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 오기만을 이렇게나 바라다니

by 스루기

이 글이 아기가 나오기 전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예정일대로라면 3주정도 남아있지만, 아기가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나머지 시간을 귀히 여기며 마음의 준비를 하며 보내려 한다. 남편과 나는 둘이서 보내는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지났고, 그 어느때보다 잔잔하지만 긴장감 있는 연말을 보내는 중이다.


임신 막 달에 들어서면서, 몸에선 급격한 변화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갑작스러운 출혈에 놀라 분만실에서 4시간 넘는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고, 어느 날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골반이 빠질 것 같은 통증에 놀라 하루 종일 누워있기도 했다. 아기가 내려올 준비를 해서 그런지, 날이 갈수록 새로운 곳의 불편함과 고통이 추가되었고 배 속 아기의 태동도 제법 묵직하게 느껴져 서로가 편한 자세를 찾아야 하는 순간도 있다.


나름의 출산가방을 싸 두었지만, 아직까지 자연분만이 가능할지 제왕절개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닥친 상황에 대처가 잘 될지 걱정이 앞선다. 유튜브에서 각종 출산 브이로그를 찾아보다 보면 다들 나보다는 강하고 잘해내는 것 같고, 밤새 뒤척이며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큰 미션을 앞두고 우왕좌왕하는 꿈을 꾸다 보니 늘 잠이 오는 건 기본이다.


지난 봄 아기가 지은 작은 동그라미 집을 처음 보고 온 날의 설렘을 떠올리고, 각종 검사를 잘 통과해준 아기에게 감사하던 마음을 생각하고, 임당판정을 받고 눈물을 펑펑 쏟은 그 날을 추억하다 보니 이제 정말 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나오는 순간까지 건강하고 무탈하길 바라는 없어지지 않는 걱정도 함께이다.


여기서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일명 ‘빠른’으로 나이를 계산하는 제도가 사라지면서 12월 생 아기와 1월 생 아기는 며칠 차이이지만 1학 년이 차이 나게 되면서 이왕이면 1월에 태어났음 하는 마음도 생겼다. 글을 쓰는 이 시점부터 1월까지는 정말 말 그대로 손에 꼽을 정도로 며칠 남지 않아 그 사이에 거사가 생기지 않기를 조심스레 바라는 중이다. 남편도 은근히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생겼는지, 부쩍 내가 하기 부담스러운 작은 일들을 대신 해주는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어 그 모습에 행복하다. 언제 또 남편이 머리를 말려주고, 발톱을 깎아주고, 물을 매 번 가져다 줄 지 모르니 이 모습과 시간을 늘 기억하고 싶다.


<요즘의 낙은 간식으로 하나씩 까먹는 귤 / 출처: 핀터레스트>


이번 한 해를 함축하자면, 감사함의 연속이었다. 처음 겪는 감정들이 가끔은 다루기 어려웠지만 그보다 큰 행복함에 젖어 이 시간들을 지나온 것 같다.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은 날들을 잘 지나, 기쁘게 아기를 만나고 싶다. 아기를 만나게 되면 새로운 시간 새로운 나를 마주하겠지만 그 새로운 프로젝트도 하나씩 잘 해낼거란 믿음을 가져본다. 스스로에게 힘을 주고 싶다. 안녕, 2022. 안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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