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기술, 멈춤

덜 다치고 생존하기

by 백취생

어렸을 적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나의 행동들을 되짚어 보면, 나는 타인의 관심을 갈구했고, 그 관심을 받기 위해 무엇인가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항상 어떤 일을 시작함에 있어서 욕심이 앞섰다. 궁극적으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얻고 싶은가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빨리 얻을 수 있는가만 생각했다.


초등학생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키를 타러 간 적이 있었다. 처음 간 스키장에서 눈 덮인 언덕에서 멋있게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기초 교육을 받고 있었지만, 나는 왠지 저 스키 잘 타는 사람들처럼 멋있게 내려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초 교육을 무시하고 몰래 옆으로 게걸음을 해서 언덕의 중간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언덕의 정상에서 멋있게 내려오고 싶은 마음에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좌측으로 섰던 내 몸을 정상 방향으로 돌렸다. 그러자 나는 언덕 중턱에서 뒤돌아 선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점점 가속도가 붙어 빨라졌다. 너무 아찔한 순간이었고, 그 뒤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그 순간의 너무 두렵고 무서웠던 느낌은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나는 스키를 타지 않는다.


스키를 타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멈추는 법이다. 멈추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고 그중 안 다치게 넘어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빠르게 달리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어 멈춤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스키 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큰 맥락에서 비슷한 일들을 종종 겪었다. 백수인 동안 나를 돌이켜 볼 기회가 많았다. 내가 겪은 이 모든 일들을 반성해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로 나는 살면서 꼭 배워야 할 기술인 멈춤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었다.


스키를 예로 들어서 멈춤의 유용성을 이야기했지만, 백수가 되기 전 회사 생활 또한 멈춤의 유용성을 몰라 많이 다쳤다. 더 좋은 평가와 인정을 받기 위해 무리해서 일을 했다. 회사에서 대인 관계도 무리했었다. 회사 일이든 대인관계든 나의 역량을 알고 그것을 넘어설 때 멈췄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번아웃이 왔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런 나로인해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회사 다니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오랜 백수의 시간이 지나고 5년 만에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사람들과 얼마만큼 관계를 유지해야 내가 지치지 않고, 업무를 할 때 얼마만큼 해야 내가 번아웃이 오지 않는지 내 그릇을 좀 알 것 같다. 이제 내가 익힌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시험해봐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살다 보니 종종 몸도 마음도 아프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좀 덜 다치고 생존해보려 한다.




<부부싸움-백취생의 생각>

솔직히 멈춤의 기술이 가장 유용한 것은 부부 싸움할 때인 것 같다. 일단 아내의 표정이 변하면 내가 별생각 없이 하고 있던 말을 멈춰야 한다. 만약 이때 멈추지 못하면 아내와 화해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이 곱절로 늘어난다. 나의 입을 빠르게 닫으면 닫을수록 빨리 화해가 된다. 물론 억울할 수도 있지만 살아보니 아내에게 내 말의 옳고 그름을 따져본들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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