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좀 불행하십시오

셀프 러브에 관한 오해와 진실

by 클로이


혼자 나와 산지도 어느덧 5년이 다 되어가는 사회인으로서 (aka. 지칠 대로 지친 한 인간으로서) 나의 지난 5년은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날들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 인생 전체가 어떤 실체 없는 노력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몰랐다. 하루하루, 잘 살기 위해 노력했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아등바등 달려온 날들 속에서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갔다. 아마, 인생도 공부처럼 노력만 하면 계속 좋게 풀린다는 순진한 학창 시절의 믿음을 마음 한편에서 놓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가장 지쳐있었던 2019년, 어느 순간, 읽던 책의 제목들이 바뀌어있었다. '놓아버림,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자기 치유, 자존감 수업….' 소설과 인문학을 좋아하던 일편단심 문학소녀였던 내가 어느새 '마음 챙김(Mindfulness)'과 '명상', '자기 사랑(Self-Love)', '시크릿' 등의 신봉자가 되어있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지금 이 순간에서 만족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가장 유명한 책부터 닥치는 대로 읽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모든 책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에도 나는 그 문장을 머리로 받아들였지, 가슴에서는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알지를 못했던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책만 그냥 계속 읽었다. 내 마음에서는 이게 아닌데…. 책을 읽을 때는 알 것 같은데, 돌아서면 까먹고, 또 알 것 같은데, 까먹고. 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했던 내용을 다음날이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것도 같았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뭘까? 왜 노력을 하는데 안 되는 것일까?

그 후로도, 1년쯤의 막막했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내 마음의 배경화면은 항상 어떤 긴장감과 불안함이었다. 한시도 나 자신을 놓지 못하고, 검열하는 마음, 불만족스러운 마음, 노력하는 마음, 자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마음.


그러다가, 어떤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다

'그냥 좀 불행하십시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한 명상가가 독자와의 문답을 엮은 그 분야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 독자에게 저런 말을 한 것이다. '그냥 좀 불행해져 보라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나도 항상, 불행을 피하고 행복만을 좇아서 살아왔는데, 불행해도 된다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조금 알 것 같았다. 내가 그동안 나 자신을 사랑하기 힘들었던 이유를, 사랑은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닌데, 내 마음속에 나 자신을 싫어하고 불행해하는 내 모습이 있는데, 그런 나를 무시하고 사랑하려 하니 (스스로가) 구역질이 난 것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면, 타인의 단점은 안 보이고 무조건 좋은 점만 보려 하다가(훅 빠졌다가) 나중에 실망하는 것처럼,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로 나의 못난 모습, 불행한 모습은 무시하고 그것을 어떻게 바꿀까? 어떻게 사랑할까?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좀 불행한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 자유를 맛본 기분이었다. 불행에 저항하려, 내 시간을 바쳐왔는데, 저항할 필요 없이 불행한 내 모습도 인정해주는 것이다.



타인을 사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은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자기 사랑은 나 자신의 못난 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냥 두는 것이다.

고치려 하지 않고, 그냥 좀 놔두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의 모토는, 더 이상 가짜 '자기 사랑'이 아닌, 기분이 안 좋을 땐, 불행할 땐, 그런 나와 가만히 있어주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아이들에게는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아이들을 판단하지 않고 못난 아이들도 있는 그대로 봐주고, 그대로 두었다. 고치려 하지 않고 그 아이의 개성을 존중했다. 내가 노력하려 한 것이 아니라 본능처럼 그렇게 되었다.


그때의 그 마음을 나에게도 내면 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