걷고 걷다가 나 혼자만 보기 아까워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잠깐 만난 터키인

천천히 거닐며 충분히 행복하고 있을 때 터키 사람 두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그들과 독일어를 못하는 나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자 갑자기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딸인지 모르고 갑자기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한국말에 마냥 신기해하며 몇 마디 주고받았다.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한국 사람을 알았는지 궁금하여 물어보니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신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그녀가 한국인인 줄 알았을 만큼 한국어가 유창하였다. 한국 드라마를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어 한국 어을 배웠다고 한다. 한국에는 와본 적이 없다고 하니 더욱 놀라웠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걸었다. 


황홀한 자연

어제 D가 해준 말에 의하면 이 성은 유럽에서 3번째로 넓은 정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성의 끝에서 끝까지 매우 여유롭게 걸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정말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색깔도 초록색과 갈색뿐만 아니라 하늘색, 에메랄드 색, 하얀색 등 다양한 색들이 어우러져 성을 채우고 있었다. 다양한 색만큼이나 나에게 다양한 감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일요일에다가 날씨까지 좋으니 정원을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도 이 근처에 살면 매일 아침 조깅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기분 탓인 것 같다. 해가 저물어가면서 눈 앞에는 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하늘이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고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색인 분홍색과 하늘색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사랑스럽게 물들어 있었다. 완벽한 하늘이다!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여서 혼자 분위기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감상을 이어가기 위해 근처 카페로 갔는데 3분 후에 문을 닫는다고 하였다. 역시 유럽이다. 빠르게 포기하고 버스를 타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버스를 잘못 타서 이상한 곳에 내리고 환승도 안 되는 독일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2.7유로를 2번이나 지불하여야 했다. 한국의 티머니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집으로 돌아가 보름달을 바라보며 노래를 듣다가 일찍 잠들었다. 


▼ 시간의 흐름으로 나열한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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