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면서 생긴 버릇이 있다. 사실 이것을 버릇이라 표현해야 할지 습관이라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습관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이고, 버릇은 사람이 무의식 중에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나의 행위는 오랫동안 되풀이하다 보니 이제는 무의식 중에도 행동하기에 버릇이라 부르려고 한다.
백수가 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과 사물에 관심이 많아졌고, 사물들과 사람들의 특징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한마디로 나 이외의 존재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불안장애를 겪을 당시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관심은 내 안으로 파고들었고, 타인 혹은 주변 상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불안장애는 약을 먹어도 치유가 되지 않았지만, 퇴사를 하면서 완치되었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자연적으로 주변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우리 딸이었고,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나의 이 버릇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 딸과 함께 있으며 관심을 가질수록 더욱 사랑스러워진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딸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감격스럽다는 표현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부정(父情)이란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생긴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딸을 사랑하듯 나의 아내도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아주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안 후 나는 아내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 아내는 직장 다닐 때 보다 백수인 지금이 오히려 우리 사이가 좋다고 한다. 그리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내게 다시 내가 직장을 구하면 내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까 걱정이 된다고 말을 한다. 사실 나도 걱정이 된다. 하지만 조금 희망적인 것은 그때 나는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심할 수가 있다. 항상 여유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백수가 되고 나만의 여유 찾는 방법을 몇 가지 만들었다. 이제 직장만 구하면 그 방법이 유효한지 알게 될 것이다.
<아내와 면접관의 특징_백취생의 생각>
현재 백수인 내가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 몇몇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남편이 되어 만나는 아내이고 또 다른 하나는 면접자로 만나는 면접관이다. 여러 번 겪어보니 이 둘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아내와 면접관은 내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내와 면접관은 이미 자신이 듣고 싶은 정답을 정해놓고 내게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아내는 가정에서 면접관은 회사에서 내가 온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길 바란다는 점이 닮았다. 반대로 차이점은 아내는 평생 내가 잘 보여야 하지만, 면접관은 면접을 하는 순간에만 잘 보이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