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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동급부 Aug 25. 2024

단 한 번의 만남

다솜짓_여덟


중학교 1~2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친구의 자전거를 열심히 타며 놀고 있는데 동네 놀이터 입구에 큼지막하게 선거관리위원회라고 쓰여있는 차가 나타났습니다. 뒤이어 TV에서 많이 보던 정치인 한 사람과 한 여자분이 손을 잡고 등장했습니다. 미끄럼틀 꼭대기에 올라서서 이제 막 시작하는 지방자치 시의원 후보인 여자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자리였고 선거법상 문제는 없는지 선관위 차가 먼저 도착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내 정치인과 여자분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악수하며 덕담을 주고받았고, 저는 페달이 아닌 땅을 구르며 천천히 행렬을 뒤 따랐습니다. 한참이나 옆에서 쭈뼛하는 저에게 TV에서 보던 사람이 눈길을 주자 저는 “아저씨 국회의원이죠?”하며 아는 척을 했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그래, 국회의원 맞다, 그 녀석 똘똘하네~” 하며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어린아이의 당돌한 질문에 해맑게 웃으시던 그 모습을 지금도 저는 자주 떠 올리곤 합니다.


해마다 9월이 되면 저는 두 번의 생일을 치릅니다.

제 평생의 한 사랑인 아내의 생일과 이분의 생신입니다. 아내는 생일 주간은 물론이고 한 두 달 전부터 이른 알람을 주고 생일 선물을 딜하기도 하지만, 이분은 세상에 계시지도 않을뿐더러 생전에도 저 같은 사람은 존재도 모르시던 분이라 아무런 말씀은 없으십니다.


모 쇼츠동영상 어플에서 언론개혁에 관한 대담을 진행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이야기를 하며 대본으로 보이는 A4용지로 얼굴을 가리며 흐르는 눈물을 붉어진 얼굴을 가리는 유시민 작가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처음 보는 영상도 아닌데 대통령님의 생신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저 또한 눈물이 나더군요.


돌아가신 직후 집 근처 민주당 당사에서 분향하며 끝내 울어버린 저를 보고, 아내는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청승이었다”며 창피했답니다. 근래에도 잊을만하면 재현되는 쉰이 가까워 오는 남편의 청승을 보면 이제는 아무 말 없이 꼭 안아줍니다. 돌아가시기 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잘 몰랐는데, 뒤늦게 많은 것 들을 알게 되어 몰랐던 시간들이 너무 아쉽고 남편인 제게 미안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제게는 이런 아내가 곁에 있지만 그곳에서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님을 안아주실지 모르겠네요...



대통령이 참석하는 큰 행사를 주관하셨고 지금도 해외에서 멋진 일을 하고 계신 브런치스토리의 작가님께 댓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님 관련한 일화가 제게도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꼭 그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다는 작가님의 답글을 보고 괜히 얘기했다 싶었습니다. 작가님의 이야기에 비하면 너무도 하찮고 초라한 추억입니다. 그래도 저는 제 일생의 몇 안 되는 소중한 만남으로 평생 간직하며 살아갑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모든 것을 떠나서 그저 그냥 마냥 그리운 분이시지요?


그리고 정치...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습니다. 나름 공부도 했고 고민도 해서 생각은 있습니다. 꺼내지는 않겠지만 나라일 하시는 높으신 분들께 딱 한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지난 금요일 일본의 고시엔에서 교토국제고가 우승을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을 가고 양궁이 올림픽 10연패를 한 것보다 더 감격스러웠습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우승을 한다 해도 이보다 더 기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스카치테이프를 붙인 공으로 훈련해서 우승이라는 영예를 안은 우리 학생들의 뉴스 영상에서


흙 묻은 유니폼을 입은 채 눈물과 땀을 흘리며 목이 터져라 한국말 교가를 부르는 짧은 머리의 고교생들의 그 마음이 어땠을지...

'한국'이 괄호 안에서 '한일'로 바뀐 그 자막을 보고 이 나라 국민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딱 한 번만, 꼭 한 번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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