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돌’ 이야기인데요. 자꾸만 굳어져 가는 제 머리에 관한 안타까운 얘기(?) 아니고요. 삼한 시대부터라는 오랜 취미생활인 ‘수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연은 길지만 다 말씀드리긴 어렵고, 저는 아버지 덕분에 일찍 수석에 관심을 갖게 되어 지금도 즐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석은 정말 매력적인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강, 바닷가 드물게 흙 속 돌이 수석의 자격을 득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기를 養(양), 돌 石(석)을 쓰는 양석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네, 짐작하신 대로 돌을 기른다, 양육한다 정도의 뜻입니다.
上 폭포석 / 下 문양석_봄내님 소장석
돌을 기른다? 돌을 길러? 그럼 자랄까요?
안 자랍니다. 다만, 때가 벗겨져 본연의 색이 살아나 예뻐지고 고태미가 더해지게 됩니다. 무엇보다 자연에 있던 돌이 제 자리를 떠나 사람의 곁에 오면 어색하기 마련입니다. 세제와 솔로 박박 닦아 물 때를 벗긴 자리가 낯설게 느껴지고 한쪽은 물속에 반대쪽은 물 밖에 있던 돌은 색이 부자연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볕 양(楊) 자를 쓰는 양석으로, 실외에 두면서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 이상 물을 뿌리고 볕에 말리기를 반복하면 풍화작용에 의해서 예쁘게 양석이 된다고 합니다. 볕 양석 외에 손 양석, 이끼 양석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간략히 만 말씀드리면, 긴 시간 손으로 만지고 쓰다듬으면 미세하게 마모가 되고 손기름이 묻어 매끄럽고 깨끗해지는데 이것이 손 양석입니다. 질-재질, 형-모양, 색-색깔인 수석의 3요소 중 재질은 가장 중요하기에, 두 가지는 좋으나 이 석질이 부족한 산수경석(산과 자연을 닮은 수석)의 경우 이끼를 자라게 하여 자연미를 배가 시키는 것이 이끼양석입니다. 물론, 돌의 특성에 따라 양석법도 달리해야 합니다.
산수경석_가석님 소장석
‘양석’ 자체 그리고 이 단어는 돌에도 정성을 다하면 본래의 가치가 온전히 발현되고 단점도 보완되어 명석이 된다는 옛사람들의 겸양 어린 성찰에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것이 수석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자,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요?
호수경석_혁이아부지 소장석
사람에 따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때론 다독이기도 하고 또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등 정성을 기울인다면 돌처럼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물며 돌도 키우는데 말이지요.
산수경석_초동급부 소장석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전제 하나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양석을 해서 될 돌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석안(石眼)이 그것입니다. 직원을 선택하는 채용의 중요성을 새삼 상기하게 되는 대목이 아닐까 합니다.
회사가 수석감이라 판단하여 채용한 우리 직원들에게 여러분들께서는 정성을 쏟으셔야 하고 또 쏟고 계십니다. 한두 번의 실수나 성취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오래 함께 하면서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양석 하셨으면 합니다. 또한, 비단 직원분들만이 그 대상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양석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이 거창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돌에 물을 뿌리고 볕을 쬐어 주듯, 지금 나에게 필요한 소소한 것 들을 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내에게 말로 안지는 편인데, 가끔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을 때가 꼭 있습니다. 그럴 때 혼나고 나면 거실 책장에 둔 제 애석을 쓰담쓰담합니다. 돌을 손 양석하고 제 성질도 얌전하게 자체 양석 하는……
감사합니다.
커버이미지는사랑이라는 시집과 함께인 석복령님애장석이며,첨부사진들은 네이버 카페 '무찰수석'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