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병 편

프롤로그

by 초동급부


벌써 세 번째 '은경이 삼철이'입니다.

그런데도 고작 일병이네요. 하지만 일병이 되고 정해진 호봉이 채워지면 편지를 쓸 수 있었습니다.

줄곧 아내의 편지들만 눈에 담다가 요 며칠 제가 쓴 글무리들을 훑어보았습니다. 혈기가 왕성해서 인지, 철이 덜 들어서 인지 아니면 군대라는 특수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절제미라고는 없더군요.


30개월 동안 가장 중요한 소통수단이 되어 준 편지들을 다시 꺼내보는 것으로 시작된 작업이기에 저의 문장들 또한 옮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걱정은 이미 앞장서 뛰고 있고 민망함은 예저녁에 저만치서 전력질주를 하고 있지만 잘 골라보겠습니다. 비슷한 나이의 어릴 적 아내와 제 사진을 삽입했던 '이병 편'에, 오래전에 태어나 처음 가는 해외여행을 위해 찍었던 아이의 여권사진을 끼워 넣어 '일병 편'표지를 만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이곳에 머무는 명확한 개인적 이유와 목적이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했던 시간들과 둘만의 추억들을 다시 기록으로 남겨 둔다면, 둘을 적당히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의 우리 아이가 언젠가 한번쯤은 살펴보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부모가 어떻게 부부가 되었고 어째서 우리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랑하고 있는지, 많은 시간이 흐른 후라면 사랑했는지를 분명히 이해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 필명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이 기록으로 인해 각자의 추억들도 여러분을 따라와 걷길 바랍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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