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gsari Dec 23. 2022

마침내, 여행 2

안식과 지적 탐구의 사이에서 여행하기 - Wien

2022. 07. 19 Tue

Secondhands bookstore in Wien

쉬는 여행과 배우는 여행.

종종 성향을 묻는 설문에서, 나의 취향을 알고 싶은 누군가에게서 받는 질문이 있다면 휴양지와 관광지에 대한 선호이다. 기어코 선호에 대한 무게를 가려낸다면 관광지를 선택하겠지만 누구에게나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물장구치는 휴양지에 대한 환상은 있다. 나 또한, 이탈리아 여행 중 리오마조레 해안에서 헤엄치던 기억이 바티칸 궁전 투어보다 뚜렷한 것을 보면 휴양지와 관광지에 대한 구분은 여실하게 무너진다. 그럼에도 여행의 취향을 나누어 본다면 쉬는 여행과 배우는 여행이라는 경계선을 그어 본다.


발리에서 인생 처음 서핑을 배운 것, 파리에서 본 그림들보다 투어 후 먹은 사누끼우동이 더 그리운 걸 보면 그 경계도 모호하기 짝이 없다.

언제, 어떤 여행에서든 배움과 휴식은 공존한다.


VIN

비엔나의 3대 카페 'DEMEL'

비엔나 여행에서 우리가 정한 theme은 벨베데레 오스트리아 갤러리아에서 클림트의 '키스'를 관람하는 것 정도. 

여행지에 대한 지식이 전무, 관심마저 부족한 곳이었다. 심지어 비엔나 가서 비엔나커피 마시기! 비엔나 소시지먹기! 라고 외치고 출발했으니까.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셀린과 제시는 하루 동안 비엔나를 여행하며 사랑에 빠진다. 비엔나를 여행하기 전의 나 또한, 그 둘의 설렘과 사랑놀이에 함께 빠져 비포 시리즈를 감상하고 있었다. 여행 이후, 비포 시리즈의 시작이자 셀린과 제시의 인생 여정의 첫걸음이 비엔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만으로 완벽한 서사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는 데에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10분 정도 거리를 걷다 우연히 들렀던 secondhands bookstore에서 발견한 Aesop's fable로 설레기 시작한 나는 마주하는 모든 북스토어에서 차곡차곡 책을 샀는데(읽지도 못하면서) 여행지 어떤 곳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욕심으로 양손 가득 무거워졌다.

내가 탐독하는 이유는 책에 인생의 꼬인 매듭에 대한 해답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책이 내포한 교훈, 시사하고자 하는 보다는 화자가 선택하는 순간의 선택,  순간 사용한 문장과 단어에서 해답을 얻는다.   문장으로 원하는 해답을 얻기 위해 500페이지를 고단하게 읽곤 한다. 그에 비해 주인공에 대한 공감은 부족한 편이다. 특별히 주인공에게 응원도 비난도 하지 않고 무심하게 읽어 내린다. 주인공의 인생은 주인공이 선택하고  인생은 내가 선택할 터이니.


Gustav Klimt(1862-1918) 

<The Maiden,1913>

클림트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그림.

한국의 포털 사이트에서는 작품에 대한 부연으로 순종적으로 잠든 여자의 모습, 관능적인 모습, 다산과 풍요로 보이는 여성상, 섹슈얼한 요소들만을 설명하고 있다. 

벨베데레 궁전의 그림 앞에서 가이드가 말했다.

그림의 여자들은 클림트가 사랑한 여인인지, 지인인지,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얼굴들은 모두 한 사람이며, 어떤 얼굴과 모습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처녀라는 제목 때문에 다양한 해석에 대한 잠재가 가두어진 작품이지만 우리는 누구나 무궁무진할 수 있다. 혹은 그림의 대상을 향한 클림트의 시선에 담긴 애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 모든 얼굴에 대해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혼자만의 감상평 끝-


작가의 이전글 조르주 페렉-사물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