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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Sep 22. 2020

혈압약, 끊을 수도 있겠는데요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오늘 50대 후반의 여성 환자가 얼굴에 가득 웃음을 머금고 들어오셨다.

“어제 왔다가 선생님 근무가 아니라고 해서 오늘 다시 왔어요.”

“에구구... 왜 그러셨어요?”

“제가 요즘 운동을 진짜 열심히 해서 혈압 혈당이 엄청 좋아졌는데 선생님의 리액션을 보고 싶어서요.”

“네? ㅎㅎㅎ”

     

 비만에 고혈압이 오래되어서 진작부터 운동을 적극 권했으나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던 분이었다. 최근에 검진에서 혈당이 공복에 130mg/dl로 정상치를 훌쩍 넘어서서 이제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드디어 운동을 시작하셨다. 그동안 집에서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여 의원에서 드린 수첩에 깨알같이 적어오셨다. 수치는 계속 떨어져서 한 달 만에 혈압약을 줄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혈당은 당뇨약을 시작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 되었다. 그렇게 무겁고 아프던 몸이 아주 가벼워졌단다.

     

정소영 선생님의 그림을 베낌

“아 정말 놀랍네요!! 이 나이에 이렇게 하시다니 말할 수 없이 훌륭하신 걸요! 이대로 주욱 하시면 혈압약을 끊을 수도 있겠는데요.”

“바로 그 말을 듣고 싶었어요. 열심히 한 보람이 있네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너무나 좋아하셨다. 아마도 그동안 얼마나 말을 안 들었는지 알고 있는 주치의한테 칭찬을 듣고 싶으셨으리라.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 운동의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약을 끊게 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대개 운동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안성의료협동조합에서는 많은 운동 소모임과 건강실천단을 진행하여 함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간혹 약을 끊어버리고 운동과 식이요법 혹은 기치료 등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지혜롭지 못한 일이다. 위의 환자처럼 계속 모니터링을 하면서 주치의와 상의를 하여 약을 조절해야 한다.)

     

 의사들은 주로 병과 약에 대해서만 공부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한 음식과 운동이, 친구가 약이기도 하다.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왕진, 요양보호사, 가정간호사가 필요하다. 장애를 입었는데 방과 화장실 문턱이 높아 힘든 분들은 문턱을 수리해주는 사람이 의사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건강과 관계된 필요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은 사업으로 어떤 것은 자원봉사로 진행을 한다. 가정간호라는 제도가 시작되기 수년 전부터 방문간호를 하였고 주간보호센터가 생기기 십수 년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치매, 중풍 어르신들을 모시는 ‘해바라기 교실’을 해왔다. 거동불편 환자에게 맞게 자원봉사로 집의 구조를 고쳐주는 ‘사랑의 집 고치기’ 모임도 17년째 진행되고 있다. 건강의 개념을 넓게 보고 일을 하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공동체가 살아나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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