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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Feb 05. 2024

재개발 백서 1

 (1) 내집이야기

재개발 백서


나는 지금 사하구 괴정동에 주택을 구입하여 살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은 2015년 재개발 정비구역에 지정되고, 2018년 조합이 설립되어 재개발 진행 중이다가, 반대파가 새로운 조합을 설립하여 기존의 조합을 탈취하는 등 진통을 겪으며 두 조합이 서로 싸우는 형국이 되었고, 지금은 기존의 조합을 탈취하여 조합이 된 측의 과도한 사업비 지출과 시공사해지 시도로 다시 들끓고 있다.     


 이제 내 집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다.   

    

(1) 내 집 이야기     


 살던 집을 팔게 되었다.

내가 살던 집은 수많은 압류·가압류·전세권설정 등 재산가치 보다 부채가 더 많은 이른바 깡통주택으로 끝없이 경매가 계속되고 있었고, 나는 전세권 설정을 못한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손해 보지 않게 하는 선에서 내가 새로 살 집을 마련할 최소한의 자금이라도 챙겨서 손을 털고 나와야 하는 입장이었다.     


 다행히 내가 부동산 쪽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우여곡절 끝에 겨우 뜻대로 매매했다.

 막상, 집을 매매하고 보니 수중에 남은 돈은 겨우 6천정도 남짓으로, 이사비용과 가구 구입 등으로 1~2천만원 정도를 제외하여야 할 것을 생각하면 4식구가 살 전셋집 마련도 어려운 형편이었고, 그럼에도 당시 내 나이 5십을 넘은 시점에서 훗날을 기약하려면 어떻게 해서던 내 집을 사야 했다.

 대략 자금계획을 짜야 했는데, 당시 시세로는 아파트는 생각할 수 없어 주택으로 정하고 가이드-라인을 정리하여 보았다.


① 땅값 제일 싼 지역의 주택 구입


 땅값 제일 싼 지역의 주택을 구입하려 한 이유는 땅값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차 높은 가격에 맞추어 가치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손해 볼 확률이 적고, 주택이 아파트보다 공시지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매매가 역시 그만큼 싸다는 이유 때문이다. 

 주택을 구입하려 한 이유는 또 있는데, 바다나 강 조망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아파트는 살기는 편한 대신 세월이 흐르면 노후되어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주택은 대부분 집값을 제외한 땅값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② 지대가 낮은 침수지역은 피해야 하고지하철 인접한 지역이나 지하철 인접한 곳이 될 수 있는 장소로 하되지하철에서 평지는 도보 5‘ 오르막은 도보 3분을 넘지 않는 장소여야 한다.


 침수지역을 피해야 한다는 것은 집 구할 때의 상식이고, 지하철 인접 평지 도보 5분을 정한 이유는 빠른 시일 안에 언젠가 수요대비 아파트 및 주택 과잉 상태가 되고, 그러면 이외의 지역은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지하철 인접한 곳이 될 수 있는 장소로 학장동 지역이 있었는데, 나는 당시 지도를 보며 부산에는 1차로 사상과 하단과 다대포를 잇는 지하철과 2차로 하단과 명지를 잇는 지하철이 남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학장동지역은 당시 아파트가 많이 밀집되어 있어 주택이 없었을 뿐 아니라, 주택이 있다고 하여도 아파트밀집지역이라 가격이 높아 내 돈으로는 모자라서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단념했다.


 참고로 이와 관련하여 당시 처남이 공장부지를 알아보고 있어 이 지역의 주택을 추천했고, 그게 된다고 하여도 언제 될지 모른다고 거절했는데, 그로부터 6개월 후 사상-하단선-명지선 발표가 났고, 사상-하단선은 2,016년 착공을 시작하였고, 하단-명지선은 사상-하단선 완공 이후 착공될 것이다. 

 후에 나도 알게 되었는데, 이 노선은 본래 1990년대에 녹산동~명지동~하단~사상 간의 5호선으로 구상되었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폐기되었던 것이었다. 


③ 2층이 있어 전세금을 받아 부족한 돈을 보충할 수 있어야 한다


 주택은 집값은 치지 않기 때문에 이층이 있더라고 가격에 거의 반영되지 않아, 전세만 놓을 수 있다면 자금부족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④ 주택이 대지 기준으로 평당 4백 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4식구가 살려면 주택 평수로 최하 25평은 넘어야 하고, 따라서 건폐율에 따라 대지 평수 역시 40평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자금은 기존 자금 6천만원+ 2층 전세금 6천만원을 합쳐서 총 1억 2천만원으로 생각하고, 나머지는 은행융자 6천만원을 더해 총 1억 8천 정도로 대략 자금계획을 잡았다. 그러면 실제 주택구입자금은 1억 6천으로, 40평이면 평당 400만원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시장조사에 나갔는데, 처음에는 평당 300만 원을 생각하며 거의 부산 시내를 일주하다시피 하였다. 

 부동산을 찾아다니다 불가함을 알고 평당 400만 원 선으로 상향 조정하였는데, 당시 시세로는 합당한 주택이 되려면 최하 평당 5백 정도는 되어야 했고, 평당 4백만원 수준은 거의 찾기 힘들었는데, 다행히 지금의 사하구 괴정동 쪽이 그나마 부합하는 지역이었다.

 사하구 괴정동 쪽 주택을 집중적으로 찾아보았는데, 문제는 지하철에서 도보 3~5분 이내에 평당 4백만원 이하로 주택이 없었다.      


 그러던 중 만난 것이 지금의 주택인데, 2010년 7월 경, 한 부동산을 찾았다가 이곳을 안내받게 되었다.

 주택은 지하철에서 나와 천천히 3분 정도 걸으면 주민센터 지나서 복개도로가 나오고, 복개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에 100M 가량의 소방도로가 있는데, 우측은 재개발하다 시공사 부도로 중단상태였고, 좌측의 재개발과는 관계가 없는 지역이었던 지금의 집은 소방도로가 좌측으로 꺾여 돌아 복개도로로 다시 이어지는 중간에 좌측으로 꺾이는 첫 지점에서 2번째 집으로 지하철에서 천천히 걸어 5분 정도 소요되었다. 다행히 아내의 직장이 좀 교통이 열악하긴 하지만 같은 사하구인 인근의 신평 쪽이어서 조건이 맞았다. 

 당시 우측의 재개발 중단 지역의 이주가 상당히 이루어진 상태로 빈집이 많아 슬럼화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가격 또한 평당 400만 원에서 몇만 원 빠지는 금액으로 조건에 맞았다. 또한, 집에서 도보 3분 이내에 조금 작긴 했지만, 재래시장이 있어 살기에도 편해 보였다.


 우측이야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언젠가 다른 시공사가 나서면 다시 재개발이 이루어져 대형 아파트 단지가 형성될 것이고, 그러면 이집은 대형아파트와 부속상가로 인하여 더 살기 좋아질 뿐만 아니라, 대형 아파트 옆에 있는 아담한 주택가로 주택가격이 올라가 가치 역시 높아질 것이 기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우측으로 도보 10분 지하철 1구간의 위치에 원래 사하구의 원도심이었다가 당시 사하구의 부도심이 되어 괴정시장과 아울렛 백화점을 품고 있는 괴정사거리가 있었고, 좌측으로 도보 20분 지하철 2구간의 위치에 원래 사하구의 부도심이었다가 당시 사하구의 원도심이 되어 동아대와 하단 5일장을 품고 있는 하단로터리가 있었으니, 향후 사하구의 중심 주거지로서의 입지조건까지 갖추고 있었다. 더욱이 뒤쪽으로는 도보 3분 정도 거리에 군데군데 체육시설이 갖추어져있는 동매산 둘레길이 있고, 교통시설을 이용하면 10분 정도 거리에 송도해수욕장과 다대포 해수욕장은 물론 부사 번화가이 광복동과 남포동, 자갈치 시장, 감천문화마을 등 건강과 힐링에 도움이 되는 명소들이 있어 금상첨화 격이었다. 


 집을 본 다음 날 바로 계약하였고, 직접 수리를 한 후 도배와 장판을 시키고 싱크대를 주문하였다. 싱크대는 내가 사용할 1층은 한샘으로 하고, 전세를 놓을 2층은 인근 씽크대 공장에 사재로 주문하여 비용을 절감하였다.

 주택 구입을 위하여 잠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전세를 놓으려 근처 부동산을 찾았는데, 전세 6,000만 원이 시세보다 너무 비싸 세를 놓을 수 없다고 낮추라 했다.

 나는 6,000만 원이 필요하고,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고 했으니, 반드시 임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지하철 입구, 버스정류장, 골목길 가릴 것 없이 온통 도배질하듯 붙였다. 관공서에서 떼 내면 붙이고 또 붙이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신혼부부와 아이 둘 키우며 혼자 사는 아주머니가 같은 날 시간 차이를 두고 집을 보고 서로 경합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경합의 이유는 내가 집을 살 때 생각했던 지하철 인접, 주변 재래시장, 평지 주택 3가지 이점이었으니, 나름대로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었다.

 전세는 경합의 과정에 6,500만 원으로 500만 원이 올라갔고, 당연히 조용하게 살 신혼부부를 택해야 했지만, 우리는 아이들 때문에 좀 시끄럽겠지만 오래 살 확률이 높은 아주머니 쪽을 택했다. 후에 이곳이 재개발 지역에 들어가 세입자를 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결국 아주머니는 끝까지 살다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선 이주비를 받아 이사를 시키게 되었으니, 이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지금은 옆에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가 들어서 자체 내의 공원 산책로와 헬스-장이 제공되어 사용되고 있고, 하단로터리에는 백화점과 CGV가 있는 아트-몰링이라는 대형 쇼핑센터가 생겨났고, 지하철 사상-하단선이 착공 중이고 이어서 지하철 하단-명지선이 착공예정이며, 가덕도에 신공항까지 생길 예정이니 거의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집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내가 선택했던 지하철 인접 도보 5분 평지+지역 내 시장’ 백화점 등의 편의 시설+ 공원’ 산‘바다 등의 건강-레저 시설이나 원도심 인접 등의 조건들을 염두에 둔다면 큰 도움이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첫 번째의 지하철 인접 도보 5분 평지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이조건을 염두에 둔다면 집값이 급락해도 별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프롤로그 편에서 이미 이야기했지만, 현재는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아파트 공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로, 부동산 계통에서 과거의 버블현상이 무너져 아파트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원래 사하구가 낙후된 지역이었고, 이후로도 별로 발전이 없어 집값이 계속 답보 상태였는데, 2013년 집을 산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재개발 소문이 돌기 시작했였고, 집값이 평당 500만원 선으로 100만원 정도 올랐다. 

 아마 이때 재개발을 정비구역지정을 위한 기초조사와 기본계획수립이 이루어져 재개발지역에 편입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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