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이상한가?

아내는 훌륭하다

by 백취생

백수가 되고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나의 아내이다. 과거 연애를 하고 열정을 가지고 회사를 다니던 시절은 아내의 훌륭함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냥 너무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라는 생각에 과연 결혼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결혼 후 아내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한 때 MBTI관련 서적을 도서관에서 빌려 열심히 읽은 적도 있다. 일단 우리 부부는 마지막 P를 제외하고는 모든 성향이 정반대로 나왔다. MBTI로 알게 된 사실은 우리 부부는 일단 사고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내가 훌륭하다고 느끼는 경험은 많지만, 굳이 자랑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냥 간혹 지인들과 대화하다 현재 백수인 나의 상태에 대해서 들으면 누구나 이렇게 말한다.


"너 정말 결혼 잘했다. 너의 와이프 훌륭하네."


그 말에 부정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결혼 잘했다고 생각하고 아내도 훌륭한 거 맞다. 굳이 상기시켜주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지만 그들은 꼭 그 사실을 짚고 넘어간다. 속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정황상 내가 죄인이라 입을 닫는다. 아내가 훌륭하다고 내가 괴롭지 않은 건 아니다.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세상에 정상적인 사람이 있다면 그건 자신이 잘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알프레드 아들러


과거 회사를 다니면서 몇몇 직장 상사로부터 아내의 어떤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무언가를 시키고,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 했냐라고 묻거나,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면 그 대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을 하는 것이 있다. 한 번씩 왜 이렇게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아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만큼 내가 편해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대방이 밉거나 말이 안 통한다 싶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관계를 피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우리 부부는 서로가 편해서 서로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누가 더 이상한가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먼저 아내에게 생각과 행동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나의 생각과 행동이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누가 더 이상한가에 대해서 설전을 벌였고, 아내의 재치 있는 질문과 답변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아내는 나에게 살면서 나처럼 이상한 사람 본적 있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과거 나의 직장 상사들을 떠올리며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살면서 당신 같은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존재에 대한 감사함_백취생의 생각>


우리는 살면서 항상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한다.

그런데 무엇이든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대의 무엇인가 있어야 가능하다.

행복이 있기 위해서는 불행이 있어야 하고, 불행이 없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나와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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