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먹으면 약이 되는 음식들
예로부터 사람들은 만수무강을 꿈꾸며 ‘귀한 약’을 찾았습니다.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꿈꾸며 신비의 영약, 불로초를 찾아다녔고, 2000년이 넘게 지난 지금의 사람들도 먼 나라에서 나는 약,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일단 어떻게 해서든 구하려 합니다. 이처럼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고 싶은 욕망은 세기의 구분 없이 항상 있어왔습니다.
중국 청나라 당종해가 편찬한 본초학서, 『본초문답』에서는 ‘사람의 기가 한쪽으로 치우쳐 너무 과도하거나 쇠약하게 되면 병이 생긴다. 이럴 때 약물의 한쪽으로 치우친 기를 빌려 내 몸의 기의 과도함이나 쇠약함을 조절하여 기를 조화롭고 고르게 하면 병이 없어진다. 사물의 음양을 빌어 사람의 몸의 음양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치로 신농은 약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고 하며 사람이 병이 드는 과정과 사람의 병을 약으로 치료하는 원리를 설명합니다. 모든 약에는 음양이 있고, 치우친 성질이 있어서 그것을 이용해서 사람의 기운의 치우침과 장기의 불균형을 치료하는 것이죠. 이러한 약 중에서도 음양의 치우침이 비교적 덜한 것이 음식입니다. 그래서 약과 음식의 근원이 같다는 뜻으로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조선시대에 선종은 백성이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초와 음식으로도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기를 바라였고 병신년(1596)에 허준을 불러 여러 의서들을 모아 책을 편찬하게 하였습니다. '사람의 질병은 모두 섭생을 잘 조절하지 못한 데서 생기는 것이니 수양이 최선이고 약물이 그다음이다. …궁벽한 고을에 치료할 의사와 약이 없어 요절하는 자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약재가 많이 산출되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니 종류별로 나누고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명칭을 병기하여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라(출처: 동의보감 서문)'라고 명하여 나온 것이 바로 동의보감(東醫寶鑑)이랍니다.
동의보감에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재들과 몸에 좋은 음식들이 셀 수 없이 많이 기재되어 있답니다. 이처럼 약은 먼 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처럼 우리 땅에서 나는 음식과 약이 우리 몸에 더 잘 맞기도 하고요. 게다가 흔하게 먹는 음식들도 그 성질을 잘 알고 먹으면 약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냉장고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약이 될 수 있는 음식들을 알려드릴게요.
팥은 동짓날 팥죽으로 먹거나 여름에 빙수에 올려 먹기도 하죠. 그런데 팥은 단백질이 풍부하며 지방간을 줄여주는 효능이 있어 다이어트에도 좋답니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팥이 수기(水氣)를 내린다고 하여 부종을 줄이거나 배가 빵빵하게 부르는 것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소변이 잘 나오게 하거나 설사를 멎게 하는데도 약재로 사용하였으며 어혈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다만, 오래 먹으면 피부가 검어지고 마르며 야위게 되니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팥의 잎은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잔뇨감이 생기는 것을 멎게 하고, 눈에 충혈이 자주 생기거나 눈이 침침한 것을 낫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팥의 꽃은 술병을 치료하는 데 좋아서 음주 후 갈증이 나거나 머리 아픈 것을 치료하는 데 좋습니다.
떫은 감을 햇볕을 쪼여주거나 항아리에 넣어서 만드는 홍시는 달고 부드러워서 간식으로 즐겨 먹지만 약으로도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홍시는 폐가 마르는 것과 심장의 열을 치료하여 기관지나 입이 마르는 것을 나아지게 하고 식욕을 돋우고 술의 열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다만, 술을 마실 때 함께 먹으면 복통이 생기거나 술에 쉽게 취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게와 함께 먹으면 배가 아프고 토하며 설사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곶감은 소화기능을 증진시키며 얼굴의 기미와 어혈을 없애고 목소리를 윤택하게 하는 효능이 있답니다. 감은 비타민A가 풍부하여 눈 건강에도 좋은데, 특히 곶감은 식이 섬유가 풍부하여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데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름 제철 과일인 참외는 생과일로도 먹지만 주스로 활용해도 좋고 장아찌, 무침으로 요리해 먹기도 합니다. 참외는 갈증을 줄여주고 소변이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리고 입과 코에 피부염이 생겼을 때 쓰기도 합니다. 속의 막힌 기운을 뚫어 주는 효능이 있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속이 차가워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참외 꼭지는 과체라고 하는데 맛이 매우 쓰고 독이 있어 일부러 구토를 유발해야 할 때 사용하면 효과적입니다. 너무 많이 먹어서 가슴이 아프거나, 기가 통하지 않아서 귀가 먹먹할 때 활용할 수 있죠.
목이버섯은 위장관에 탈이 나서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할 때 먹으면 좋습니다. 기를 보하고 몸을 가볍게 하는 효능이 있어 병을 앓고 난 이후에 조리할 때 죽에 넣어 요리해도 좋습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다이어트에도 좋고, 비타민D가 풍부하여 암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상황버섯도 장염으로 변에서 피가 나오거나 복통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데, 여성의 부정출혈이나 질염을 낫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향미가 풍부하고 재배가 쉬워 식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표고버섯은 식욕을 돋는 효능이 있어 입이 짧아서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좋습니다. 구토하고 설사하는 것을 멎게 하여 배탈이 났을 때 죽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습니다.
미역은 산후조리할 때에도 좋지만, 열을 내리고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하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시마는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얼굴이 부은 것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 잘 붓는 분들에게 좋습니다. 특히 다시마의 식이섬유가 변비를 해결해줄 수 있어 다이어트를 하다가 변비가 생겼을 때 먹어도 좋습니다.
김치를 담글 때 냄새와 맛을 좋게 하기 위하여 넣는 청각은 열기를 내리는 효능이 있습니다. 또 소아의 뼈 통증을 치료하여 아이들 성장통에 좋고, 칼슘과 인이 풍부하여 성장에도 좋은 음식입니다. 밀가루의 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 청각을 데쳐서 같이 먹으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