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확정이고, 친구의 본명은 김수빈입니다.
여행 중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로마에서 바티칸 궁전 투어 중 박서연(가명)은 숙소 키를 잃어버렸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혼자 뛰쳐나가더니 새 키를 구해왔다. 발리에서는 아야나 체크인에 필요한 박서연의 여권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 내 캐리어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한 시간 정도 사색이 되어 아야나 로비에서 캐리어를 털었다.
작년 여름, 박서연(가명)과 나는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공항에서 부다페스트-이스탄불행 항공권 이후 이스탄불-인천 항공권이 캔슬된 것을 보딩 타임 한 시간 전 알게 되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우선 이스탄불까지 비행을 했고 터키항공과 전투를 시작했다. 항공권이 캔슬된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메일로 미리 전달되지 않은 점을 얘기했지만 항공권 판매 대행사의 책임이라는 대답이 전부였다.
우리는 도쿄행-인천, 카타르행-인천행 항공권을 찾아 두고 최종, 최종, 최종 선택으로 1200만 원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까지도 방법 중 하나로 준비해 두었다. 물론, 선택할 생각은 없었다.
대화를 이어가는 와중에 여러 번 담당자가 바뀌었고 최종 보스는 제일 강력하게 본인들의 책임은 없음을 얘기했지만 적절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끝끝내 캔슬된 좌석을 얻어 계획한 항공권과 동일한 항공편에 탑승할 수 있었지만 그 시간은 아찔한 해프닝 상위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카이막 먹으러 공항 밖으로 나갈 시간을 빼앗겨 조금 화가 난다. 아직도 기억나는 이름인데, Borisin Yeri 거기가 진짜 맛집이라던데.
(그리고 쓰고 보니까 박서연이 문제인 것 같다.)
여행의 동행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취향과 선호에 대해 파악하고 맞춰가는 것,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로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무사히 돌아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동행으로서의 태도에 몰두해 왔다.
하지만 해결이 필요한 크고 작은 사건 앞에서 상대방에 대해 꽤 많은 부분을 읽을 수 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각자 어떻게 인식하는지(어느 정도의 강도와 세기), 문제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감정을 드러 내거나 통제하는 방법, 비슷한 온도의 감정을 갖고 적절히 드러내면서 공감할 수 있는가, 문제 해결을 위한 속도의 호흡, 해결의 방식에서 가치관의 우선순위 정렬이 각자에게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 범위인지.
이 모든 것에 큰 차이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환상의 호흡이 아닐까.
그 환상의 호흡을 위의 두 친구들과 매번 맞추었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였다고 마무리하면서
실명 거론에 대해 심플하게 사과를 전하고 싶다.
여행은 극적인 상황과 익숙지 않은 환경에 던져지는 순간이자, 지극히 일부의 모습일 뿐이다.
오히려 심플한 단면일 수 있다.
우리는 꽤 오랜 세월 가족, 친구, 연인 그리고 직장 동료와 동행으로서 긴 호흡을 하고 있다. 환상의 호흡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거나 직장에서는 함께 성과를 내기도 한다.
때로는 관계가 흐트러지고 부서지는 과정 앞에서 우리는 부자연스럽게 숨을 몰아 쉴 수도 있다.
동행은 호흡을 맞추고 함께 길을 걷는 것이라는 의미다.
애초부터 나의 동행이 어떤 사람인 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숨을 쉬고 걷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