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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Oct 24. 2020

협동조합은 내게 필요한 것을 함께하는 것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우리동네의원이 있는 곳은 안성에서도 3동이어서 3동 지점이라고 하는데 의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재가장기요양기관과 조합 사업부가 있다. 해마다 건강학교를 해오고 있는데 처음엔 갱년기 학교로 시작하여 여성건강학교, 어린이 건강학교, 노인건강학교 등을 개최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담당 실무자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바뀐다는 점이다.    

 사춘기에 진입하는 딸이 있는 경우는 성교육 및 대안 생리대 만들기, 아주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는 육아에 관한 내용, 인문학 전공자가 맡을 때는 치유적 글쓰기 등의 내용이 전개된다. 원래 협동조합이란 ‘필요’를 조직화하는 것이라 한다. 건강학교를 할 때 미리 내용을 정하지 않는다. 연간 계획을 세울 때 대강의 주제와 시기만 정하고 몇 달 전부터 준비위원회를 연다. 실무자와 조합원이 함께 하는 위원회에서 내용을 정하는데 참여자가 듣고 싶은 내용으로 정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가 생각하기에 필요한 내용과 참여자가 듣고 싶은 내용은 다를 때가 많다. 이럴 때 참여자의 필요에 맞추어서 진행하면 본인도 재미있고 다른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불러오게 된다. 강의하는 사람도 참여자가 원하는 걸 하니 더욱 재미나기 마련이다.

 의료협동조합이 다소 생소하게 들리니 어려운 것을 하는 줄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는데 혼자 하기 힘드니 소모임으로 모여서 걷기도 하고 체조교실도 하고 몸살림 요가 등 같이 한다. 농사를 지으면 친환경 채소 등을 직접 생산해서 먹을 수 있고 건강에도 좋으니 해보고 싶은데, 혼자 하긴 어려우니 텃밭 소모임을 만들어 함께 배워가며 농사를 짓는다. 천연비누도 함께 만들어 쓴다.     

 병원에 와야 하는데 거동이 불편해서 못 나오는 환자가 있으니 가정간호와 방문간호를 한다. 왕진도 한다. 의사가 일하다가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하니 이사들이 근무시간을 조정해준다. 의사들도 협동조합이 무척 어렵고 의사의 헌신만을 요구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합리적으로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을 많이 하게 되면 그만큼 많이, 적게 하면 그만큼 적게 받기도 한다. 진료 외에 교육이나 건강증진 사업 등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더욱 좋다.     

 내가 필요한 걸 함께 하여 풍성하고 다른 사람의 필요도 채워줄 수 있게 함께 노력하는 것. 그런 것이 협동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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