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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앤 Apr 27. 2021

우리는 너무 과한 에너지 속에 산다

요즘 나의 삶의 실태 보고



© ColiN00B, 출처 Pixabay




 과한 에너지란 무엇일까?

 적당을 넘어선 무엇! 모자라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모자라는 것보다 넘치는 게 좋았다. 배제시키거나 나누거나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걸 살면서 경험했다. 써놓고 보니 이것도 연륜에서 나온다. 적어도 나에게는. 

'모자란다'는 의미는 언뜻 보기에 결핍 같아 보인다. 그래서 싫었다. 결핍을 택하느니 과하게 넘치는 걸 늘 선택하고 싶었다. 


 젊었을 적 물건을 살 때에도 하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하면 두 개, 세 개를 샀다.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서 말이다. 부족해서 다시 살 때 세일을 하지 않을까 봐, 라는 것이 이유였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나의 불안에서 온 것이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사람에게 많은 감정들이 있지만 특히 인간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불안'이라고 말했다. 

 내 눈으로 정리가 되지 않거나 계획이 모호할 때 어떤 두려움과 맞닥뜨리게 되면, 그냥 두려움을 느낄 때와는 달리 몇 배의 고통이 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악의 감정이라고.


 나에게 비워진 느낌 혹은 욕망 등을 세일이라는 이름으로 대신 화풀이를 했던 거나 다름없었다. 맙소사! 그런데 그걸 세월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인간은 참 멍청한 것도 같다. 똑똑한 듯 지식을 자랑하지만 현실을 사는 삶에 있어서는 제로다. 이걸 쉽게 '헛똑똑'이라고 부른다. 


 나도 이 말을 건너서 들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의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인데, 누군가 싸잡아 나의 전체를 그런 말로 뭉뚱그려 말한다면 조금은 억울하기도 하다. 그래서 부분은 인정하기로 했다. 나뿐만 아니라 사람은 늘 어딘가 한 부분이 헛똑똑이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걸 나중에 깨닫게 된다면 알지 못했던 때와 안 때는 간격이 존재한다. 누군가 그 간격 중간 어느매쯤에 무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당사자에게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옆사람이 잘난 듯 살아내지만 결코 빈 부분을 보고야 마는.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상대가 오해를 할 수도 있다. 그 빈 것 같은 헛질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거나 그게 아니었거나. 

 

 나는 과한 에너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중간 부분에서 생각의 과한 에너지가 쓰여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 과한 에너지에는 물건을 살 때뿐만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때 '먹방'이 유행처럼 번졌다. 지금은 꼭 먹방이 아니어도 맛집 탐방이나 요리 프로그램들이 인기이다. 더하면 더했지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채널이 참 많다. 유튜브나 개인 방송도 늘었다. 


 나도 먹을 것을 좋아한다. 그런 채널에 열광하며 보는 타입은 아니지만 좋은 곳에 좋은 제품을 찾아 장바구니에 넣는 취미가 있다.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을 공부하고 장 볼 때는 일일이 재료를 확인하며 사는 취미다. 나는 이게 요즘 과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지했다. 아이가 스낵을 많이 찾으니까 차라리 좋은 것을 직접 골라 먹이자, 가 나의 첫 취지였다. 의도는 너무나 그럴듯하고 좋았다. 

그 좋은 의도가 점점 집에 먹을 간식들이 쌓이며 좋지 않은 의도로 흘렀다. 그 많은 간식류 중 먹는 사람은 거의 나 혼자라는 것. 아이는 조금씩 나의 취향을 따라오기는 하지만 그런 간식을 즐기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스낵 봉지를 뜯은 채 놓아둔 것만 몇 개씩 된다. 


 집에 있으면서 챙겨 먹이려고(?) 혹은 먹으려고, 큰 종이봉투 안에 간식을 다 담아 두고 수납장에 낮게 올려놓았다. 그걸 급기야 아이가 보더니 죄다 끄집어냈다. 유기농 코코아 바, 유기농 야채 칩, 헬스 바, 유기농 과일 말림, 카사바 아보카도 스낵, 키토 식품 등이 거실을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불행히도 아니 운 좋게도 나는 설거지 중이었다. 남편은 아이를 보느라 거실에 있다가 모든 광경을 목격했다. 종이봉투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말이다. 낱낱이 파헤쳐지는 아, 나의 부끄러움이여! 사실 나의 얼굴은 뻔뻔했다. '그거 다 애가 먹는 거지! 하도 까까 찾으니까!'라는 돌 팔구를 마련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남편은 아무 말이 없었다. 

 

 미니멀하게 살아보자며 단순함을 외쳤건만, 간식에는 영 젬병이었던 요 며칠. 천성이 뭘 많이 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가끔 나도 정신줄을 놓을 때가 있다. 건강먹거리에 이글이글 불이 붙어 계속 두리번거리는 일이라니. 그래도 좋은 건 있다. 어느 곳에 가면 건강한 무엇을 살 수 있는지, 어느 제품이 진짜가 아닌지 등을 아는 것! 또 나쁜 스낵을 주전부리하는 것보다 차라리 몸에 좋은 성분을 골고루 먹자는 데는 최고다. 단 필요하고 부족할 때만 사야 했다. 

 

 밥상 위에 올라오는 먹거리를 바르게 먹는 일은 훌륭하다. 그건 그렇다 쳐도 간식거리는 어쩌랴. 이 짓을 한 지 3주가 된 것 같다. 빨리 '나'로 돌아와야 했다. 적정선을 지키다가 이건 궤도이탈이다! 물론 그러면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인생에 있어 여러 번은 곤란하다. 기간도 오래되면 곤란해진다. 

 

 우리는 자연에 대해서도 에너지를 과하게 쓰고 있다. 내가 쓰고 먹고 생활하는 것이 모두 자연과 결부되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요즘은 생각한다. 모자라는 게 낫겠군! 하고. 그래도 지인이 가끔 집에 들르게 되었을 때 이것저것을 바리바리 싸줄 수 있어 내 마음이 좋았다. 그렇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이걸 빌미로 합리화를 내 안에서 만들어 내면 큰일이다.

 

 아이는 소방차, 구급차 게다가 경찰차까지 요즘 아침마다 가지고 논다. 


"삐오삐오 위이잉~~~~~~삐뽀삐뽀!!"


이 소리가 심장을 울리며 평소보다 더 크게 들리는 건 뭘까.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쓰며 '항복'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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