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꺼실이 Oct 30. 2020

실무자를 귀하게 여겨주세요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실무자를 귀하게 여겨주세요.     
우리가 의료사협에서 일하는 이유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싶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환자가 병원의 돈벌이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건강을 지켜나가고 싶기 때문인 것은 조합원님들이나 실무자들이나 같은 마음이겠지요. 박봉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을 함께 하겠다고 의료사협에 들어와 일하는 친구들은 정말 귀하고 기특한 사람들입니다. 의료 사협이 하려고 하는 일, 하고 있는 일을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 이게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해도 좋은 일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의료기관에서 환자분을, 조합 사무실에서 조합원님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언제든 지적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의료기관에서, 조합 사업부에서 보다 나은 지역사회를 위해 애쓰고 있는 실무자들도 귀하게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는 여태까지 20년이 넘도록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해올 수 있었고 타 지역의 의료 협동조합에서도 그것을 배우러 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어려운 일들 함께 해오신 이사님들, 대의원님들, 조합원님들 모두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한 마음이 계속 이어져 갔으면 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11.20 안성 의료 사협 대의원 모임 드림.

     

 안성의료협동조합은 환자가 드나드는 진료 대기실과 조합원이 드나드는 사무실에 이러한 문구를 붙여놓고 있다. 어디나 조그마한 불만 사항을 가지고도 심하게 화를 내시는 사람들이 있다. 언젠가 사무국에서 조합사업을 담당하기 위해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실무자가 대의원한테 심하게 야단을 맞는 것을 보고 직원 대의원 모임에서 논의되어 써붙이게 된 글이다. 최근 우리동네의원 접수에서 환자분이 검사 결과를 안 알려줬다고 뒤집어놓을 듯이 화를 내는 일이 있었다. 본인이 전화를 안 받아서 문자로 남겨놓았는데도 누가 문자를 일일이 보냐고 화를 내는 데는 할 말이 없었다. 접수에 있던 간호조무사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의료 협동조합에 들어온 지 16년이 된 베테랑인데도 말이다. 그 이후에 저 글이 몇 개 더 붙었다.

     

 사실 너도 나도 화를 잘 낸다. 잘못된 것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고쳐지지 않았던 경험이 많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협동조합을 하는 것은 화내지 말고 서로 돕자는 데 있다. 많이 가진 사람은 조금 양보하고 덜 가진 사람에게는 조금 더 혜택이 가게 하며 서비스 공급자는 서비스받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피고용자지만 고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등, 서로 도와서 각자도생 하라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러한 일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서 민주주의도 나오고 협동도 나오는 것이리라. 가끔 서비스 교육을 받곤 하는데 강의 듣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이렇게 친절하게 해야 고객으로부터 돈이 나온다’는 말이다. 물론 경영을 잘 유지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을 귀하게 여기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이전 06화 사람들 사이에서 닦는 '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