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쌤클라우드 Feb 14. 2021

듬뿍이와의 첫 만남

아기천사가 찾아왔습니다!

 


 얼리 테스트기를 사용해보기로 한 날,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이불속에서 한참을 뒹굴었을 텐데 이 날은 눈이 저절로 뜨여지더군요. 피곤하지도 않았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 몸에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아내가 화장실을 다녀오는 그 짧은 시간이 군대에서 전역을 하루 앞둔 날 흘러가는 시간만큼이나 길게 느껴졌습니다. 이미 답은 정해졌겠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정답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어떡해.."


화장실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직감적으로 임신이 맞다! 생각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기에 떨리는 마음을 잠시 가다듬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로 아내를 기다렸습니다.  
 

 "두 줄이야.. 나 임신인가 봐.."







 '내가 아빠가 된다니.. 내 아이가 생겼다니!'

 얼리 테스트기 속 두 줄을 직접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말이나 글로 적절하게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때의 감동적인 마음을 표현하려면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땠어?' 질문 답하기 학원에 따로 등록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좋았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 어떤 새 생명의 잉태가 감격스럽지 않겠냐만 그 주인공이 내 아이라면,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얼리테스트기 속 두 줄은 날이 갈수록 진해지고 선명해졌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얼리테스트기 앞으로 다가가 아직 형체도, 이름도 없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그 어떤 것보다 선명하게 그려지는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는 습관이 절로 생겼습니다.

 아무리 피곤한 하루를 보냈을지라도 잠들기 전 두 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저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왜 이 세상 부모님들이 자식을 바라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만 같습니다.



 

 아내에게 딸기 하트를 선물했습니다. 결혼식을 올린 지 3개월만에 임신을 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한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요리를 제외한 집안일을 제가 담당했는데 앞으로는 요리까지 제 영역으로 추가해보려 합니다. 얼른 요리실력을 키워서 아내와, 배 속의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태명은 듬뿍이로 정했습니다. 사랑도 듬뿍, 은혜도 듬뿍, 긍정적인 모든 것을 듬뿍 받았으면 하는 의미입니다. 또한 듬뿍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에게, 이 사회에 무언가를 듬뿍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2월 10일 수요일, 산부인과 초진을 다녀왔습니다. 임신 5주차로, 아기집을 확인하고 임신확인서를 발급받았습니다. 정식으로 듬뿍이의 예비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습니다. 
 


 28살 2개월 10일, 만 26세에 아빠가 되는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아빠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보려 합니다. 


 P.S _ 2주 뒤에는 듬뿍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아빠는 벌써부터 기대가 돼. 사랑해 듬뿍아!



작가의 이전글 Wake, Run, Writ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