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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Mar 10. 2016

마드리드에서 6년 만에 만난 T

ALSA 버스 타고 7시간 달려 마드리드

버스로 와서 버스로 떠나다
들어올 때 나갈 때도 같은 문을 통해서였지만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바르셀로나로 들어서는 통로였던 문이 오늘은 반대로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통로가 된다. 다들 바르셀로나가 멋지다고 했지만 전혀 기대 없이 온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떠나면서 기대를 품게 되었다. 이미 한번 만난 소개팅 상대를 두 번째 만날 때 더 기대하게 되는 것 같이. 나중에는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첫 날 봐 두었던 매표소를 찾아간다. 재빨리 사이트에 들어가 비교해보니 고작 0.01유로(13원) 싸다. 매표소 앞에 있는 기계를 시도해보기로 한다. 표를 구매한 후 10분을 남겨놓고 무사히 버스에 탑승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되자 녹초가 된다.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가만히 그냥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다가 글을 끄적이다가 가만히 있는다. 7시간은 그러기에 충분하다. 

스페인 ALSA 버스



유럽 여행을 하면서 기차 대신 버스를 주로 이용했던 나는 웬만한 버스는 다 타봤다고 말하고 싶다. 이게 뭐라도 되느냐 싶겠지만 타다 보니 편한 버스도 있고 무지하게 불편한 버스도 있고 추억이 생긴 버스도 있고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를 만나는 버스도 있었다. 그래서 난 버스 여행을 무척 애정 한다. 독일 Flix 버스, 폴란드 Polski 버스, 런던과 파리를 오갈 수 있는 Mega 버스. 그리고 스페인에는 ALSA 버스가 있다. 


스페인 ALSA 버스 특징


1. 바르셀로나-마드리드 구간은 7시간이 걸린다.

2. 가격은 32,14유로. 여기에 수수료가 붙는데 매표소와 인터넷, 매표소 앞 기계에 따라 다르다. (창구는 2, 86유로, 인터넷은 2,91유로, 기계는 1유로) ALSA 버스를 제외하곤  주로 인터넷으로 결제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 자리가 있는지 확인한 후 기계로 결제하는 걸 추천한다.

3. 운전사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본 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와이파이가 너무 느려 인터넷을 하겠다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4. 비행기처럼 조그마한 스크린이 달려있고 여러 가지 콘텐츠가 들어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이 수록되어 있어 심심하지 않게 갈 수 있다. 영화는 열의 아홉이 스페인어 더빙이다. 나는 그 10%로 된 영어로 된 영화 중 500일의 썸머를 찾아보았다. 

5. 지정 좌석제다.

6. 창문에는 커튼이 없지만 선탠이 되어있어서 햇빛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큰 창으로 바깥구경을 할 수 있어 즐겁다.


마드리드에서 다시 만난 T

바르셀로나에서 7시간을 달려 도착한 마드리드는 이미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내가 마드리드에 온 이유는 고등학교 시절 만난 T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일본 캠프에서 T를 만난 지 6년 만에 마드리드에 있는 T의 집에서 다시 만났다. 꼬박 6년 만에 다시 만나 마주한 우리는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그만큼 오랜만이었고 세월의 틈만큼 너무나 반가웠다.

메트로 1회권 / K가 사용하는 만능 조리기구를 T도 사용 중 / 스페인 사람들은 늦은 저녁을 먹는다

T는 뮌헨에서 K가 사용하는 만능 조리기구를 사용해 저녁을 해주었다. 정말 만능이긴 만능인가 보다. 늦게 도착해서 저녁 식사가 함께 늦어진 거라 생각해 미안해하니 T는 스페인 사람들은 원래 저녁을 늦게 먹는다고 한다. 우리는 깜깜한 9시에 함께 저녁을 먹었다. T가 차려준 정성스러운 요리는 내 입맛에 딱이었다. 모로코 음식 후무스와 스페인 햄과 치즈, 호박 수프와 빵 그리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초콜릿 푸딩으로 입가심을 하고 마지막으로 차와 견과류까지! 배가 터진다는 게 이런 건가. 우리는 먹느냐 이야기하느냐 입을 멈출 수가 없었다. 

T와의 만남은 어떤 순간보다도 가장 놀라웠고 설렜다. T는 6년 전 모습과 놀랍도록 똑같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변한 것이 없었지만 T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고 한다. 마이크로 소프트에 다니던 T는 스페인 경제위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지금은 전공인 저널리즘과 관심 있는 요가를 결합하여 요가를 가르치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나도 요가와 건강한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 우린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우리는 서로 졸리고 피곤하지만 말을 멈출 수 없어 자정이 넘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에서 T를 만난 당시에는 2주를 함께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과 회사원이라는 차이 때문인지 한국과 스페인이라는 차이 때문인지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6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결이 맞아 훨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6년 전 서로 몰랐던 새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놀라운 사실도 있었다. T와 함께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자 반응이 뜨거웠다. 캠프에서 만난 후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이 모두 댓글을 달아주었다. 우리가 하나의 연결 고리가 된 것 같다. 다시 그들을 만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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