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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Mar 29. 2020

자기계발과 자기혐오는 같다

멈출 수 없는 자기 계발의 늪


 언제부터인지,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당연해져 버렸다. TV를 틀면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서점에 가면 '자기 계발 서적'은 스테디셀러이며 사람들의 새해 목표 또한 언제나 '자기 계발'이다. 자격증 공부에서부터 다이어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자신을 갈고닦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자신의 삶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것으로 간주되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야만 '산다'라는 것을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모두가 열심히 사는 한국 사회에서 뒤처지기 않기 위해서  '자기 계발'은 어느새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이런 라이프 스타일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힐링', '내려놓기'라는 키워드가 많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에 서점에 가면 '열심히 살자!' 보다는 '대충 살자!', '눈치 보지 말고 살자!' 등의 책 제목이 보인다. 사회가 요구하는 경쟁과 스펙에 지치고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만 한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사회와의 힘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개인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열심히 자기 계발'을 하든, '눈치 보지 않고 힘 빼고 살든', 그 이면에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조차 증명해야 하고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힘든 마음이 있다. 우리가 진실로 우리의 인생을 자연스럽게 살아나간다면,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해', '나는 힘 빼고 살아야 해'라는 생각 자체가 부자연스러울 것이다. 인생은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니깐, 열심히 살 때도 있고, 힘 빼고 살 때도 있고 상황에 따라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뜻 반대인 것처럼 보이는 '힐링' 도 '자기 계발'과 결국 같은 것이라고 여겨진다. 어찌 되었든, 사람들이 인생을 편하게 살지 못하고 부자연스럽게 살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런 불편한 마음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금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다. 다시 말하면 자기 계발에 열중하는 사람일수록, '이상화'된 자신의 모습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하기 때문에 그것을 눈치채기는 쉽지 않다. 머릿속에 있는 자신의 완벽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스펙과 경험으로 이어지고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내면에는 지금의 자기 자신(예전의 자기 자신보다는 훨씬 발전된)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에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현재의 자기 자신을 전혀 보려 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또다시 이상적인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자기 개선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마치 성공을 한 번 맛본 사람이 성공의 기쁨을 잠시 맛본 뒤, 다시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자기 계발은 '늪'이나 다름없이 사람들을 옥죄게 된다. 중간에 '힐링' 타임이나 '내려놓기'를 해도 결국에는 다시 제자리이다. 애초에 힘을 빼고 살았다면, 힘을 뺄 필요를 못 느꼈을 테니깐. 


 이러한 모습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 '인스타그램'이다. 오늘날의 인스타그램에는 자기 자신의 '이상화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사람들이 그야말로 '넘쳐난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닌 보정 어플로 만들어낸 다소 기괴해 보이는 모습일지라도(이런 사람들은 본판도 대부분 예쁘고 멋지다) 본인 기준에서는 '지금의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 그리고 설령 그것이 자신의 인생과는 상관없는 '행복'을 과시하는 모습일지라도 (오히려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을 과시한다) '지금의 삶이 아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스타그램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천국이 되었다. 지금을 살지 못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공간. 정말로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을 절대로 과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인스타그램의 인기는 우리 사회의 정신적인 불행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도구일 뿐이다. 팔로워 수가 늘수록 '이상화된 나 자신'은 힘을 얻어가고 '진짜 나의 현실'은 점점 초라해진다. 결국에는 또다시 '늪'에 빠지고 빠지면 빠질수록 나오게 되는 방법을 모르게 된다. 그 이면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자기혐오. 그래서 자기 계발과 자기혐오는 한 끗 차이이다. 자기혐오가 강할수록 인스타그램은 더욱 화려하고 아름다워지고 팔로워 수는 늘어난다. 팔로워의 반응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나 자신을 평가하는 마음도 더욱 커진다. 


- 넷플릭스 드라마 <팔로워들>의 한 장면


 자기 계발 열풍과 인스타그램의 인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가 진정 우리 자신을 사랑한다면 우리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나는 나일뿐이다.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결국에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이상화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자기혐오의 단면이다. 누군가가 나를 정말로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나의 겉모습뿐인 사진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 나의 못난 모습 또한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소통일 테니깐.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지금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자기 계발'과 '힐링'과 그 어딘가의 지점에서 끊임없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이다.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자기 신뢰'이다. 내가 어떤 모습이던지,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기 자신을 진정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고 그것은 가장 값진 일이다. 애초에 인스타그램이나 팔로워들이 해줄 수 없는 일임을 깨닫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자기 계발'이 아닐까. 


 나의 결론은 이제는 그러한 정신적인 '자기 계발'이 대세가 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나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나의 팔로워가 되고 싶다. 사실은 모두가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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