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보다 태도가 중요하다.
무리하지 않는 사람
회사생활 중 쉬는 시간에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는 것은 회사 다니는 근로자가 즐길 수 있는 꿀맛 같은 묘미 중 하나이다. 최근 이직을 한 나는 회사와 사람은 다르지만 이야기 주제는 비슷하다는 사실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는 옛말은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잡담의 주제는 대체로 재테크가 많지만 간혹 그 외의 주제로 이야기할 때도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독한 사람이 높이 올라가는 건가?, 아니면 높이 올라가면 독해지는가?'라는 주제는 잡담의 단골 주제다. 물론 뜬금없이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직장 상사가 독하다는 여론이 조성되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주제다. 아직까지 이 주제에 대해 나만의 결론을 못 내렸다. 그리고 어쩌면 평생 결론을 못 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나에겐 무슨 일이든 경험해봐야 나만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나만의 가치관이 있는데, 이 가치관을 바탕으로 위 주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면 일단 조직 내 높은 직책으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그 일은 백수생활이 길었던 나에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승진에 대한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만났던 조직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 중에 백수생활을 오래 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확률적으로 나는 높은 직책에 올라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의 안전 전문가로 유명한 개빈 드 베커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아이를 최초로 돌본 사람이 칭찬과 잔인함 둘 다를 줬다면, 그 아이의 정체성이 어느 것이 들러붙을지는 실질적으로 동전 던지기를 하는 것과 같다."
나만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찬반(贊反) 잡담에서 나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겪어보지 못한 일도 다른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배울 수 있는 (他山之石:타산지석) 능력이 있다. 그래서 위의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사실 나는 독한 사람이 높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개빈 드 베커의 말을 인용하자면 우리는 성장하면서 치열함(남과 경쟁해서 이기지 못하면 살아 남기 힘들다.)과 친절함(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기에 친절해야 한다.)을 배우게 된다. 그중 어떤 가치관을 선택하는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물질적으로 부족한 환경에 노출되어도 친절한 혹은 칭찬하는 사람이 되는가 하면, 물질적으로 풍족한 환경에 노출되어도 치열한 사람 혹은 잔인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과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면 친절함과 치열함은 물질적인 환경에도 영향을 받지만 부모 혹은 형제 관계로 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대체로 부모님의 정체성과 비슷한 정체성을 물려받지만 간혹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가 하는 행동을 미워해 정반대의 정체성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과연 독한 것은 재능일까 아니면 태도일까?-
직장생활에서 만난 나의 상사들은 처음부터 내 상사였다. 다른 관계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 상사가 되어 그렇게 변한 건진 알 수 없다. 하지만 부하의 입장에서 상사들의 회사생활을 지켜보면 유의미한 교훈을 얻는다. 팀장이었던 상사들 중 누군가는 임원이 되고 누군가는 팀장으로 직장생활을 마감하며, 누군가는 아무 직책이 없는 팀원이 되기도 했다. 그중 임원이 된 상사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로 그들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다른 직원들에 비해 강했다. 두 번째로 회사에 충성하기보다는 자신을 끌어줄 사람에 충성하는 것 같다. 세 번째로 자신의 성과에 대한 PR을 잘하며, 마지막 네 번째로 자신을 끌어줄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잘 파악한다. 이중 한두 가지 정도가 없는 사람은 대체로 팀장으로 모두 다 없는 사람은 팀원으로 회사생활을 마감하는 것 같다.
위에서 발견한 4가지 특성을 가진 사람은 대체로 회사 내에서 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나는 이 독함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고 태도는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것인데, 독함은 태생부터 독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기가 없는 사람에 독함을 요구할 경우 독한 척을 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그 독함으로 인해 스스로 상처받고 후회하게 된다. 이 또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환경이 자신에게 독함을 요구했고, 어쩔 수 없이 독함을 선택한 사람은 자신에게 소중한 무엇인가(인연 혹은 명예 등)를 잃고 난 후 독함을 내려놓는다. 보통 진급에서 밀려난 선배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았다.
-재능보다 중요한 대인관계에서 태도-
곧 불혹이 되지만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삶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인사치레로 잘 지내냐는 지인의 안부에도 쉽사리 "네"라고 대답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지인에게 "잘 지내는 것은 무엇인가? 물어보지도 못한다. 괜히 잘 지낸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시련을 주고 싶은 생각도 없을뿐더러 그런 질문을 할 경우 앞으로 그 지인은 나에게 더 이상 안부를 묻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성공(돈, 명예를 얻는 일)한 삶에서 재능은 필수이지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재능만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주변의 몇몇 지인들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중 본인의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다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고부 갈등, 상사와 갈등, 직원과 갈등, 배우자와 갈등, 자녀와 갈등 등...... 대체로 대인 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인해 불행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난 일을 돌이켜 보면 가장 행복했던 기억도 사람으로 인해 만들어졌고, 가장 힘들었던 기억도 사람으로 인해 만들어졌다. 멋진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그 추억은 다르게 기억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국 성공한 삶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하고, 개인의 행복한 삶은 대인관계를 어떻게 잘 맺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대인관계에 관한 서적들이 많이 출판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런 서적들은 대인관계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무리하지 않는 사람-
공자의 제자들은 살아생전 공자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동서양 막론하고 대인관계에 관한 많은 좋은 연구와 조언들이 있지만, 난 공자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 나는 과거 나의 무리한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살면서 진급에 무리하는 상사 옆에서 힘들었고, 관심받기 위해 무리하는 친구 옆에서 힘들어보니 알겠다. 옆에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하다는 것을......
다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 첫걸음으로. 나는 오늘 칼퇴한다.