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고생한 나를 어루만져주는 시간
직업이 한의사다 보니 "ㅇㅇ에 좋은 혈자리는 어디예요?"라는 질문을 많이 듣게 됩니다. 그때마다 특정 혈자리들을 알려드리기도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혈자리인 '아시혈(阿是穴)'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아시혈은 다른 일반적인 혈자리들과 달리 비전문가도 혈자리를 찾기 쉽습니다. 이미 아시혈을 찾아본 적이 있을 수도 있어요. 어깨가 뭉쳐서 동생에게 좀 주물러 보라고 하면, "아, 거기 거기!" 소리가 나오는 특별히 더 아픈 그곳! 이 바로 아시혈이기 때문입니다. 눌렀을 때 아픈 지점, 즉 압통점이기도 한 아시혈은 그 아픈 느낌(시리거나 부어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이 중요하다고 하여 의학강목(醫學綱目)에서는 천응혈(天應穴)이라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시혈에 침을 놓거나 뜸, 부항을 해서 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가벼운 마사지나 지압으로도 일상에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감소시키는데 좋은 혈이랍니다.
아시혈은 어디에 있나?
아시혈은 우리 몸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손에서도 찾을 수 있고, 발에서도 볼 수 있으며, 목에서도 발견할 수 있죠. 그렇다고 전신을 무작정 눌러볼 순 없죠.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아시혈을 찾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손목이나 발목이 아플 때 아시혈을 지압하는 것이 통증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아픈 부위를 직접 누르면 금방 압통점을 찾을 수 있겠지만, 만약 그 부위에 염증이 있는 경우에는 그곳을 계속 누르는 것은 오히려 자극이 되어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아픈 곳이 있다면 그 주변을 지그시 눌러보세요. 특히 대부분의 경락은 위-아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몸에 세로 줄무늬가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예를 들어서 손목의 가운데 부분이 특히 아프다면 그 부위를 중심으로 중지부터 어깨까지 일자로 된 선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중지 쪽으로도 눌러보고 그 부위에서부터 팔꿈치 방향으로 팔의 가운데 부분을 지그시 눌러보세요. 그러면 또 다른 아프거나 민감한 부분, 즉 아시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시혈을 찾으셨다면 그 부위를 너무 세지 않게 적당한 압력으로 마사지하면 원래 아팠던 부분의 통증이 줄어든답니다.
한 자세로 오래 생활하면서 생기는 두통이나 목-어깨 통증, 허리 통증은 아픈 부위 주변에서만 아시혈을 찾는 것보다 연결된 다른 부위에서도 아시혈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머리가 아프다면 머리와 연결된 목에서도 찾아보고, 목이 아프다면 목과 연결된 어깨에서도 찾아보고, 어깨가 아프다면 어깨와 연결된 목, 등, 가슴 쪽에서도 아시혈을 찾아보는 것이죠. 자주 반복되고 오래된 통증일수록 최대한 먼 곳까지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허리디스크가 있다면 허리와 연결된 골반,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요. 그리고 그 부위를 눌러서 마사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폼롤러도 활용해보세요.
눈이 충혈됐거나 비염이 있다면 눈을 직접 눌러보거나 코를 눌러서 해결하긴 어렵죠. 이럴 땐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다른 부분들처럼 주위에서 아시혈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눈 주위 눈썹과 광대뼈, 옆머리를 눌러보며 아시혈을 찾아봅니다. 목이 붓고 따갑다면 턱 아래를 머리 방향으로 눌러보거나 목 근육을 꼬집듯이 잡으면서 아픈 곳이 있나 살펴보세요. 두 번째 방법은 훨씬 먼 곳에서 찾아보는 것입니다. 팔꿈치에서 손끝, 그리고 무릎에서 발끝에 이르는 부위에는 오수혈(五輸穴)이라고 하여 중요한 혈자리들이 많답니다. 특히 이비인후과 질환이나 피부 질환과 관련된 혈자리들은 검지 손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 주변에 많아서 이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살펴서 아시혈을 찾아보세요.
어렸을 때 설사를 하거나 배가 아프면 어머니께서 "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하시며 배를 문질러 주셨죠? 복부에는 복모혈(腹募穴)이라고 하여 복강 내 장기들과 관련된 혈자리들이 많답니다. 뿐만 아니라 체했을 때 등을 두드리기도 하잖아요? 등 쪽에는 배수혈(背兪穴)이라고 하여 오장육부에 연결된 혈자리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내과적 증상이 있을 때 복부나 등 쪽을 눌러보시면 증상을 완화시킬 아시혈도 쉽게 찾을 수 있답니다. 다만 배에 있는 아시혈을 찾을 때에는 너무 과도한 힘으로 누르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에 아시혈이 있는 부위를 부드럽게 문질러 주거나 따뜻한 돌뜸이나 핫팩을 올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복통이 심하다면 배를 직접 누르는 것보다 오히려 목 뒤에서 엉덩이 위 허리까지 척추뼈 양 옆을 따라 눌러서 등 쪽에서 아시혈을 찾아 지압하거나 벽 앞에 서서 등 뒤에 공을 대고 굴려서 자극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집중을 해야 할 때, 긴장될 때, 피로감이 몰려올 때, 자기 전에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때 등 특별히 아픈 곳이 없더라도 평소에 내 몸을 어루만지며 아시혈을 찾는 '쓰담쓰담 시간'을 가져보세요. 발바닥과 손바닥에 우리 몸이 모두 들어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곳들뿐 아니라 두피, 그리고 얼굴, 귀에도 오장육부에 반응하는 혈자리들이 있답니다. 그래서 머리에만 침을 놔서 목디스크를 치료하기도 하고(두침頭鍼), 귀에 침을 놔서 생리통을 줄이기도 하죠(이침耳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특별히 불편한 곳이 없더라도 귀나 두피, 손바닥, 발바닥 등을 지그시 눌러보고 주물러 보다가 아시혈을 발견하게 되면 이는 곧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안 좋은 곳을 발견했다는 의미랍니다. 특히 잠자기 전에 이런 시간을 가져 보세요. 하루 종일 바쁘게 지내면 내 몸이 어떤지 아픈 곳이 생겼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지만 이런 시간을 통해서 내가 직접 내 몸의 상태를, 그리고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든답니다. 이것이 진정한 힐링이자 나를 스스로 돌보는 방법 아닐까요? 이렇게 자기 전에 아시혈을 지압하게 되면 스트레스도 줄어들고 숙면을 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