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속 작은 동그라미를 만난 이후부터 내 몸은 거짓말처럼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었다. 아주 작은 증상이 나올 때마다 네이버에 ‘임신+키워드’ 식으로 검색을 했고 유튜브 속 베테랑 엄마들과 인상 좋은 의사선생님들의 말은 나를 안심시켜왔다. 임신을 하고도 하루에 커피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들 했지만 걱정 많고 겁 많은 나는 매일 두 잔 씩 마시던 커피도 끊고 꾹 참았다. 이건 정말 대단하다 인정한다.
그것도 부족해 임신, 출산과 관련된 앱도 4개나 깔았다. 친한 친구들은 아직 결혼 전이고 임신과 관련해서 물어볼 사람 이라고는 30여년 전 아이를 출산한 엄마 뿐이라, 늘 궁금증이 넘쳐났다. 사실 나는 계획적이고 꼼꼼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게 더 편한 사람이라, 결혼 준비도 3개월정도 안에 다 끝냈고 이직도 당일 결정해버린 적도 있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 철두철미해질 수 있다니 스스로 놀라웠다. 물론 내 기준에 서겠지만!
그러다 앱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40에서 60명 사이의 임산부들이 있었고, 다들 나와 비슷한 예정일을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몸의 증상들과 궁금증이 고만고만했다. 처음엔 입덧과 입덧 약이다가, 그 다음엔 기형아 검사와 정밀초음파, 그러다가 성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린 꽤 진지했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서로의 배 사진은 공유할 만큼은 친밀했다. 각자의 저녁메뉴에 대해 열띠게 응원해주었고, 새벽의 두통과 어지러움을 걱정해주었다.
어느 날 문득, 어떤 분이 말문을 열었다. 임신 이후 생긴 변비로 고생 중인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얼만큼 또 얼마나 오래 힘을 주어도 될까 에 대해 고민이라는 거였다. 그러자 너도나도 자신도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다며 공감했고 그 이야기는 점점 발전해 서로가 하루에 몇 번 일주일에 몇 번이나 똥을 누며 똥이 어떤 상태인지까지 공유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변비를 이길 수 있는 푸른주스와 유산균과 온갖 과일종류를 늘어놓으며, 마치 우리가 힘을 합치면 변비라는 악당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화장실에서 이렇게 힘을 주다가 나의 작은 아기가 나와버리면 어쩌지 라는 상상을 한 적 있었고, 어딘 가에서 자궁수축이 올 수 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읽은 이후로는 더 더욱이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걸 기억하면 우스울 거다. 그렇지만 우리 채팅방의 엄마들은, 아니 사실 이 세상의 모든 이제 막 엄마가 된 우리는 이렇게나 걱정도 고민도 많다.
엄마라는 말은 아직 내가 불러야하는 말이지, 들을만한 단어가 아닌것만 같다.
그렇지만 나만 붙잡고 힘내고 있을 나의 아기에게
걱정은 많더라도 용기있는 엄마가 되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