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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16. 2016

늘어나는 빚

감사한 사람들이 늘어나서 감사한 인생 

소소한 아침 시작은 인터넷을 타고

아침에 일어나자 어제 탄 스키의 여파 때문인지 온몸이 쑤셔왔다. 6시에 눈을 떴지만 무려 3시간이나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9시에 방에서 나왔다. K는 이미 회사에 가고 없었다. 나는 빵을 꺼내어 버터를 두껍게 올려 먹으며 노트북을 꺼냈다. 무심하게 밀린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밀린 일기를 써야 한다. 그리고 사진 정리도 해야 한다. 유럽에 있으면서 핸드폰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기에 밀려있던 메시지에도 답을 하고 남은 여행 계획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그러던 중에  지난여름 유럽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 연락이 와있었다. 이번 여행은 갑작스럽게 오게 되어 미리 말하지 못했다. 독일에 오자마자 유럽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룩셈부르크에 있는 친구들은 혼자 여행 온 나를 걱정하며 언제 올 거냐고 물어왔다. 나는 룩셈부르크가 너무 멀어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니 독일에서 만나도 좋다고 하였다. 나를 잊지 않고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집에 초대해준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룩셈부르크에 가기 위해 계획을 세울 참이었다. 뉘른베르크 할아버지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었더니 전화가 왔다. 바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할아버지는 언제든 와도 좋다면서 날짜를 알려달라고 하셨다. 나는 바로 이번 주 내에 가기로 했다. 네덜란드에 있는 친구는 2월에 한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여행을 오는 바람에 서로 엇갈려 아쉬워하던 참이었다. 그는 내 여행에 많은 조언을 해주었으므로 다시 만나고 싶었다. 내가 어쩌면 네덜란드로 갈 수도 있겠다고 말하니 그가 기뻐하며 꼭 조정해달라고 하였다.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놀라기도 했다.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다시 보고 싶다니! 마음이 통하면 뭔들! 나도 그들이 서울에 왔을 때 나의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고 싶다. 그들이 나에게 준 따뜻한 빚으로 나는 갚아나갈 목표가 생긴 것 같다. 


집안일은 힘들어 

밀린 일기를 쓰고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오후 4시가 되어서 나는 집안일을 해보고자 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엄마가 모두 해주어서 몰랐던 걸 갑자기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부담스러웠다. 서툴지만 이것저것 하고 나니 6시가 넘어서 나는 근처 마트에 갔다. 오늘 처음 하는 외출이다. 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마트에서 우유와 디저트를 사고 집에 돌아왔다. 잠깐 사이의 외출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열쇠! 유럽 아파트는 오래된 건물이라 모두 열쇠로 열어야 하고 간단히 열리지가 않는다. 돌리고 누르고 돌려야 열리는데 나는 열 때마다 어렵다. 그래서 나는 여러 번 시도 끝에 그냥 포기하고 느긋하게 K를 기다리고 있었다. 10여분 지나자 K가 와서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저번 베를린 여행에서는 한 시간 동안 씨름하다가 결국 놀이터에 있던 아주머니에게 부탁했던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번호로 여는 출입문 자물쇠와 비데, 온돌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야 한다.


오늘의 저녁은!

우리는 호박 수프를 만들기로 하였다. 호박을 좋아하지만 내 손으로 잘라본 적은 없어서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처음이니 잘 자르지는 못 했다. 깍둑썰기로 자른 각종 재료를 요리를 도와주는 기계에 넣고 조리하였다. 조리가 끝날 때까지 애피타이저로 빵과 아보카도, 올리브를 먹었다. 거기에 그릭 샐러드를 먹었는데 모두 입맛에 맞았다. 올리브는 그저 그랬다.



호박 수프가 다 되어서 맛을 보았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크리미하고 점성이 있는 호박 수프를 기대했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흐르는 액체 타입의 수프였다. 질감이 달랐지만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D가 와서 함께 디저트를 먹었다. 나는 치즈 케이크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독일 전통 케이크라고 하였다. 차와 함께 티타임을 가졌다. 오늘 하루는 별거 없는데 매우 피곤했다.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집안일은 일과 일상의 경계가 없어 힘든 일인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집안일을 업으로 하는 분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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