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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동급부 May 05. 2024

퐁당퐁당 형을 던지자.


“유신의 심장을 쐈다 안혀요”일화(이하 ‘유신의 심장’)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건도 있었다.

전적으로 내가 저지른 건이다. 유신의 심장과 비슷한 시기라고 하나 난 정말 1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적으로 전문한 것이다.


엄마는 4살 위인 작은형과 나를 데리고 동네 작은 개울로 빨래를 하러 갔다. 한참 빨래하고 계시던 엄마가 풍덩 소리에 놀라서 보니 형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이었다. 기이하게도 훗날 이 얘기만 들으면 난 동요 ‘퐁당퐁당’이 생각난다.


‘건너편에 앉아서 빨래를 하는 우리 엄마 온몸을 젖게 해 주었다.’

누나가 아닌 엄마라는 소소한 차이와 돌이 아닌 형을 던졌다는 대대한(?) 차이 등은 있다. 손등을 간지럽히는 정도가 아니고 엄마와 형을 물에 넣은 것도 부족해 생명까지 위태롭게 한 엄청난 반전은 오직 나의 몫이다. 일찍이 고모가 유신의 심장에서 예언하셨듯이 사고를 크게 친 것이다.


놀란 엄마가 재빨리 물에 뛰어들어 형을 건져냈다. 어릴 적 바닷가에서 자라 헤엄을 잘 쳤던 엄마는 어렵지 않게 형을 건져냈고, 우연히 이를 보고 달려온 동네 아저씨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온 형은 긴 잠을 잤다고 전해진다. 내가 형을 고의로 차가운 물에 떠밀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기억의 전무함으로 대대해서 그날의 진실을 밝히자고도 못하는 나는 장기 구전을 통해 회자될 때마다 너무도 난처하다. 최소한 범죄의 착수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부정할 길 없으니 난 결과적인 참회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사건에 석연치 않은 느낌을 못내 지울 수 없는 것은 저뿐일까요?

당시 엄마는 빨래에 집중하고 있어 첨벙 소리에 쳐다봤다고 했으니, 내가 떠민 장면을 목격하지는 못했다. 내가 형을 민 것을 자백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오직 형의 진술에 의해서 난 범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은 내게 무수히 많은 사기를 친 인물이다. 구어적 표현이 아닌 형법적 의미의 사기이다. 내가 복싱샌드백을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는 것을 알고, 친한 친구가 체육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니 싸고 좋은 것을 사다 주겠다며 뺏어 간지 30년이 넘었다. 어떻게 속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매형이 선물해 준 내 반지를 금은방에 팔아먹기도 했다. 이 외에도 나에게 사기를 쳐 무수히 기수에 이르렀으며 거짓말은 뭐 셀 수도 없다. 단, 형사미성년자의 개념이나 친족상도례의 적용은 배제하고 말이다. 나는 형법을 전공했다.

그렇다면 내가 민 것이 아닌 형 자신의 실족, 서로 장난을 치다 미끄러진 가능성 즉, 단순 과실 등도 고려해 보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떠 민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형이 나에게 큰 잘못을 했으리라.

아니면 목이 마르다고 했거나....


이 퐁당퐁당 형을 던진 사건은 참으로 질긴 생명력으로 40년이 훨씬 넘은 제 작년에 또다시 등장했다.


“그때 구하지 말았어야 했어!.”


명확한 사전 합의 없이 새로 지은 고향집에 대한 비용문제로 인해 작은형 가족과 아버지가 몇 차례 극한으로 대치함에 속이 상한 엄마가 한 탄식이었다. 50이 넘도록 온전히 홀로 서지 못한 자식은 부모를 이용하여 귀농을 했고 아버지는 자식을 이용하여 손쉽게 집을 지었다. 상호의 이기가 돈에서 충돌하는 예견된 장면이 어김없이 구현된 것이다.

어떤 말들과 행동이 오갔기에 그로 인해 얼마나 속이 상했기에 저런 말을 하셨을지를 생각하면 내 맘도 아려온다. 두 부자의 모습이 불리한 사실은 실재로도 잊는 어린 시절의 나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친 사고에도 두 부자가 친 사고에도, 그저 피해를 입은 것은 항상 어머니이시다. 부모님과 함께 살기로 형의 가족은 그 집을 떠났고 결국 노부부만 남겨졌다.

대체 내 엄마는 언제 몸고생 맘고생 없이 사실지 모르겠다.




전문 : 다른 사람을 거쳐 간접으로 들음

대대하다 : 두 사람의 말이 서로 어긋날 때, 제삼자를 앞에 두고 전에 한 말을 되풀이하여 옳고 그름을 따지다.

친족상도례 : 친족 및 배우자 간에 발생한 절도죄, 사기죄 등의 특정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특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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