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함으로부터 내 피부를 구조하라!
왜 겨울만 되면 얼굴이 훨씬 더 칙칙해지고, 주름도 많아 보이고, 더 늙어 보이는 걸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겨울철의 건조한 날씨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겨울 내내 건조한 날씨만큼이나 우리의 피부도 사막처럼 메말라갑니다. 피부는 몸의 가장 표면을 둘러싸서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만큼 항상 외부환경에 노출되어있어 온도나 습도, 자외선 등에 쉽게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얼굴은 거의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다른 부위보다 습도에 훨씬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런데 건조한 거랑 늙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피부는 크게 표피, 진피, 피하지방, 이렇게 3가지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노화는 이 세층에서 모두 이루어집니다. 전체적인 조직 용량이 감소하여 피부가 얇아지고, 주로 진피층, 그중에서도 망상층 안의 탄력섬유가 수축력을 잃고 유연성을 잃어 처짐, 주름이 생깁니다. 또한 수분량이 감소하여 피부결이 푸석푸석해지고 탄력을 잃게 됩니다. 그 외에도 혈류량 감소, 각질화 주기의 느려짐, 불균형한 저류 각질화 초래, 멜라닌 교환의 불균형 등으로 기미와 같은 색소 침착이 생기거나 피부가 칙칙해지게 됩니다.
특히나 피부의 탄력과 유연성을 위해서는 적절한 유수분 밸런스가 필요합니다. 건강한 피부는 약 20~30%의 수분과 70~80%의 유분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고, 이러한 피부의 수분 함유량은 피부의 기저층에서부터 각질층으로 확산되는 정도, 피부를 통하여 증발하는 정도, 각질층의 수분 보유 능력에 따라 결정됩니다. 쉽게 다시 이야기하자면, 피부 속에 수분이 얼마나 있는가는, 얼마나 안에서 잘 뿜어내는가(?), 얼마나 공기 중에 뺏기는가 그리고 얼마나 잘 갖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날씨가 건조해져서 주위의 습도가 낮아지게 되면 피부 속 수분량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비교적 피부 속 수분량이 높지만, 봄, 가을 같은 환절기 그리고 겨울에는 수분량이 낮아집니다. 뿐만 아니라 피부의 수분량이 낮아지면 각질층의 투명도가 덩달아 낮아져서 피부가 어둡고 칙칙해지게 됩니다. 나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연령이 높아지면 피부의 수분량이 낮아지는데, 특히 이러한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두드러지게 일어나고, 20대에서 40대보다 50대에서 80대 사이에서 급격히 일어납니다. 그래서 피부 관리는 오히려 젊을 때부터 하는 거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랍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피하지방세포가 지질을 충분히 합성하지 못해서 피부 속의 유분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면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피지막의 생성이 어려워져 수분을 쉽게 뺏기게 됩니다. 평소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게 되어도 역시나 지질 합성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탄력이 쉽게 떨어지고 피부가 건조해집니다.
피부는 림프계나 혈관계로부터 영양을 공급받기 때문에 식습관이 불규칙하거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거나 수분 섭취량이 부족해도 피부가 건조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흡연이 수분량 감소와 얼굴의 탄력 감소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으며,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의 대사 과정에서 수분을 빼앗기기 때문에 피부가 푸석해지고 심하게는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피부 각화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나 이뇨제 복용 등도 직접적으로 피부의 수분량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 외 장시간 땀을 빼거나 뜨거운 물에 오랫동안 샤워하는 습관 등도 피부의 건조를 야기시킬 수 있답니다. 물론 타고난 유전적 요인이나 기타 내부적인 혹은 체질적인 요인들도 있을 수 있지만, 습관이나 외부 환경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로 피부가 건조해지고 유수분 밸런스가 깨지게 되면, 잔주름이 생기고 탄력이 떨어지고 안색이 칙칙해집니다. 특히 표피(각질층)의 수분량이 줄어들면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가느다란 표재성 잔주름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피부 자체의 회복력이 떨어지게 되죠. 그래서 염증이 생기거나 상처가 생겼을 때 치유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리고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각화 증상, 자꾸 긁거나 손을 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피부 소양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소양감 혹은 가려움증은 피부과적 증상 중 가장 흔한 증상인데,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피부 소양감 발병률과 피부 소양감으로 인한 진료비 지출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원래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 등의 피부 질환을 갖고 있다면 건조함때문에 증상이 더욱 악화되기도 합니다. 단,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이 건조함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특히 피부 건조증과 건선은 다르답니다).
내 얼굴의 사막화를 막아라!
그럼 어떻게 하면 연일 내리는 건조특보를 뚫고(?) 얼굴의 사막화를 막을 수 있을까요? 행동지침은 아주 상식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선 내 몸이, 내 피부가 제일 바깥층인 표피의 각질층까지 수분을 확산시킬 수 있으려면, 충분한 물과 영양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건조주의보, 건조특보가 내린다면 더더욱 물을 자주, 충분히 마셔주는 게 좋습니다. 체내에서 수분을 빼내는 카페인 섭취, 이뇨제(다이어트 약에 종종 포함됨) 복용 등도 주의해야겠죠. 술을 조금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충분한 영양공급을 위해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지방이 든 음식들도 충분히 먹어줘야 하고요. 겨울철의 무리한 다이어트는 얼굴의 노화를 가속시킨답니다.
앞서 말씀드린 영양분 섭취는 피부의 수분 방어막 형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보습제, 특히 유분이 적당히 함유된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수분으로만 구성된 미스트를 자주 뿌리는 것은 수분 증발을 막기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평소 피지 분비가 많거나 여드름이 있어서 유분기를 지나치게 없애는 클렌징 제품들을 사용하거나 유분이 별로 없는 화장품들을 사용한다면,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어서 트러블을 더욱 유발할 수 있답니다. 지성피부라 하더라도 오히려 유수분 밸런스가 깨어져서 피부 속 수분량은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수분 공급과 더불어 유분 공급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T존이 너무 번들거린다면 유분이 많은 T존과 상대적으로 건조해지기 쉬운 U존에 각각 다른 타입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내 피부 자체의 수분량을 높이려 노력해도 외부 환경이 건조하면 수분이 증발해버리므로, 건조한 날에는 사무실이나 집 안에서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젖은 수건을 널어놓는 것이 좋겠죠?
피부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입니다. 꿀잠을 자면 다음날 아침 꿀피부가 되어있는 것을 종종 경험하실 겁니다. 잠을 잘 자면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고, 성장호르몬은 진피층의 섬유세포와 콜라겐을 생성해 탄력을 올릴 뿐 아니라 수분을 잘 가둬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피부의 면역력이 향상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평소 자외선 차단에 신경 쓰는 것입니다. 햇빛에 자주 노출되게 되면 진피층의 단백 변성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주름이 생기기도 하지만, 수분을 잘 가둬두지 못하는 구조로 변하기도 합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헐렁헐렁한 피부 구조가 되는 것이죠. 따라서 햇빛이 강한 계절, 특히 휴가철에 태닝을 할 때에는 얼굴은 잘 사수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홈케어나 시술의 힘을 빌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얼굴에 놓는 안면침 시술이 피부의 수분 함유량을 높이고 수분 증발량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침 시술이 콜라겐 증식을 유도하고 주위 조직의 수분량을 증가시킨다는 결과의 논문들이 있답니다.
저는 원래 타고난 악건성 피부였던 데다가 사춘기, 초기 성인기에 잘못된 여드름 관리(부적절한 화장품 사용)로 보통 사람들보다 피부가 훨씬 건조하고 예민해졌답니다. 사실 제가 지금 피부 보습에 관한 글을 쓰고 있지만, 저 스스로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바로 피부가 가려워지고 껍질이 벗겨지고 붉어지기까지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꿀피부로 태어난 사람들보다 더 노력해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관리하고 애쓴다면 건조했던 피부도 충분히 촉촉해질 수 있고, 피부가 늙는 속도 또한 늦출 수 있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피부는 성장하는 기간에 비해 노화되는 기간이 훨씬 길거든요(성장은 기껏해야 18~20세면 멈춥니다). '노화의 과정'이 '타고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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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권김태윤.안면노화방지로드맵.도서출판대영.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