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서 닦는 '도'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이야기
. 오늘은 우리동네의원 운영위원회가 있었다. 임인숙 위원이 시작할 때부터 영 울상이더니 끝날 때쯤 얘기를 하신다. 한 달 전 안성의료협동조합의 어느 의료기관엘 다녀왔는데 치료한 게 잘 안되고 통증이 심했단다. 일주일 후에 오라고 해서 그동안 아픈 걸 끙끙거리고 참다가 갔는데 미안하단 말 한마디 못 들었다면서 많이 섭섭하고 다시 가고 싶지 않다 했다. 1주일 후에 오라니까 중간에 갈 생각도 못하였다고 한다. “저런. 왜 그랬을까요. 치료가 잘 안될 때도 있겠지만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건 좀 그러네요.” “저는 대의원이니까 당연히 우리 의료기관을 가는데 이런 일이 있으면 정말 마음이 안 좋아요.” “정말 그랬겠네요. 불만 사항으로 접수해서 사실 확인을 하고 이용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할게요.”
임인숙 위원은 회의를 할 때마다 경영자적인 측면에서 의견을 잘 내놓는 분이다. 뭔가 합리적이지 않게 진행이 되는 것 같을 때는 쓴소리도 잘해서 일을 하려다가도 한 번쯤 더 생각하게 해주는 분이다. 의료협동조합을 하다 보면 ‘불만’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다. 주인의식이 강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주인이 아니면 ‘에라 다른 데 가면 되지’ 할 텐데 그러지 않고 와서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많다. 그것도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에 더 속상해하면서 얘기를 하게 된다. 아마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그때는 조합이 생동감을 잃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이 피고용인이 될 때도 있고 고용주가 되기도 한다. 의료인들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지만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과 늘 만나면서 서비스 내용을 조율해야 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 쉽게 거수로 결정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에서는 과반수면 결정을 할 수도 있지만 토론을 통해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금 오래 걸릴 수 있고 의사결정 과정이 지난할 수 있지만 결국은 그 과정에서 민주적인 훈련이 되는 사람이 남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다.
사람이 의사가 되면 의사로서의 삶만 살고 농민이 되면 농민의 입장에 충실하고 회사원이 되면 회사원으로서의 이로움을 좇으면 되지만 협동조합을 하면 많은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어 모두에게 이롭고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깊은 산에 들어가서 닦는 ‘도’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닦는 ‘도’가 더 어려운 ‘도’가 아니겠냐고 우리는 말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