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말썽꾸러기라고 혼나고, 다양한 방법으로? 체벌을 당했던 안 좋은 기억도 있지만 감사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4학년 때 글쓰기(일기 쓰기)를 참 열심히 했고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일기장 말미에 <참 잘했어요> 도장과 함께 코멘트를 달아주셨기 때문이다. 제출한 일기장을 돌려받을 날에는
'선생님이 이번에는 어떤 답변을 달아주셨을까?' 공책을 펼치기 전부터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답변을 달아주는 선생님께 자랑하고 싶은 일, 때로는 힘들었던 일, 그 외 사소한 나의 일상까지 참 열심히 적었던 것 같다. (그 때 내가 작성했던 글, 선생님의 코멘트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생생히 기억에 남을 정도다.)
시간이 흘러, 일기쓰기를 좋아하던 그 꼬마가 선생님이 되어 6학년 제자들과 2021년을 보내고 있다.
선생님이 되면서 '나는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 내게 질문을 던지고 참 많은 시간 생각해보았는데, 고민 끝에 얻은 답은 <내가 초등학생 때 존경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선생님이 되어보자> 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기장을 받고 행복해하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신규때부터 지금까지 (아직 연차는 얼마 안 되지만..) , 학년에 관계없이 (4, 6학년밖에 못 해봤지만..) 주제 글쓰기 활동(일기쓰기, 다양한 글밥으로 글쓰기)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솔직히 힘은 든다. 신규 때는 주 2,3 회 / 지금은 주 1회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모든 글을 읽고 일일이 답변을 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거의 반 페이지 넘게 답변을 달아주다가 최근에는 힘들다는 핑계로 분량을 많이 줄였다.. 흑 미안해 얘들아..)
그럼에도 계속해서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이유는 아이들도, 나도 글쓰기 활동을 통해 무언가를 채워나간다는 느낌을 받아서이지 않을까. 또한 글쓰기를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1. 아이들이 글쓰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 글을 쓰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소통한다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쓴다.
- 아이들이 계속해서 글쓰기를 원한다 ( 선생님의 코멘트를 기대하며..ㅎㅎ) / 괜찮다고 해도 더 쓰겠다는 아이들이 생긴다.. 선생님은 괜찮은데..!)
2. 우리반의 정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 했던 일들을 이야기해준다 (누가 전담시간에 혼났고, 학교 급식이 어떻고 등등..)
- 교우관계(특히 여자 아이들 무리의 심리전, 복잡한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다.
3. 글쓰기가 상담이 된다.
-2번과 같은 맥락으로 아이들이 속 이야기(가정사, 공부 걱정, 친구 관계 등)를 꺼내면 글쓴 내용을 바탕으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때로는 코멘트로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글쓰기 공책을 받자마자 살짝 펼쳐서 코멘트를 읽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이 귀여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 몰입해서 쓰다보니 주저리주저리 장문의 교단 일기 한 편이 완성되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은 초보 선생님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좋아해주고 잘 따르는 아이들에게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