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 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 록 Feb 24. 2016

비가 우울하게 내리던 3시간

 

우울하게 기억된 토요일

 D와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가기로 한 날이다. 멋있다고 소문난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일찌감치 멀어서 엄두도 내지 않았었다. D가 먼저 꼭 가봐야 한다고 같이 가자고 하는 바람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고맙고 행복한 날이 왜 지금 글을 쓰는 이 시점에는 우울하기만 한 걸까. 나흘이 흘러 그 날을 떠올리면 우울하기만 하다. 바깥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며 우울함으로 온몸을 적시고 싶은 건지 우울한 음악까지 틀어놓고 나는 3시간 내내 생각만 했다. 


20일 토요일

일어나자마자 평소와 다르지 않게 아침을 먹고 D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2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성에 도착했다. 예상치 못한 인파에 줄을 한참 기다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산을 오르듯 성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즐거웠다. 그런데 D가 길을 올라가면서 느껴지지 않냐고 물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마냥 성을 볼 생각에 들떠있던 나는 D의 한마디에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D는 내려가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본다고 하였다.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변을 의식하게 되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D는 자신의 예전 중국인 여자 친구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머물 때 중국인 여자 친구와 길거리를 다니면 딱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았다고 한다. 기분이 이상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이상한 기분으로 도착해서 돌아보았는데 훌륭했다! 왕은 자신이 감명받은 오페라를 성에 옮겨놓았다고 하는 설명을 들었을 때 역시!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충분히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오면서 따뜻한 와인을 마시고 싶었으나 운전을 해야 하는 D 때문에 나중에 마시기로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너무 피곤한 나머지 2시간 내내 자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운전자 옆에서 잠자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들 하는데 D가 괜찮다고 했으므로 그냥 편하게 잤다. 집에 도착하니 D는 곯아떨어졌다. 나는 방에 들어와 창 밖을 바라보고 누웠다. 비가 점점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조용한 동네라  빗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는 내가 우울할 때 듣는 노래를 빗소리와 함께 들으며 감상에 빠졌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배가 고파서 움직일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다. 가만히 잠도 들지 않은 채 온전히 의식의 흐름에 집중하였다. 여행 온 후 온전히 생각만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시간만 자겠다고 들어간 D는 3시간이 지나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운전을 4시간 동안 하였기에 그럴 만도 하다. 성에 왔다 갔다 구경하느냐 우리는 점심도 먹지 못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자며 D가 꽤 자주 가는 근처 식당으로 갔다. 나는 바바리안 음식을 주문하고 한 입을 먹자마자 시장이 반찬이라는 명언을 새기며 매우 행복한 식사를 했다. 배불리 먹고 집에 오자 우리는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니 뭔가 허전해서 영화를 한편 보자고 했다. <Her 그녀>을 보는데 날씨와 참 잘 어울렸다. 영화를 본 후에 D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문화 차이보다 사람마다 차이가 생긴다는 느낌이다. 

 

노인슈반슈타인 성
엄청 더러워진 차를 보고 빵 터진 우리 & 비가 내리는 우울한 시간


맛있는 바바리안 음식


매거진의 이전글 외면했던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