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장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by 박시룡

내가 처음 예수를 믿는다고 했을 때는 예수가 세상의 진리를 가르치는 스승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는 남다른 어린 시절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성경을 펴 들고, 한 군데 나와 있는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그 대목을 읽고 어린 예수가 신동이라 여겼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는 신동도 아니고 인류의 스승도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일반 종교에서 말하는 성인도 아니었습니다. 우리와 같은 육의 몸으로 아주 잠시 그의 존재를 보여주셨을 뿐, 여전히 그는 살아계신 하나님이십니다. 존 번연은 하나님의 심판에 몸을 떨고 있는 한 나그네의 모습을 시작으로 천로역정을 써 내려갔습니다.



천로역정의 크리스천은 세상의 광야를 헤매다가 동굴이 있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하고 짐을 풀었습니다. 그러곤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을 꾸었습니다. 지저분한 옷을 입은 남자가 자기 집을 외면한 채 서 있었습니다.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등에는 무거운 짐을 짊어졌습니다. 그 남자는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보니 눈물을 쏟으며 몸을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는 듯 큰소리쳤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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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2023)


크리스천이 펼친 책은 성경이었습니다. 그 성경 속 무엇이 그들 덜덜 떨게 했나요? 베드로후서 3장 10절 '주의 날이 도적같이 오리니 그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풀어지고 땅과 그중에 있는 모든 일이 드러나리로다.' 계속 성경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등에 짊어진 무거운 짐이 생각났습니다. 그 짐은 그가 지은 죄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 짐 속에는 그동안 했던 거짓말들, 남을 속였던 것들,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저주의 말을 했던 것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아내와 자식들을 설득했습니다.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는 어떤 길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나 자신은 물론 우리 가족 전체가 모두 죽게 될 거야." 이 말을 듣고 그의 가족은 무척 놀랐습니다. 그가 한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그가 광증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히려 크리스천을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습니다. 가족의 설득에 한계를 느낀 크리스천은 혼자 순례길을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황의 시절

내게도 이런 좌절감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고교시절 무척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왜 나라는 존재가 이 땅에 태어났는지? 그리고 죽으면 어떻게 되지? 크리스천처럼 내가 죄라는 짐을 짊어졌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내 위로 누나가 셋이 있었고 밑으로는 남동생이 둘, 그리고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집 안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지금 세월을 더듬거리며 먼지가 쌓인 지난 60년 된 낡은 일기장을 열어 보려 합니다.


그때 우리가 살던 곳은 비탈진 골목길이라 부서진 시멘트 계단이 있었고 집들이 계단 양옆을 두고 빽빽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누나가 엄마가 아껴둔 옷을 꺼내 입고 윗집 오빠를 만나는 현장을 내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나는 엄마에게 일러바쳤고, 그때만 해도 집은 가난했지만 내 부모님은 딸에 대해 매우 엄격했습니다. 아마 그때는 딸을 가진 부모라면 모두 그러했을 겁니다. 그 후로 누나는 외출 금지령이 내려졌고, 나는 누나를 감시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런 누나가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 병을 앓고, 시신경 뇌후엽 종양 제거 수술 중 깨어나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갔을 때, 삶이 무엇인지 느꼈을 때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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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오빠 (2016)


이런 일을 겪고 난 뒤 친구의 소개로 고등학교 옆에 있는 미국인 선교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성서침례교회를 다녔습니다. 교회를 다니면서 그때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고, 침례(세례)도 받았습니다. 처음 신앙을 가졌을 때는 예수께서 우리 죄를 위해 이 땅에 오셨다는 생각보다, 예수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어떻게 아빠인 요셉과 잠을 자지 않고 예수의 모친 마리아 혼자서 예수를 낳았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연과학자로 동물 중에도 수컷과 교미하지 않고 암컷 혼자 미수정난에서 수컷이 태어나는 현상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일이라 생각하고, 지금은 믿음을 가지고 예수님을 바라보지만, 그때는 신앙이라기보다 성경이 모두 의문투성이로 내게 비추어졌습니다. 물론 그때는 내게 예수님의 어린 시절도 참 궁금해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그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딱 한 군데 등장합니다. 성전에서 랍비들과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눅 2:41-52)입니다. 어린 시절 예수님의 모습에서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기 보다 '소년 예수는 참 영특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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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예수, (2021)


성경은 예수의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쓰고 있지 않습니다. 약 30살 정도의 청년으로 성장 한 예수는 세례 요한으로 부터 세례를 받고 광야에서 40일 금식 후 마귀의 시험을 이겨낸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그는 이 땅에서 3년이라는 짧은 공생애를 사셨습니다. 나는 성경을 통해 예수의 3년의 공생애를 읽고 수채화 그림을 그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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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받으시다(2023)


시험을 받으시다(마 4:1-11)

예수께서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그곳에는 마귀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밤낮으로 사십 일동안 금식하며 시험에 대비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허기가 극에 달했고, 마귀는 첫 번째 시험에 그 점을 이용했습니다. "너는 하나님의 아들이니, 이 돌들한테 말해서 빵 덩이가 되게 해보아라." 예수께서 신명기를 인용해 답하셨습니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 입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말씀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시험으로, 마귀는 예수를 거룩한 도성으로 데려가 성전 꼭대기에 앉혀 놓고 말했습니다. "너는 하나님의 아들이니, 뛰어내려 보아라." 마귀는 시편 91편을 인용해 예수를 몰아세웠습니다. "그분께서 천사들을 시켜 너를 보호하게 하셨다. 천사들이 너를 받아서 발가락 하나 돌에 채이지 않게 할 것이다." 예수께서 신명기의 다른 구절을 인용해 응수하셨습니다.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마라."


세 번째 시험으로, 마귀는 예수를 거대한 산 정상으로 데려갔습니다. 마귀는 선심이라도 쓰듯, 지상의 모든 나라와 대단한 영광을 두루 가리켜보였습니다. 그러고는 말했습니다. "전부 네 것이다. 무릅 꿇고 내게 경배하기만 하면 다 네 것이다." 예수께서 딱 잘라 거절하셨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그리고 세 번째로 신명기를 인용해 쐐기를 박으셨습니다. "주 너의 하나님, 오직 그분만을 경배하여라. 일편단심으로 그분을 섬겨라." 시험은 끝나고 마귀는 떠났습니다. 대신에 천사들이 와서 예수를 시중들었습니다.


나의 청소년 시절

마귀는 40일간 금식으로 허기진 예수를 앞에 두고 세상의 물질과 지위를 약속하며 자기에게 경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마귀의 시험을 물리치시는 예수를 보고 그가 얼마나 하나님 말씀으로 무장한 청년시절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내게 이 순례의 여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날 유혹하는 마귀의 시험을 물리쳐 줄 것을 간구하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한창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였습니다. 그때 나는 의대를 들어가고 싶어 했습니다. 서울대 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으나 서울대 갈 성적이 나오지 않아 늘 불안해하며 살았습니다. 내 실력으론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예수님께 기도했습니다. 성경엔 믿고 구하면 모두 들어 주신다 했는데, 예수님은 나에게 응답해 주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왜 날 서울대에 들어갈 실력으로 태어나지 못하게 했는가?',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나에게도 나를 낳아준 어머니가 계십니다. 어머니는 날 잘 먹이고 학교 보내기 위해 일을 하셨습니다. 대전에 있는 목척교 옆 은행이 하나 있었는데, 은행 옆 한 모퉁이에 작은 점포 하나를 차렸습니다. 점포라기보다 가건물이었습니다. 요즘 길거리에 있는 신문 판매 매점 정도로 생각됩니다. 은행 옆에 위치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금융거래를 인터넷으로 하고 있지만, 그때는 모두 자전거를 타고와 은행에 볼 일을 봤던 시절이였습니다. 점포의 주목적은 자전거 도난으로부터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은행이 손님의 자전거를 지켜주는 조건으로 가게운영을 허가한 것입니다. 그래서 손님들이 자전거를 거치대에 주차를 하면 일일이 나가서 번호표 하나를 자전거 손잡이에 걸고, 다른 하나는 손님이 소지하고 은행 볼일을 본거지요. 눈을 부릅뜨고 지켜도 가끔씩 자전거 도난사고가 생겨 자전거 값을 몽땅 물어내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그 가게에서 아버지는 자전거를 지키는 역할을 하셨고, 어머니는 재봉틀 하나를 마련하시고 창호지를 풀로 붙인 천에 학생들과 군인들의 명찰을 새겨주는 일을 하셨습니다. 신학기가 되면 명찰 새기는 단체 주문도 많았습니다. 납품 기일에 맞추느라 밤잠을 주무시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잠자리인데도 불구하고 재봉틀 소리가 나지 않고 어디서 신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깨어보니 어머니는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계셨고, 머큐로크롬이라는 빨간 약만 바르시며 고통을 참고 계셨던 것입니다. 일반 재봉틀은 노루발을 장착하고 미싱바늘이 움직이는데, 명찰을 새길 때는 노루발을 장착할 수가 없습니다. 양 검지손가락 끝이 노루발 역할을 하고 재봉틀 바늘이 모터의 힘으로 상하로 움직여 명찰이 새겨집니다. 그날은 어머니가 며칠밤을 주무시지 못하고 명찰을 새기고 계셨습니다. 깜박 조는 순간에 미싱 바늘이 어머니의 손가락을 꿰매고 말았습니다.


내 아버지도 자식들과 아내 사랑은 남 못지않으셨습니다. 명찰가게를 차린 것도 아버지셨습니다. 은행 옆이 목이 좋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은행에 오는 손님들의 자전거를 봐준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은행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입은 명찰가게가 전부였습니다. 명찰가게가 제법 잘 되자, 군인들의 명찰과 계급장 같은 장신구를 납품하는 일도 하셨습니다. 지금은 군인들과 공무원들도 꽤 청렴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납품일에 의례 상납과 뇌물이 판을 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일에는 아버지께서 납품 검수관들을 상대로 술대접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술대접이 잦아지자 아버지는 어느 날 알코올 중독자로 변하셨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아무도 예수를 믿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들어올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 날은 한번 술에 취하면 어느 순간 미친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일단 과음이 시작되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온 날이면 식구들을 깨우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광인으로 변한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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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가족 (2005)


성경은 술에 취하지 말라 합니다. 마귀의 지배를 허락해선 안된다는 뜻입니다. 내 아버지가 예수를 믿고 술을 끊었을 때는 이미 뇌졸중으로 병석에 오래 누워있다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 술 귀신은 동생의 몸속에 들어간 건 아닐까요? 그도 과음할 때면 제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행동했습니다. 결국 동생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내 가족을 보고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절망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동안 해온 우리 가족의 가업도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가난은 버틸 수 있었지만, 우리 가족들의 영혼만큼은 이대로 마귀에 다 내주고 굴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와 누나들과 동생들에게 하나님께 우리 가족의 삶을 맡겨드리기로 작정했습니다.


내 안에 일하고 계신 하나님의 활동을 신뢰하고 있는 지금의 내 삶 속에는 하나님의 성령이- 살아 숨 쉬고 계신 하나님이!-계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제 내 안에는 새로운 힘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동안 세속에 이끌려 내 마음대로 살아왔던 삶은 결국 인생의 막다른 길에 이를 뿐, 하나님께 주목하는 사람들은 탁 트이고 드넓은, 자유롭고 다함없는 삶으로 이끌려 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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