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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Oct 11. 2022

항상 맑은 사막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보고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즐겨본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오은영 박사가 문제점을 진단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과정에서 배울 것이 참 많다. 물론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이나 홍보를 위해 나오는 연예인들도 있지만(이분들은 아예 자기 객관화가 힘든, 너무 멀리 와버린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오히려 출연을 기회로 진심으로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려는 경우인 연예인들이 많은 듯하다.


그중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츄'가 나와서 참 놀랐다. 츄는 아이돌 가수로 방송에서 늘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어 인지도가 꽤 있는 연예인이다. 몇몇 사람들은 츄의 그러한 텐션이 너무 과장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내 눈에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찐 행복한 소녀'로 보였기 때문에(크게 억지로 꾸며내는 것보다 원래 텐션이 높고 밝아 보였다) 그러한 츄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끌렸다.


깜찍한 츄양


그러나, 그런 밝은 츄가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나와서 사실은 '너무나 외로웠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아마도 혼자서 그룹의 홍보를 거의 담당하면서(인기가 가장 많으므로) 겪어야 했던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커서 해소할 방법을 몰랐고, 힘든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밝은 모습'으로 자신을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인 감정표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나 강하게 작용을 하면서 그만큼의 강도로 더욱 '밝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엄마에게 그 사실을 말했더니 '참아라'라는 대답을 듣고 엄마와 6개월간 연락을 끊었다고 하니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고 한다. 귀엽고 밝은 얼굴의 츄가 눈물을 터뜨리는 모습이 보기가 매우 안타까웠다. 울면서도 습관적으로 살짝살짝 웃는 모습이 더욱 애처로웠다.


다른 사람에게 항상 좋은 모습, 밝은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는 압박감, 그것은 바꾸어 말하면 나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까 봐 두렵다는 뜻일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표현'을 하면 내가 원하는 반응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 두려운 것이다.


금쪽상담소

나의 경우에는 항상 밝지는 않지만(오히려 대부분 무겁고 진중해 보인다, 표정이 늘 없다ㅋㅋ 절대 억지로 웃지는 않는다.) 감정 표현을 쉽게 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는 듯하다. 감정표현을 하고, 내 속마음을 드러내면, 불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을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교사라는 직업적인 특성 때문에(아이들 앞에서 긍정적인 모습만 보이면 쉽게 만만해진다)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어떤 표현을 했을 때 '진심으로 공감'받은 경험이 적었기 때문에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다. 타인과의 소통을 내 쪽에서 미리 차단하여 나를 방어하려는 것이다. 츄처럼 '스마일 증후군'을 가지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지는 않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의무적으로' 타인을 대한다. 공과 사가 지나치게 뚜렷하고 개인생활에서까지 사회적 가면을 늘 쓰고 살아간다. 나도 츄와 양상은 다르지만 행동의 근본 원인은 같다.


'부정적 감정에 대한 두려움'


오은영 박사는 츄에게 '불편한 감정을 극도로 힘들어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감정까지 신경 쓰는 츄. 상대방의 감정을 해결하려는 츄. 츄도 역시 k-장녀다. 가족들을 챙기면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자신의 감정은 스스로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늘 타인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자신은 뒷전이 된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많다, 특히 내가 살면서 본 여성들은 대부분 이런 성향(집안 분위기 및 특히 어머니의 성향+거기다가 장녀면 더 심해진다)이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딱히 친절하지 않아도 당당한 사람이 오히려 무척 튀어서 이상해 보일 지경이다. (이런 사람들이 정신이 건강하다..)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고 기쁘면 기쁘다고 말하면서 나를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지 않으면 사람이 어느 순간 이상해지는지도 모른다. 너무 힘들어서 펑펑 울기 위해 '준비를 하고' 울거나 매운 음식을 '폭식'했다는 츄처럼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게 된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나한테 '너는 자연스럽지 않다'(그래서 매력이 없다는 취지의 말이었음^^;)'라고 했는데, 그 말이 계속 뇌리에 남았다. 듣자마자 나에 대해 잘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인정하면서도 당연히 기분이 나빴지만, 그 감정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와 성격이 완전 다른  사람을 내심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무력감이 쌓여서 타인을 의무적으로 대해서 나 자신을 방어하려는 성향이 강화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춤이나, 글쓰기, 외국어 등에 소질이 있고 취미가 있는 것도 억눌린 표현 욕구를 발산하고자 생긴 자연스러운 본능인 것 같다. 평소에는 좀 경직된 편인데 나서야할때는 나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로 부끄러움이 없고 대담한 면이 있다.


'항상 맑기만 하면 사막이 된다'라는 로고가 영상 상단에 보였다. 지나치게 해가 내리쬐면 수분이 증발하고 사막이 돼버린다. 무엇이든 극도로 밝은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비가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불편한 일이 있으면, 울고, 화내고, 욕하고, 소리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표현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래야 꽃이 피고, 풀이 자라고, 생명이 살 수 있는 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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