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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May 28. 2018

스트레스만 잘 관리해도
살이 빠진다!

"스트레스를 받지 마세요"라는 뻔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스트레스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따로 이야기할 것 없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탈모, 위궤양, 장질환 등 '스트레스성' 혹은 '신경성'이라는 이름이 붙는 질환 명도 무수히 많죠. 그렇지만 스트레스가 우리의 몸에 끼치는 해악들 중 또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한 가지는, 아마도 "체중 증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빠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받게 되면 살이 찌게 되고, 특히 복부의 사이즈가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 마른 사람도 배만 자꾸 나오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살이 찌는 걸까요?



  스트레스 때문에 살이 찐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레스성 폭식을 제일 먼저 떠올립니다. 실제로 다이어트 클리닉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야근이 잦아질수록, 상사가 나를 괴롭힐수록, 식사를 할 때 평소에 먹던 양의 두 배, 세 배를 먹게 되는 것이죠. 사실 이런 경향은 꼭 비만이거나 과체중이신 분들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내 코르티졸의 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코르티졸은 식욕과 관련되는 여러 펩타이드들과 작용하여 식욕을 증가시킵니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먹는 것은 감정적인 보상심리로 인한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의지로 조절되지 않는 호르몬계의 움직임 때문에도 어쩔 수 없이 많이 먹고 싶어 지는 것이죠.


  그리고 스트레스성 폭식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그런 상황에서 즐겨 찾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달달한 디저트류를 먹고 싶어 하고, 또 어떤 분들은 매우 매운 음식을 찾기도 합니다. 그 외에 라면이나 피자, 국수, 빵 등 밀가루 음식을 유난히 즐기는 분들도 있죠. 특히 혈당을 빨리 올리는 당류, 고탄수화물 음식들은 뇌의 쾌락 시스템에 작용하여 음식중독 증상까지도 만들게 됩니다. (이에 관한 내용은 '음식 중독, 약물 중독과 같다면' https://brunch.co.kr/@srsynn/13 에서 확인하세요.) 



  그런데 위의 두 가지 이유를 제외하고서도, 스트레스는 직접적으로 내 몸을 살찌웁니다. 이것은 앞서 잠시 언급했던 코르티졸과 관련이 있습니다. 코르티졸은 식욕을 높이는 역할도 하지만, 지방세포에서 지방을 축적시키게 만드는 지단백 분해효소를 활성화시킵니다. 그리고 내장지방에서 지방이 이동하는 것을 막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내장지방이 늘고, 특히 복부 사이즈가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은 코르티졸과 반대의 작용을 합니다. 성장호르몬은 지단백 분해효소의 활성화를 억제시키고, 테스토스테론 같은 성호르몬은 이러한 성장호르몬의 작용을 도와줍니다. 그러한 이유로 운동, 특히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근력운동과 고강도 인터벌 운동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운동으로 칼로리를 태우는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또한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일찍 잠자리에 드는 바른 수면습관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도울 수 있답니다. 그래서 수면 시간이 줄어들거나 야근이 잦아지면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줄어들어서 배가 자꾸 나오게 됩니다. 아무리 적게 먹고 열심히 운동을 하여도 수면이 충분하지 못하면 살이 잘 빠지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게다가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은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들에 영향을 끼쳐 음식 섭취의 양을 결정하기도 하죠. 잠을 늦게 자거나 적게 자는 사람은 더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도 관리하면서 

살이 안 찌게 막을 수 있을까요? 



  우선, 흔히 다른 의사분들께서 하시는 "스트레스를 받지 마세요."와 같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직 저는 그 정도의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해서 애초에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법'은 터득이 잘 안되더라고요. 제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도 저와 비슷하실 것이라고 가정하고, 일단 스트레스를 받긴 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더 잘 해소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겠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혹은 우울한 감정이 들 때 '소파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과자나 떡볶이를 먹는 것' 다음으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 그러면서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은 '움직이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인체가 보이는 반응을 '투쟁-도피 반응'이라고 합니다. 원시시대로 돌아갔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시대에 가장 큰 스트레스는 아마도 '맹수에 쫓기는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지금도 우리 몸에서는 재빠르게 도망치기 위해서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올라가고 골격근에 혈액이 몰리는 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원시인들은 그 상황에서 도망치며 달려야 했기 때문에 그런 인체의 반응이 필요하였고, 또 상황이 종결되고 나면 땀이 나면서 다시 혈압이나 심박수도 낮아지고 혈액도 다시 골고루 분산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그러한 현상을 사무실에서 앉아서 겪게 됩니다. 냅다 달릴 필요가 없지만 인체의 반응은 똑같이 일어나고, 그러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혈압을 조절하는 기능을 잃어 고혈압이 되거나 부정맥이 생기거나 목 어깨에 담이 결리기도 하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나의 몸이 원활하게 이 과정들을 겪을 수 있게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심박수가 평소의 1.5배 이상이 되게 달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운동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늘려주고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도 증가시켜줘서 지방분해나 식욕조절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운동을 꾸준히 하면 폭식을 하는 경향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죠.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받아서 체력이 이미 바닥나고, 계속되는 야근 혹은 불면증 때문에 수면의 질도 낮아져 있다면 잠을 잘 자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최소 7시간 정도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고,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최대가 되는 오후 10시에서 오전 2시 사이에는 수면상태인 것이 좋습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하기, 오후 2시 이후로는 카페인 섭취 자제하기, 금연하기,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에 식사를 끝마치기 등의 요건들을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휴일 전날 밤은 왠지 잠들기 아까운 생각이 들더라도 일찍 잠자리에 들어주는 것이 평일 동안의 스트레스로 고단했던 몸의 피로를 풀기에 좋죠.



  또한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배고픔이 느껴진다면 간단한 간식을 먹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그때의 간식은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되는 아미노산 트핍토판이 많은 달걀, 견과류, 우유 등이 좋습니다. 너무 많은 양을 먹으면 수면을 방해하니 견과류 한 줌, 우유 한 컵 정도면 충분하답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몸의 긴장을 이완시킬 수 있는 요가, 명상, 호흡 등의 이완요법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완요법들은 스트레스를 유의하게 감소시키고, 우울증, 불안감, 피로감 등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아주 많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방법들이긴 하지만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 할 수 있어서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더라도 할 수 있고,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들은 많을 것입니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나름의 취미생활을 가지거나 여행을 할 수도 있죠. 그런데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로 인해서 살이 찌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장 유념해야 하는 것은, '가장 편하고 손쉬운 방법'을 피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를 유혹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배가 비로소 불러서 이성이 돌아오면 SNS의 몸짱 스타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그러면서 나를 자책하고, 또 현실을 원망하는 것. 누구나 이런 패턴에 빠지기가 '가장' 쉽지만, '두 번째로 쉬운 방법'부터 조금씩 노력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도 건강도 잃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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