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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Jul 07. 2016

중요한 것은 타이밍!

사랑이든 건강이든.

  J양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넘어갈 것 같은 19세 소녀가 여기엔 무슨 일일까. 


"어디가 불편해서 왔어요?"

"선생님 어디에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정말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아프다는 그녀. 심지어 다친 것도 아닌데 발이 너무 아파서 얼마 전에 수술까지 받았다고. 그리고 울먹거리며 말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검사 저 검사 다 받아봐도 이상이 없대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도 병명이 나오지가 않아요


  정작 몸은 너무 아프고 불편해서 죽을 지경인데, 혈액검사에 영상검사, 내시경 검사 등등을 하더라도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한의원을 찾으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원래 모르면 더 불안하다고, 차라리 속 시원하게 "당신은 oo가 문제입니다."라고 들었으면 좋겠다고들 하시지만, 실은 오히려 뚜렷한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가 더 희망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희귀하거나 심각한 병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가 나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질병"으로 아직 발전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질병(疾病)이란 유기체의 신체적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된 상태를 일컫는다.
질병(disease)은 생물학적 차원의 개념으로 병리학 혹은 생리학의 관점에서 생체내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가 의학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함  
출처: 위키백과 



  질병이 생기는 과정은 사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생물학적인 나이, 성별, 종족과 같은 요인, 그리고 개인적인 생활 습관과 직업도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전적인 혹은 체질적인 소인과 더불어 감염성일 경우에는 그 병원체의 증식능력, 감염 능력이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또한 사회 경제적인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질병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위의 정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신체의 기능이 이미 비정상적으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하루 이틀 쉰다고 해서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이 항상성을 잃고 스스로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가기 어려워졌다는 것이죠. 이 시기에는 조기에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게 됩니다. 건강검진을 했을 때 혈액검사 수치가 비정상이거나 내시경 검사에서 병적인 뭔가가 발견되거나 했을 때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보건학에서 질병의 단계별로 예방활동을 3가지로 나눴을 때, 2차적 예방활동 시기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그것보다 이른 1차적 예방활동 시기는 언제일까요? 질병이나 건강문제가 발생되기 이전, 즉 아무런 문제없이 평온할 때나 뭔가 불편한 것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지만 아직 뚜렷한 병명이 없을 때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생활습관이나 환경을 개선시켜주면 좋아질 수 있는 때이면서도, 말 그대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가장 효율적으로 성과를 보일 때이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3차적 예방활동 시기는 이미 임상 질환을 앓고 있을 때, 혹은 회복하고 있을 때에 병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재발을 막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재활활동을 하거나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복귀 훈련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이 또한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다시 아프면 안 되니까요.


한의원에서는 여기가 안 좋댔는데,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니 정상이던데요? 


  이런 것은 어떤 경우일까요? 지금까지 글을 잘 읽어오셨다면 아마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1차적 예방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인 거죠. 아직 기능을 완전히 잃지는 않아서 검사 수치상으로 혹은 영상으로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지금부터 그 부분에 관리를 잘하고 신경 쓰면 질병으로 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단계


  화타는 중국의 전설적 명의다. 병이 난 사람을 기막힌 처방과 시술로 고쳐주는 의사였다. 어느 날 위나라 왕은 화타를 불러 물었다. "너의 삼 형제 중에 누가 실력이 가장 좋은가?
  화타가 답했다. "맏형의 의술이 가장 뛰어나고, 두 번째 형님이 다음이며. 제 실력이 가장 못하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내가 듣기로는 천하의 명의가 너 화타라 들었는데, 너의 두 형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없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화타가 답했다. "맏형은 환자들이 병의 증상을 느끼기도 전에 얼굴을 보고 발병 전에 미리 치료하기 때문에 큰형의 높음을 우리 형제들 밖에 모릅니다. 둘째 형은 첫째 형보다 실력이 못하지만 병이 미약할 때 알아차리고 치료해 줍니다. 그러기에 환자들은 둘째 형이 큰 병을 치료해 줬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너는 어떻냐?" 왕이 다시 물었다. 
  "저는 실력이 없어서 병이 커진 후 환자가 고통을 호소할 때 비로소 알아차립니다. 맥도 짚어야 하고, 처방하고, 아픈 것을 도려내기 위해 수술도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두 형님과 달리 병을 미리 알지 못해 뒤늦게 수선 떠는 저를 보고 큰 병을 치료해 줬다고 명의라 칭하며 고마워합니다. "  
[출처] 팍스넷 todre4님의 글


내가 그의 아픔에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환자가 되었다.


  이렇게 1차적, 2차적, 3차적 예방활동이 나뉘어 있다는 것은 곧 병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처럼, 내 몸도 건강할 때일수록 잘 챙겨주는 것이 더 큰 수고로움을 막는 방법인 거죠. 혹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는 것처럼, 몸의 이상을 발견했을 때, 병원에서 '당신은 환자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라도 건강을 신경 쓸 수 있으면 그것이라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간혹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을 때다."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너무 늦지 않게, 때를 놓치지 않게는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이든 건강이든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이밍이죠.



  건강에 미치는 요인들을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으로 나누어 봤을 때, 보통 유전적 요인이 16% 정도, 환경적 요인과 생활 습관이 33% 정도를 차지한다고 발표한 연구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의 생활습관이 50% 이상 영향을 끼친다고 할 정도로, 타고난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본인이 스스로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건강하게 지내느냐, 시름시름 앓으며 사느냐를 결정하는 매우 큰 변수가 됩니다. 그렇지만 2013년에 한 논문에서 '30-40대 고혈압 환자 중 자기가 고혈압인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의 비중이 36% 정도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것처럼 현대인들, 특히 우리나라 현대인들이 자기 몸의 상황도 모른 채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나 바쁘다는 것이 우리 몸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잃고 나면 그 소중함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는 법이지만 그때를 놓치기 전에, 그 소중함을 잃기 전에 미리 건강을 챙기는 것이 더욱 현명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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