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한국인 중에 단군신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야기도 너무 간단하여 " 환인의 서자 환웅이 홍익인간이상을 가지고 지상에 내려와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주면서 이것을 먹고 동굴 속에서 100일을 참으면 인간이 될 것이라 했는데, 미련한 곰만 그것을 견뎌내서'곰이 변해서 된 여자 사람' 즉 웅녀가 되었고, 웅녀가 낳은 단군이 고조선을 세웠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혹자는 누구나 아는 간단한 내용을 설명까지 하려 하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알아봐야 별로 돈이 되지 않으니 생활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곰이 사람이 된다는 둥 어찌 보면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말이다.
단군신화를 굳이 설명하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단군신화가 대한민국의 건국신화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자신의 나라 건국신화에 숨겨진 내용을 알게 된다고 해서 손해볼 것이 없다. 개똥도 약에 쓰일 때가 있다고 하는데 심지어 건국 신화이지 않는가?
② 단군신화의 내용이 가진 의미가 우리 한국인은 몰론 세계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종교적 이념과 철학사상은 많지만, 단군신화 만큼 위대한 종교적 이념과 철학사상은 없다.
③ 한국인들의 의식과 한국역사에서 단군신화가 너무나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군신화는 외래 신화가 우리 역사에 슬쩍 끼어들어 우리 신화로 둔갑한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가 아니라, 무엇보다 소중한 한국민족 신화로서 좋으니 싫으니 해도 반듯이 지켜야 할 우리 문화유산이다.
한국역사에서 단군신화의 위치는 취해도 이렇다 할 이익이 없어 보이고, 버릴래야 버리기 힘든 마치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단군신화는 한국인들에게 관심 밖일 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와 역사 교과에서조차 홀대받고 있고, 일부 학계에서는 단군신화를 중심으로 한국사를 그리는 사람을 골수라고 부르거나 민족주의적인 편향적 역사학자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경우에는 학계를 향해 친일사관에 물든 매국적 역사를 펼친다고 역공하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났을까. 그 이유로 “단군신화가 그리는 세상과 삼국시대와 일제시대로 대표되는 전제왕국의 사대주의 및 친일 사상, 근현대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의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 체제 간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즉 단군신화에서 그리고 있는 세상이 삼국시대로부터 현대까지에 이르는 세상과 정반대로 서로 대치된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단군신화의 핵심 단어는 기독교와 천주교에서 하느님과 하나님으로 표현되는 환인과 환웅, 그리고 고조선과 홍익인간 사상이다. 환인과 환웅은 신화에 관련된 단어인 만큼 논외로 하고, 여기서는 역사와 관련된 고조선과 홍익인간 사상을 통하여 단군신화와 한국 역사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한국 역사에서 단군신화를 건국신화로 하여 고조선을 인정하려고 하면 고조선의 실체가 모호하고, 고조선을 인정하지 않으려니 반만년 한국 역사에서 기원전 2,300여 년에 이르는 역사가 사라져 버리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한국사와 국정교과는 기자조선과 위만조선을 이용하여 1,000여 년의 역사를 더하고, 삼국시대로부터를 정사로 기록하며, 그 사이의 역사를 삼한시대로 퉁치고 있다.
사실 우리 알고있는 역사는 누군가의 시각에 의하여 편향되고 왜곡된 역사가 많다. 따라서 진정한 역사는 설화(說話)와 민담(民譚) 속에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설화(說話)와 민담(民譚)이 쌓여 신화(神話)와 역사(歷史)가 되고, 역사가 쌓여 국가와 민족 그리고 세계가 발전한다. 세계 각국이 저마다의 역사를 기록하고, 세계에 신화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화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 북유럽 신화나 켈트 신화, 인도 신화, 중국 신화 등의 외국 신화 외에, 한국에는 단군신화가 있다. 이중 가장 널리 많이 알려진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라면, 위대한 신화로 단군신화를 빼놓을 수 없다. 단군신화에서는 하늘의 천신이 현실로 내려와 대한민국의 전신인 고조선 민족의 선조가 되고, 홍익인간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기꺼이 인간으로 전락하는 숭고한 희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단군신화의 정신은 이처럼 모든 것이 지상을 향하는 현실 중심과 모든 것을 내려 놓는 희생 정신이 바탕이다. 이처럼 신화에서 건국 역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심지어 하늘의 천신이 신의 지위를 버리고 인간의 조상이 되는 경우 역시 거의 없다.
단군신화는 하느님과 한국 역사가 하나가 됨으로써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새 역사를 제시하고, 하느님이 인간에게 홍익인간의 길을 천도로 제시함으로써 세계의 인류에게는 홍익인간이라는 삶의 이유와 의미가 주어진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이유 중에서도 궁극적으로 역사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쓰는 사람에 따라 때로 사실과 다르게 기록되기도 하고,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내용이 왜곡되기도 한다.
그래서 단순히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라면 내용을 외우기만 하면 되지만, 역사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옳은 방향을 찾기 위한 목적이라면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 즉 역사에는 방향성, 역사를 분석하고 판단 하는 눈이 필요한 것이다.
단군신화에서 제시하는 역사의 판단 기준은 홍익인간이다.
홍익인간 이상에 의하면 홍익인간 세상(弘益人間 世上)이 이루어지면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 국가나 인류가 발전하고, 홍익인간 세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의로 가득 찬 사회가 되어 국가나 인류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인간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을 떨쳐도, 홍익인간이라는 기준에 맞지 않으면 불의와 거짓과 위선이 된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역사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순간은 전쟁이나 경쟁인데, 승자를 위한 영광의 기록 뒤에는 패자는 물론 승패와 상관 없는 국민의 눈물과 희생이 숨겨져 있다. 따라서 승자와 패자가 함께 하는 홍익인간이 중요하고, 역사를 볼 때는 홍익인간을 중심으로 살펴 보아야 한다.
그리스 로마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민담과 설화를 모아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희대의 역작을 만들어 그들의 정신 문화를 널리 알리고,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종교나 국가철학으로 발전시켜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 중국인들 역시 같은 방법과 목적으로 산해경 사기 등의 문학작품을 만들어 간직하고, 유교와 도교를 중화사상으로 간직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한국역사에서 야담과 설화는 망실되어 없어지거나 증명되지 않기 때문에 폄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역사에서 야담과 설화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앞으로 해설 단군신화와 함께 그 이유를 찾아보자.
끝으로 해설 단군신화는 기원전 역사 이야기이기 때문에 마지막에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기원후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먼저 밝힌다.
단군신화의 끝에 단군이 산신(山神)이 되어 영생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홍익인간사상을 교육관으로 이어받은 것과 관계가 깊고, 따라서 기원후 역사 전체를 보아야 단군신화의 진면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며, 한국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역사공부와 한국사를 새로운 각도로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물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