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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25. 2016

잘 지냈어요?

독일 시골에서 다시 만난 사람들

뮌헨을 떠나 뉘른베르크로

뮌헨에서 꽤 오랜 기간을 머물렀다. 떠날 시간이 왔는데 웬일인지 아쉽지가 않다. 충분히 머물렀고 충분히 나누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떠나는 아쉬움보다 다른 곳으로 향하는 기대를 한껏 누리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고 버스를 타러 갔다. 


반가운 뉘른베르크 사람들!

뉘른베르크는 뮌헨에서 멀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버스로 약 세 시간 거리를 달리고 나니 익숙한 광경이 보였고 나를 반겨주는 것 같다. 날도 좋고 노래도 마음에 들어 기분 좋게 할아버지 가게로 걸어갔다. 여름에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다리가 보이자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가게로 들어가니 S가 나를 알아보고 반겨주었다. 나는 가게에서 파는 생소한 채식 음식을 점심으로 먹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꼭 맞았다. 음식을 먹고 나니 한 껏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점심을 다 먹을 때쯤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나에게 말을 걸더니 함께 시내 구경을 하자고 하였다. 갑자기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시내 구경을 하자는 남자를 멀뚱히 쳐다보다가 S를 보니 할아버지의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나에게 보낸 문자를 보여주었다. 독일에 다시 오면서 번호가 바뀌어 문자를 받았던 못했던 것이다. 나는 어떻게 친구가 되었냐고 묻자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M의 아들이라고 하였다. 작년 여름에 1년 간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고 말했던 아들이었다. 


할아버지와 처음 만났던 장소 & 일하는 S


Hallo Anusch!

뉘른베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인 성에 가지 않았던 터라 A와 함께 성으로 향했다. 성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확 트인 시야는 항사 마음까지 트이게 만들어준다. A와 대화를 하다가 내가 네덜란드가 좋다고 하자 그는 마리화나 냄새가 난다며 손사래를 쳤다. 우리는 조금 걷다가 젤라또 가게를 발견했다. 내가 젤라또를 먹고 가자고 했는데 그가 사주었다. 나는 유럽 문화를 정말 모르겠다. 우리는 젤라또를 먹고 다시 가게로 돌아와 커피와 케이크를 먹었다. 나도 잘 먹는 편인데 그를 이기지는 못했다. 먹다 보니 아빠가 나에게 독일에서 연필 깎이와 연필 세트를 부탁한 것이 떠올랐다. 한국에도 파는데 까다로운 아빠는 독일에서 직접 구매한 독일산 물건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아빠를 위해 문구점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A는 길을 안다며 찾아주겠다고 함께 가보자고 했다. 그렇게 도착한 첫 번째 가게에서는 찾는 물건이 없었다. 두 번째는 백화점으로 갔다. 거기서 내가 원하는 크레파스를 샀을 뿐 아빠가 원하는 물건은 없었다. 세 번째 가게에도 없었다. 이쯤 되니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오히려 그가 사야 되는 거 아니냐며 걱정했다. 나는 크레파스를 샀으니 충분하다고 돌아가자고 했다. A가 언어 배울 때는 욕부터 배우는 거라고 독일 욕을 알려주었다. 돌아오자 기차를 타야 할 시간이어서 여름에 그랬던 것처럼 노란 사과를 먹으며 마을로 가는 기차를 탔다.


다시 돌아와 케이크와 커피 한 잔 
뉘른베르크 풍경


다시 독일 시골 냄새를 맡을 줄이야!

 작은 마을에 도착하니 공기의 온도만 변한 채 모든 것이 그대로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자 모두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뻔했다. 바로 차려진 저녁을 먹으며 어제 본 사이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머리색이 조금 어두워졌을 뿐 변한 게 없었다. 나는 여전히 독일어를 못하였고 그들이 싫어하는 스냅사진을 찰칵찰칵 여러 장 찍는 한국 여자였다. 그렇게 만난 게 고작 두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더욱 통하는 것이 느껴졌다. 한국과 독일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그냥 일상적인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사적인 비밀까지 모두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독일어로 농담은 못하지만 서로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 순간이 평생 가슴에 따뜻하게 남을 걸 그냥 알 수 있다.


아늑한 시골 집


차오른 달을 볼 때마다 마음도 자꾸만 차오른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걸 대화를 통해 알아차린 A는 자기 전에 책을 준비해주었다. 이런 새심 함이란!
자기 전에 책을 봤더니 꿀잠을 잤다. 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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